길의 노래_이정하詩_부산 태종대 여행

시 한 편, 사진 몇 장

시(詩) 한 편을 읽고

그 시에 어울리는 장면을 촬영하려고

여행을 떠납니다.


이번에 읽은 시는 이정하 시인의

'길의 노래'인데요,

부산광역시 영도구의 '태종대'에서

이 시를 떠올리며 이미지를 찾아봤습니다.

(*최근 코로나 사태가 악화되기 전에

다녀왔습니다. 오해 없으시길 바랍니다)


'태종대'라는 이름은 신라 태종 무열왕이

이곳에서 활을 쏘았다는데서 유래했다 하며

일제시대 때 군사 지역이었다가

1969년에 관광지로 지정되었다 합니다.



<길의 노래>

이정하


너에게 달려가는 것보다

때로 멀찍이 서서 바라보는 것도

너를 향한 사랑이라는 것을 알겠다.


사랑한다는 말을 하는 것보다

묵묵히 너의 뒷모습이 되어주는 것도

너를 향한 더 큰 사랑이라는 것을 알겠다.


너로 인해, 너를 알게 됨으로

내 가슴에 슬픔이 고이지 않는 날이 없었지만

네가 있어 오늘 하루도 넉넉하였음을......


네 생각마저 접으면

어김없이 서쪽 하늘을 벌겋게 수놓는 저녁 해.

자신은 지면서도 세상의 아름다운 뒷배경이 되어주는

그 숭고한 헌신을 보면, 내 사랑 또한

고운 빛깔로 마알갛게 번지는 저녁 해가 되고 싶었다.

마지막 가는 너의 뒷모습까지 감싸줄 수 있는

서쪽 하늘, 그 배경이 되고 싶었다.


- 이정하, [편지], 2014년, 책만드는집 발행 -




부산 태종대는 수국으로 유명한 곳이죠.

수국 필 무렵 오고 싶었는데

여차 저차 한 사정으로 11월, 늦가을에 왔네요.


길을 따라 전망대와 태종사 쪽으로

휘적휘적 걸어가 봅니다.



멀찍이서 여러 방문객을 바라봅니다.

저 방문객이 저의 사랑은 아니지만

꼭 저만치 떨어진 곳에

사랑하는 이가 걷고 있다고 상상해 봅니다.

달려간다면 닿을 수 있는 거리...

그러나 차마 그럴 수 없는 처지,

멀찍이 서서 바라보는 것도 사랑이겠지만

답답하네요.

길은 따라가는 것이지

서서 바라보는 것이 아닌데 말입니다.




태종대 길은 깔끔합니다.

경사도 완만하고 보도블록이 깔려 있어서

걷기에 편합니다.

아직은 가을이 남아 있어서 울긋불긋하네요.





태종대에는 120여 종의 나무가 있다 하는데요,

그래서 그런지 태종사 쪽으로 올라가는 길에

여러 나무들을 볼 수 있습니다.

(제가 나무 이름 꽃 이름을 잘 몰라요 ㅜㅜ)


앞에 있는 나무보다 뒤편에 있는 나무가

더욱 아름다울 수 있지만

앞에 있는 나무가 자세히 더욱 잘 보입니다.

이정하 시인의 시(詩)에서처럼

묵묵히 뒤편에서 큰 사랑이 되어주는 것도

좋긴 하겠습니다만,

앞은 앞이고 뒤는 뒤일 뿐

이왕이면 앞이 낫지 않을까 싶습니다.





전망대에 도착해 바다를 봅니다.

금방이라도 비가 올듯한 날씨,

그러나 먹구름 때문에

빛이 더욱 아름답게 보이네요.

멀리 떨어져 있는 작은 섬이

꼭 제 마음 같습니다.




태종사 쪽으로 계속 올라가는데

잠시 햇빛이 납니다.

그 빛 속에 잎새 또한 빛이 나네요...

역시 나뭇잎은 빛이 있어야 넉넉해 보입니다.

그러나 내 마음에 슬픔으로 찬 어둠이 고여 있는데

어떻게 오늘 하루가 넉넉할 수 있을까요?

잠시라도 빛을 받아야 넉넉해지지 않을까요?

빛은 금세 구름 뒤로 숨었습니다.

내 마음에도 다시 어둠이 자리 잡았습니다.







태종사까지 올라왔습니다.

상상했던 것보다 자그마한 경내,

이곳저곳에 수국 축제 안내문이 있습니다.

올여름의 흔적이 남아 있는 것이겠지요.

앞으로 언젠가 수국 보러 다시 올 수 있을지요?

수국을 보면 그녀를 떠올릴 수 있는

작은 추억이 있어서요.


태종사를 자세히 둘러보지 않고

그냥 돌아 나옵니다.







태종사에서 내려와서

다시 올라갔던 길로 또 걸어가다가

처음에는 발견하지 못했던

일몰 전망 포인트를 찾았습니다.

시간은 오후 3시 30분경,

해가 지려면 90분 이상 남았는데

어디론가 잠시 다녀올 곳도 없고 해서

바위 위에 엉덩이 깔고 앉아

영도 앞바다와 하늘을 계속 쳐다보며

카메라 셔터를 연신 눌러댑니다.


이정하 시인은

해가 지는 서쪽 하늘이 되어

떠나는 연인의 뒷모습을 감싸주고 싶다 했으나

나는 그리하기가 싫습니다.

물론 내가 그리하기 싫다 해도

결국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볼 수밖에 없겠지만

내 마음이 석양빛처럼 아름답다고는 못하겠습니다.

이왕이면 여명(黎明)이 되면 좋겠습니다.

아무리 아름다워도

지는 해는 지는 해이고 뜨는 해는 뜨는 해이니까요.




이제 길을 따라 되돌아 나갑니다.

내 마음도 되돌아 나갈 수 있어야 할 텐데요...

아마도 언젠가 돌아가는 마음 길을 찾긴 하겠지만

당분간은 미로 속에서 방황할 것 같습니다.

그것이 내게 주어진 길의 노래겠지요.



***여행 팁톡***

taejongdae.bisco.or.kr

□ 태종대행 시내버스

8번/30번/66번/88번/101번/186번

위 노선은 태종대가 종점 및 기점입니다

□ 부설 주차장

24시간 운영

소형/중형/대형 3시간 주차료

2천원/3천5백원/5천원

3시간 이후 30분당 500원 과금

1일 최대 주차료

1만원/1만5천원/2만원

□ 다누비 순환열차

다 같이 돌자 태종대 한 바퀴,

순환열차 어른 3천원

그러나,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

얕은 산을 오르기 어려운 어린이와

함께 방문하신 게 아니라면

가능한 열차 타지 말고

걸어 보시기를 권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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