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전히 나로
부모님 집에 오니
그동안의 긴장이 풀린 걸까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다.
아니면 비빌 언덕이
생긴 탓일까
잠시
책임이라는 단어와
멀어질 수 있는
시간이 생겨서일까
아무 죄책감 없이
앉아서 티비를 보는일
밥을 먹은 후
죄책감 없이
그냥 앉아있는 일
남겨진 설거지 거리를
바라 보아도
아무렇지 않은 일
아무렇지 않을 수 없었던 일들이
이젠
아무렇지 않게 된
일상
다시 이곳으로
돌아와 보니
내가 책임지던
일상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다.
내가 해야 한 일들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다.
그래 나는
귀하게 자란
딸이다.
나는 한때
그림 그리기를
좋아했다.
아무것도 생각
하지 않아도
내가 무언가를
하고 있다는 생각에
아무 생각하지 않는
그 시간에 죄책감을
느끼지 않아도 됐으니까
온전히
지금 이 시간을
누려야겠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내가 나로서
사랑받을 수 있는
이곳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