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넋두리로 돌아옴
진로를 정하거나 학교를 선택하고,
커리어를 바꿀 때마다
나는 항상 스스로를 대담한 사람이라고 생각해 왔다.
모든 결정이 늘 일주일 안에 끝났으니까.
1월 15일, 처음으로 집 리스팅을 받았다.
그때만 해도 그냥 보기만 하고,
8~9월쯤까지 기다려볼 생각이었다.
그런데 역시나,
집을 처음 보러 간 날 바로 결정해 버렸다.
사실 이번 결정은 조금 달랐다.
나의 결심 하나로 끝나는 일이 아니었고,
그 뒤에 따라오는 수많은 사소한 결정들이
숨이 막히게 만들었다.
밥도 잘 넘어가지 않았다.
‘내가 잘한 게 맞나?’
스스로에게 묻게 될 때마다
나를 바라보고 있을 사람들의 얼굴이 떠올랐다.
아니야.
보란 듯이 보여줘야 해.
내가 잘하고 있다는 걸.
퇴근하고 나면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듣고 있던 클래스의 과제를 열어보는 것조차
너무 버겁게 느껴졌고,
그저 멍하게 앉아 벽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눈물이 흘렀다.
안 되겠다.
하나씩 해야지.
원래 올해는 비우기로 했잖아.
클래스를 드롭하고 나니
조금 숨이 쉬어졌다.
일에서도 동료들에게 웃어줄 수 있었다.
내가 이렇게 나약한 사람이었나,
새삼 다시 느끼게 됐다.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 모든 결정에서 내가 대담할 수 있었던 건
내 곁에 나를 믿어주는 사람들이 있었고,
혼자가 아니라는 확신이 있었고,
무엇보다
내 안에 살아 있는 그분이 나를 인도하고 있다는
믿음이 있었기에
나는 나로 설 수 있었다.
여전히 밀려 있는 서류들과
끝나지 않은 작은 결정들 앞에서
숨이 막힐 것 같지만,
이상하게도 이번엔
‘잘할 수 있겠다’는 믿음이 생겼다.
이전의 내가 말해준다.
그리고 내 안의 믿음이 전해준다.
너, 잘할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