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부하지만, 들어봐요.

by Minah

한동안 브런치를 열지 않았다.

쓰지 않겠다고 마음먹은 것도 아니고,

쓰고 싶은 말이 없었던 것도 아니다.

그저, 지금 사는 데에 집중하고 있었다.


처음 브런치에 글을 올렸을 때를 떠올려보면

나는 지금, 그때보다 조금 더 단단해진 상태다.


그땐 내 인생이 막 시작되는 것 같았고,

마음도 생활도 비교적 안정을 찾아가는 것 같았다.


그때의 나에겐

한국에서의 여행은 단순한 '여행'이 아니었고,

나 자신을 처음으로 제대로 마주한 시간이었다.

의식하지 못한 채 안고 살아오던 마음의 통증들이

조용히 풀려 나가던 시간이었다.


나는 조금 더 나를 이해하게 되었다.


군에 입대한 이후의 삶도 그 연장선에 있다.

그리고 나는 지금도 나를 알아가고,

이해해 가는 중이다.


신분이라는 틀 안에서 살아가며

‘나는 안돼'를 되뇌던 내가

어느새 그 말 없이도 당당한

나로 변해가고 있으니 말이다.


예전 같으면 삼켰을 말들을

이제는 조율이라는 이름으로 꺼낼 수 있게 되었고,

그 변화가 나는 마음에 든다.


그래서였을까.

더 안정된 삶을 향해 계속해서 나아가고 싶었다.


일에 더 책임을 지고, 배우고, 내 삶을 더 누리고 싶었다.

내 앞에 하나씩 쌓아가다 보니 어느 순간 숨이 가빠졌다.


3년 만에 다시 다녀온 한국은 그래서 더 특별했다.

이제는 '돌아가는 곳'이 아니라 '다녀오는 곳'이 된 한국.

외국인으로 입국한 그 묘한 감정은

낯설면서도 새로웠다.


오롯이 나로 존재할 수 있었던 시간은

생각보다 깊은 쉼이 되었다.


다시 일상으로 돌아온 지금,

이제 여행기는 여기서 마무리하려 한다.

완벽히 정리되지는 않았지만

그렇게 상큼했고, 존재만으로 빛나던

나의 그날을 남겨두며.


나는 여전히 잘 지내고 있고,

조금 지쳐 있고

그래도 여전히 어딘가로 향해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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