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을 하면서 알게 된 것
요즘 저녁마다 격렬하게 운동을 한다. 요가도 계속하고는 있지만 이번에는 웨이트 운동을 시작했다. 매일 밤 러닝머신 40분에 근력 운동 30분. 호주에서 한번 Barre 클래스를 잘못 들어갔다가 며칠을 앓았던 기억이 있어서 앞으로 내 인생에 근력 운동은 두 번 다시는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왜 이렇게 됐냐면.
올해 들어 운동을 제대로 해야겠다는 생각은 계속했었다. 요가는 많이 익숙해져서인지 매일 해도 정신건강용 운동 같은 느낌이라, 뭔가 속이 시원하지가 않았다. 게다가 체력이 말 그대로 하루가 다르게 떨어져서, 깨어있을 땐 헤롱 거리고 밤에 잘 땐 숙면을 제대로 못 취했다. 제대로 깨어있겠다고 낮에 커피를 몇 잔씩 마시다가 결국 밤이 되어서야 정신이 확 들고, 막상 자야 하는 시간대에는 잠이 안 와서 괴로워하고. 잠이 들어도 얕게 자는 건지 아침에 눈을 뜨면 밤새 꾼 꿈 내용들을 전부 기억할 정도라 점점 더 숙면에 집착하게 됐다.
'오늘은 제때 푹 자야 하는데'하는 압박감에 한번 빠지고 나면 그날 밤은 전쟁통 예약이다. 일어나 있어도 집중이 안 되고 너무 피곤해서 침대에 몸을 눕혀도 잠이 안 온다. 새벽 2시 반 정도를 넘어가면 그때부터는 슬슬 조급함이 올라온다. 그때부턴 거의 절박한 마음으로 유튜브로 온갖 파도 소리, 빗소리, 풀벌레 소리, 취침 명상, 숙면 주파수(?) 같은 것들을 듣기 시작한다. 겨우 잠들고 다음 날 피곤한 상태로 일어나면 기분이 상쾌할 리가 없다. 하루를 마감하고 나면 한번 끊고 다음 날로 넘어가야 하는데 이건 마치 어제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느낌. 그러니 살고 싶어서 제대로 된 운동을 시작했다고 보면 된다. 결과적으로 좀 더 잘 살게 된 것 같다.
처음에는 마스크를 끼고 러닝머신을 달려대니까 약간 혼절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나는 운동해도 땀이 잘 안나. 체질이 그런가 봐.'라는 말을 하고 살았는데 그건 그냥 내가 운동을 적당히 해서였다. 경사와 속도를 높여놓고 뛰어대면 맨투맨도, 마스크도 땀에 다 젖는다. 열심히 하면 땀이 나는 건 자연의 이치다. 먹은 것보다 훨씬 많이 움직이면 살이 빠지는 것도. 이제는 땀이 난다는 사실 자체에서 약간의 희열을 느낀다. 조금 자기 파괴적인 것 같긴 하지만..
시간이 지나서 내가 뛰고 있는 건지, 다리가 뛰고 있는 건지 헷갈릴 정도가 될 때쯤에 근력 운동을 시작하는데 여기서 두 번째 자기 파괴적 희열(?)을 느낀다. Barre 클래스 이후에 자의로 아령을 들게 될 거라는 생각을 못했는데 몸을 괴롭히면서 얻는 기쁨 같은 게 있다. 이미 러닝머신으로 혼이 좀 빠진 상태라 아무리 힘들어도 팔이 알아서 아령을 들고 움직인다.
운동을 다 마치고 집에 와서 샤워를 하고 나면 뭔가 다시 태어난 느낌이 든다. 이번 달에는 개운함과 후련함을 많이 느끼자고 다짐했었는데 이 시간에 그런 기분을 자주 느낀다. 나 혼자만의 착각일지도 모르겠지만 괜히 컨디션이 더 좋아진 것 같고, 몸도 가벼워진 것 같고, 잠도 잘 올 것 같고. 아무튼 여러모로 모든 걸 쏟아낸 느낌이라 별로 미련이 안 남는다.
무엇이든 적당한 데서 멈추지 않고 열심히 하면 속이 시원해진다는 걸 배웠다. 저녁에 운동을 해야 하니까 나머지 일들을 낮 동안 끝내 놔야 해서 시간도 더 잘 쓰게 되고, 운동이 끝나고 나면 뭔가가 나아졌다는 느낌에 마음이 후련하다. 내가 엄청 오랫동안 찾아 헤맸던 후련함이었다.
이번 계기로 알게 된 사실이 하나 있는데, 나는 끝까지 가봐야 되는 사람 같다. 그래야 과정에서 행복감을 느끼고 미련 없이 잘 살 수 있는 것 같다. 나만 최선을 다했다면 결과가 어떻든 잘 승복하고 연연하지 않는 그런 사람. 운동이 체력만 키워주는 줄 알았더니 은근히 마음도 단단하게 만들어주네. 앞으로도 후련함 많이 느끼면서 잘 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