썸머리 천재

Last Episode. 상남자 아니고 하남자

by Minah

클래스에는
한인 오빠가
한 명 있었다.


오빠는 첫날부터
수업이 끝나면 뭐 하는지,
집에 가면 뭐 하는지
궁금한 게 많았다.


밤마다 심심하다며
전화를 걸어왔다.

불편한 내색을 해도

한 시간도 넘게
대화를 이어갔다.


혼자 밥 먹기 싫다며
수업이 끝나면 같이 가자고
계속 물어봤다.


거절할 용기는 없었다.
전화 그만하라고
말할 용기도 없었다.


하지만
내가 누구인가.


썸머리 천재.


뉴스를 받자마자
불이 나게 썸머리를 끝낸 후
뒤도 돌아보지 않고
집으로 갔다.


마지막 수업 날이 되었다.


시험 결과만 받고

끝나는 날이었다.


시험 성적을 발표하기 전,
교수님은 말씀하셨다.


이 수업에서
가장 열정적이었고
썸머리를 가장 잘했던 사람에게
선물을 주고 싶다고.


나는 기대하지 않았다.
나는 그냥

빨랐던 거니까.


"Minah Hong"


내 이름을 불렸다.


"쟤는 그냥

집에 빨리 가고 싶어 하던 애인데."


클래스의 모든 사람들이
믿을 수 없다는 눈빛으로
나를 보았다.


해맑은 나는

좋아서 방방 뛰며

그 눈빛마저

축하의 의미로

받아들였다.


이제

시험 성적 발표만이
남아 있었다.


그동안 썼던 썸머리와

영어 글짓기들의

총 성적 발표다.


그때는 몰랐다.
한인 오빠의 이름이
B로 시작한다는 사실을.


그렇게
오빠는 먼저
성적표를 받고
교실을 떠났다.

처음으로

그 오빠가

먼저 교실을 떠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사실

아무 생각 없었다.


내 성적표를 받아 든 후

난 또다시

방방 뛰었다.

A+


"그래.
나는 역시
썸머리 천재였다."


교실 밖으로 나오자
오빠가 서 있었다.


"오늘은
내가 먼저 끝났지?"



속으로 생각했다.

"그래, 한 번쯤은,

그리고 마지막이니까.

밥 한 번 먹어주자"


밥을 먹으며
시험 이야기를 했다.


오빠는 성적표를 보여주며

A를 받았다며
물어보지도 않았는데

자기가 쓴 글들을 보여줬다.


이렇게 공부해야 한다며

공부하는 팁을 전수해 줬다.


그리곤 내 성적표와

글을 계속해서 보여달라고 했다.


"저 A+에요"

오빠는 믿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내 성적표와 글을 보여줬다.


오빠의

굳어가는 얼굴이 보였다.


"왜 네가?"

라는 표정이었다.


그 표정을 유지하며 말했다.


"맨날 공부도 안 하고
집에 먼저 가더니
어떻게 네가 A+야?"


할 말이 없었다.


몇 개월간 계속

밥 사준다 하더니

오빠는

내 밥값을

계산해 주지 않았다.


오빠는

카페에 가자 했다.


나는
커피를 싫어한다고

말했다.


사실은
달달한 커피를
너무나
좋아하는데 말이다.


오빠는 웃으며 말했다.


“마지막 날이니까

커피 한 잔 정도는

괜찮잖아?”


카페에 있는 내내

넌 글을 어떻게 쓰길래

A+를 받았냐며

한숨을 쉬며

같은 말을 무한 반복했다.


그날 이후,
오빠의 전화는
받지 않기로 했다.


어쩌다 전화를 받으면
왜 이렇게 전화하기 힘드냐,
뭐가 그렇게 바쁘냐,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을 했다.


회피만을 택했던 나는


이제야

사실을 전할 수 있는

내가 됐다.


사실은


그냥 피하고 싶었어요.


작가의 이전글썸머리 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