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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utumnlim Nov 30. 2022

집에서 휘낭시에와 당근 컵케이크를 구우면 생기는 일!

블로그 주간 일기 챌린지를 시작했다. 시작하고 싶어서 시작한 건 사실 아니고, 블로그에 들어갈 때마다 광고가 뜨는데 매번 지우다가 어쩌다 들어가 버려서 시작해 봤다. 그런데 하루 만에 글감이 떨어진 것... 실화인지? 비슷한 일정을 반복해서 살고 있는 요즘이라 '오호라! 이거다!' 싶은 글감이 없다. 하지만 일기라는 것의 사전적 정의가 개인이 일상에서 체험하는 경험, 생각, 감상 등의 제반 사항을 기록하는 것이라 하니... 특별하고 독특한 에피소드의 부재를 탓하기보단 내 일상의 기록에 좀 더 초점을 맞춰 보려고 한다. 원래 세상만사가 사건 자체의 팩트 보다 그 사건에 부여하는 의미에 의해 가치가 메겨지는 법이다.(내가 만든 법^^)


 요즘 베이킹에 맛이 들렸다. 사실 요즘이라기보다는 원래 관심이 좀 있는 편이었다. 중학교 때 혼자 스콘을 만들겠다고 설치다가 소금과 설탕량을 바꿔 넣어 소금 스콘을 만들었던 적도 있었고, 쿠키를 만들다가 반죽 성형 타임에 집중력이 떨어져 오븐 트레이 전체에 반죽을 깔고 구워 어마어마하게 큰 쿠키를 만든 적도 있었다. 성인이 된 후부터는 현생에 치여 잊고 살다가 남편과 연애 시절, 마카롱 원 데이 클레스를 함께 수강하며 다시 베이킹에 대한 마음에 불이 붙었다. 당시 남편은 내가 한 번 재밌게 하고 끝낼 줄 알았다고 했다. 하지만 내 마음에 불을 질렀으면 책임을 져야지!(남편이 신청한 클래스였다.) 그 후로 남편은 주말마다 우리 집에서 나와 함께 마카롱을 구웠다. 그 해 여름 우리 집 냉장고는 마카롱으로 가득했다. 휴가 시즌 내내 틈만 나면 구워댔던 것 같다. 


 그리고 신혼여행으로 제주 한 달 살기를 했을 때 휘낭시에 원 데이 클래스를 수강했다. 마카롱이 워낙 어려웠던지라 휘낭시에는 상대적으로 쉽게 느껴졌다. 꼭 혼자서도 만들어 봐야지... 봐야지... 하다가 어쩌다 보니 또 현생에 치여 못하고 있다가, 드디어! 최근 아몬드 가루를 구입하게 되면서 다시 만들기 시작했다. 안타깝게도 휘낭시에 틀이 없어서 미니 머핀 틀로 구웠다. 로투스 과자 맛과 얼그레이 맛, 두 가지 맛을 만들었다. 

 너무 오랜만에 혼자 구워보는 거라 걱정했는데, 제법 맛이 난다! 한 입 먹어본 남편의 눈이 동그랗게 커지고, 입가가 씰룩씰룩 해지며 "맛있다!"를 연발한다. 빵이나 디저트류를 안 좋아하는 남편이 내 휘낭시에를 좋아해 주니 그렇게 기쁠 수가 없다. 종이봉투까지 일부러 사 와, 자주 보는 가까운 사람들에게 선물도 했다. 맛있다고 해주는 사람들의 반응에 뿌듯하고 행복하다.


 이에 탄력받아, 그다음엔 미니 당근 머핀을 구웠다. 원래는 당근 케이크를 하고 싶었는데, 큰 틀로 만들면 나눠 먹기 어려울 것 같아서 머핀 틀로 만들었다. 흑설탕이 없어서 색이 좀 밝게 나왔지만 맛은 있었다. 요즘 만드는 것이 계속 성공하니 기분이 아주 좋다. 안타깝게도 크림치즈가 없어서 크림은 못 만들었지만, 이대로도 맛있다. 


한국에서 쓰던 휘핑기와 몇 가지 도구들을 조만간 받을 예정이다. 휘핑기를 받으면 마카롱도 오랜만에 만들어 봐야겠다. 토요일 저녁에 교회 목장 모임이 있는데, 그때 디저트로 먹을 케이크를 구워갈 생각이다. 무슨 케이크를 구워야 모두가 맛있게 먹을 수 있을지 고민하는 이 시간부터 베이킹의 즐거움이 시작된다. 고민하고 고생해서 만들어낸 뿌듯한 결과물, 내가 만든 것을 맛있게 먹어주는 사람들을 생각하면 베이킹 덕분에 오래오래 즐거울 수 있다. 


집안 가득한 버터와 케이크의 고소하고 달콤한 향, 내 마음속 가득한 뿌듯함과 성취감, 주위에 나눔으로써 함께 즐거워질 수 있는 기쁨과 행복, 이것이 바로바로~ 집에서 휘낭시에와 당근 컵케이크를 구우면 생기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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