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ny mini flowers❀ 첫 번째 이야기
"Street Children"
내가 사는 나라에는 꽃을 파는 아이들이 많다.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라면 꽃을 들고 다니며 ‘아 뻬이바(직역하면 힘주세요.)’ 라고 말하며 꽃을 판한다. 꽃을 판다는 것은 길에서 지내는 아이들의 대표적인 일인 것이고, 작은 세제통과 칫솔을 들고 다니며 사이드 미러를 닦아주고 돈을 받거나(더 더러워지는 것이 보통이다...) 그냥 창문을 두드리며 구걸을 하는 아이들도 많다.
부모님이 길에서 장사를 하거나 노숙자라면 아이들은 그 주위를 맴돌며 찻길에 뛰어가 인심 좋은 차 주인에게 과자를 얻어먹기도 하고, 심지어 마시던 물도 얻어 마시며 살아간다. 진짜 부모인지 알 수 없는 경우도 많다. 아이들은 동정심을 얻어 구걸하기 좋은 수단이 되기 때문에 그렇게 이용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는 아이들이 주차장에 혼자 다니는 것도 위험하다고 하는데 이 나라에서는 차가 쌩쌩 달리는 차도에서 뛰어다니며 구걸을 하고 꽃을 팔고 앉아 쉬고 놀기도 하는 아이들이 셀 수 없이 많다. 어두운 밤에 차와 차 사이에서 서로 밀치며 장난치는 아이들, 늘어진 고압전선에 걸쳐 앉아 그네 타는 아이들, 오물이 가득한 길바닥에 바지도 없이 털썩 앉아 남이 주는 음식과 물로 살아가는 아이들을 외면하려 아무리 애를 써도 시선이 닿아 견딜 수가 없다.
가엾은 마음에 비타민 캔디를 나눠 주기도 하고 빵을 나눠 주기도, 쿠키를 구워 주기도 했지만 그 정도로는 아이들의 육체적인 배도, 영적인 배도 채워줄 수 없다는 것을 알아 주면서도 마음이 불편하고 미안하고 절망스럽다.
나랑 저 아이들의 차이는 무엇일까. 나는 왜 깨끗한 집에 살며 차를 타고 다니고 신선한 음식을 먹는 것이 당연하고, 저 아이들은 노동이 당연하고 배움도 안전도 배부름도 따뜻함도 사치인 삶을 살아가고 있는가. 그냥 태어났더니 나는 이렇게 태어났고 저 아이들은 저렇게 태어났을 뿐이라는 결론에 도달한다. 내가 이렇게 살 수 있는 것은 나의 잘남도 아니고 나의 노력도 아니고 그냥 나는 감사하게도 좋은 환경에 태어났을 뿐이다. 나의 노력과 잘남도 결국 그 환경이 있었기에 가능했을 뿐, 저 아이들보다 나은 것도 없고 대단한 것도 없는 사람이다.
열 달란트가 있는 사람에겐 열 달란트만큼의 책임감과 의무가 주어진다. 나는 내가 누리고 있는 것을 당연히 여기고 우쭐거리며 살아가고 있지 않은가. 내게 없는 것들을 남과 비교하며 어떻게 하면 더 움켜쥘 수 있을까 허둥대며 살아가고 있지 않은가 돌아본다.
내게 주어진 환경을 누리는 값을 하며 살아야 한다는 부담감에 견딜 수가 없다. 아이들의 배를 채워주는 것도 필요하지만 마음도 채워 주고 싶다. 회색 빛 찻길에서 나고 자란 아이들에게 알록달록하고 아기자기한 세상을 조금이라도 보여주고 싶다. 차 창문을 두드려 구걸을 하고 차 사이드 미러를 닦고 꽃을 팔며 거절하는 손짓과 외면하는 얼굴이 익숙한 아이들에게 어린아이가 보아야 하는 밝고 천진난만한 세상을 보여주고 싶다.
그래서 동화를 읽어 주기로 했다. 현실을 뛰어넘는 새로운 세계에 대한 흥미를 가지고 상상해 보고 꿈을 꾸어 보는 시간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그 순간만큼은 그저 어린아이처럼 살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삶의 가치와 의미를 느끼는 기회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꽃을 파는 길 위의 아이가 아닌 스스로 꽃과 같이 아름다움을 아는 아이로 살기를, 그 길에서 벗어나 미래를 꿈꾸는 사람으로 자라기를 소망하며 내가 할 수 있는 작은 일을 시작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