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호번호 4641

by Minah

우리 집 전화번호는 두 개였다.


아빠 가게 전화번호 2950

우리 집 전화번호 4641


아빠는 보일러 대리점과 건축 사업을 같이 하셨는데


주중엔 아빠와 함께 일하시는 일꾼 아저씨들이

집에서 밥을 드셨다.


엄마는 5명, 많게는 10명 정도 되는

아저씨들의 밥을 혼자서도 거뜬히 해내셨다.


우리 집엔 일꾼 아저씨들,

그리고 동네 분들이 자주 방문하셨지만


시도 때도 없이 청소하시는 엄마 덕분에

우리 집 장판은 유리알처럼 빛났고

가끔 장판에 비친 내가 보였다.


우리 집엔 교회 손님들도 끊이지 않았다.


아빠는 고등부 선생님이셨고

언니, 오빠들의 간식은 늘 엄마 몫이었다.


내 기억 속

우리 집에서 속회 모임이 있는 날엔

삶은 달걀 한 소쿠리

유리병 오렌지주스

그리고 귤 한 박스


오빠는 태권도부 주장이었다.


훈련이 끝나면 오빠 선후배들이

우리 집으로 놀러 왔다.


엄마는 4~5명분의 저녁이나 간식도

거뜬히 해내셨다.


“엄마 내가 도와줄게!”


엄마는 오히려 거슬린다며

나가 있으라 하셨다.


우리 집 주방은

무척 컸던 것으로 기억한다.


내 방보다

주방이 더 컸던 것 같다.


엄마의 하루는

정말 빨리 지나갔을 것이다.


지금 내가

일이 너무 많다며 스트레스받는

이 정도와는 차원이 달랐을 것이다.


우리 집으로 들어오는 전화는

한 번도 부재중으로 남겨진 적이 없다.


엄마는

아빠의 가게 전화까지 커버하셨다.


어떻게 이 모든 일들이

가능했을까?


엄마는 나보다 어렸었고

나보다 어른스러웠다.


아마도


엄마는

슈퍼우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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