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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utumnlim Apr 30. 2024

죽지 않고 다시 한번 살아보자!

이 주간의 한국여행을 마치고 다시 떠나는 날이다. 예상치 못한 병원을 줄줄이 다녀왔고, 나는 또 겁을 먹었고, 역시 인생은 산너머 산이구나를 체감하고 있다. 물론 친구들도 만나고 가족들도 만나며 묵직하게 가볍게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현대의학이 발전을 했다고는 하지만 그럼에도 불완전한 사람의 영역에 있는 의술은 오차범위도 꽤 넓고 예방이라는 이름의 마케팅도 많고 이러나저러나 소위 '운'(나는 '은혜'라 부르려고 노력한다.)에 맡겨야 하는 부분이 너무나 너무나 크다. 이제 '스트레스성'이라는 단어를 보면 '원인불명'이구나로 해석한다. 사인을 분명히 알 수 없을 때 심장마비라고 하는 것처럼 말이다. 술, 담배, 스트레스가 만병의 근원이라 말하며 '조심하세요'라고 하는 것은 가장 반발 요소가 적은(가장 납득 가능한) 제물을 세워 두고 조심할 수 없는 것을 조심하라며 더 스트레스를 주는 것에 불과하다고 여겨진다. 어우 스트레스받아...


뭐가 문제일까 고민하기보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그나마 건강하게 몸뚱이를 유지하며 평균 정도의 수명까지 살까 고민을 하기로 했다. 술, 담배, 스트레스처럼 건강한 삶을 살아야겠다 하면 바로 생각나는 두 가지가 있으니, 운동과 식단이다. 나는 비만도 아니고 야식을 잘 먹지 않지만 벌써 담낭을 떼었으니 남들보다는 조금 더 신경을 써야 했던 것 같다. 사실 그 전과 다름없이 가리지 않고 먹었다. 하지만 그게 문제였다기보단 노화, 매캐한 환경, 운동의 부재, 간식이 문제이지 않을까 싶다. 내가 '나이를 먹어서 그런가 봐요'라고 하면 나보다 나이가 많은 분들이 코웃음을 치시며 '지금 얘가 뭐라니'하신다. 하지만 나는 진짜 그렇게 느낀다. 나이를 먹고 있다. 내 몸이 성장보다는 노화 쪽으로 기울어져 가고 있다는 것이다. 제 아무리 사회적 나이가 높아져간다고 해도, 자연적인 신체의 나이는 동일하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제 아무리 챌린지를 하고 자신만만하게 외쳐도 언젠간 생명의 소멸을 맞이해야 하는 인간은 점차 가속화되는 노화에서 벗어날 수 없다 이 말이다.


뭐 이리 날 서 있는가 생각이 든다면 정답이다. 한국에 올 때마다 받는 건강 성적표의 점수가 점점 낮아지는 것 같아 괜히 내가 어찌할 수 없는 노화를 먼저 탓하고 싶었다. 남탓하면 괜히 내가 가여워 보이는 그런 효과를 얻을 수 있기 때문에,... 하지만 그다지 건강하지 못한 생활습관을 가졌음을 알고 있어서 오래 탓하진 못하겠다. 이번 일들을 겪으며 나는 어떻게 죽게 될까 하는 질문이 생겼다. 정말 알 수 없는 영역이지만 어떤 형태의 죽음도 가능성이 없다 할 수는 없기 때문에 이런저런 생각이 나도 모르게 든다. 나는 혹이 잘 생기는 사람이니까 언젠가 혹이 양성이 아닌 악성이 되어서 암으로 죽게 되려나 하는 생각이 현재로선 지배적이다. 남편의 암도 가까이에서 봤지만 제거하면 되지,라는 생각보다 어쩌면 나도, 하는 생각이 앞선다.


결혼을 하고 나니 하고 싶은 것들이 늘어나고 책임감도 생기면서 살고 싶은 욕구가 커졌다. 그전엔 죽음에 대한 감각이 없어서 일찍 가도 괜찮아~ 하는 생각을 쉽게 가졌는지도 모른다. 이제는 내 남편이랑 우리 자식의 자식 정도는 볼 정도로 살고 싶다. 아 여기에서도 나이 들었다 느끼는 포인트가 있는데, 어떤 건강의 문제를 찾을 때마다 '나 아직 아기도 못 낳았는데??'라는 걱정이 앞선다는 것이다. 이 것이 나이와 연결이 된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실제적 죽음을 생각해보지 못한 건강했던 젊은 날에는 느끼지 못했던 자손번식의 욕구를 이제는 느끼기 때문이다. 갈 땐 가더라도 나의 DNA 조각을 남겨 두고 떠나고 싶은 이 본능! 서른이 넘으면서 점차 내겐 자손 번식이 가능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초조함이 덮쳐온다. 물론 요즘 의학이 좋다고 하지만, 위에도 언급했듯, 의학으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없다. 원인불명의 불임도 많은데 원인 있는 불임이야 얼마나 쉽겠는가. 아기를 낳지 않겠다는 결심이 자손번식의 본능을 이긴 분들이라면 걱정이 없겠지만 나는 그렇지 않기 때문에 두 명, 아니 한 명이라도 남기고 싶어 걱정이 태산이다.


돌아가는 비행기를 기다리고 있다. 일상으로 돌아가면 손 볼 것들이 많다. 그래도 최근 가장 스트레스를 주었던 문제 하나가 해결되어 다행이다. 스트레스가 문제라고 하니 최대한 스트레스를 받지 않으려 노력하는 스트레스가... 아무튼 몸과 마음에 여유를 가지려 노력할 것이다. 그리고 최대한 건강하게 식사하며 간식을 줄여야겠다. 간식을 식사보다 좋아하는 사람이라 정말 어려울 것 같긴 하지만, 건강한 간식으로 대체를 하거나 점차 줄여가는 쪽으로 애써보려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운동! 나는 누구보다 돌아치는 것은 좋아하지만 운동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런데 서른이 넘은 언니오빠들, 지금은 친구들이 왜 그렇게 열심히 운동을 하나 생각해 보니 '죽지 않기 위해 한다'는 말이 맞는 말이다. 다들 나보다 그 진리를 빨리 깨달아서 제 살길을 찾고 있었던 것이다! 운동을 취미나 여가로 생각할 것이 아니라 생명 연장의 처절한 행위...로 재정의 해야 할 것 같다. 나도 이제 진짜 생존을 위해, 건강하고 경쟁력 있는 자손 번식을 위해 노력을 해야'만' 하는 때가 왔다.


그래! 내일부터 나는 운동을 하겠다. 안 하면 나는 그냥 죽은 거다. 이 정도 충격에도 아무런 개선이 없는 사람은 이미 죽은 사람이다. 다시 한번 살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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