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나방
자존감이 낮았던 것 같다.
짝사랑 마니아
짝사랑 전문가
내 인생에
toxic한 것 하나쯤 더 있어도
괜찮다고 생각했던 걸까?
이루어지지 않는 게 많아서
사랑 따위 이루어지지 않아도
괜찮았던 걸까
나쁜 남자에게 빠져버렸다.
줄 듯 말 듯
이어질 듯 말 듯
이어질 것 같으면 지레 겁먹고
멀어질 것 같아도 겁먹고
내가 먼저 멀어졌다.
좋은 친구였지만
나쁜 남자였다.
모두에게 친절했지만
가까워지면 매정했다.
뭐가 좋았는지도 모른다
그냥 안 되는 것들 중에 하나 더
붙잡고 있었나 보다.
습관처럼
돌아보면
너도 나에게 노력했던 것 같다.
연애 경험이 부족해서
너의 시그널을
읽지 못했다.
그것이
Yes인지 No인지
알고 싶지 않았다.
알지 못했다.
5년도 넘게 좋아했어도
고백 따위는 생각지도 못했다.
확실한 대답을 들을 용기가 없었다.
이 애매함을 끊어낼 용기도 없었다.
이 애매함마저 잃을까 겁이 났다.
너를 좋아하던 기간이
3년이 넘어갈 때쯤
친구들에게 거짓말했다.
"나 이제 좋아하지 않아!"
믿지 않았겠지.
그렇게 말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으니까.
불나방,
내가 뛰어들던 그 불빛은 너였다.
난 예뻐졌고
넌 나에게 예뻐졌다고 했지
그냥 친구의 감정으로
동료의 감정으로
그랬겠지만 말이야.
주변을 맴도는 것만으로 만족하던
그런 때가 있었다.
시간 낭비였을까
짝사랑도
내가 지나가야 할 시간이었을까?
난
너를 많이 좋아한 나를 좋아한 게 아니었을까?
잘 지내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