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부터 배를 깎아 쌀가루를 넣고 뭉근하게 끓인다. 너를 위해 이유식을 만드는 시간은 이제 곧 새로 입사한 회사에서 적응하는 시간이 될 것이다. 아기새처럼 입을 열어 숟가락을 향해 몸을 당기는 너를 보고 있자니 웃음이 절로 나온다. 그렇게 너는 매일 아침, 고개를 까딱까딱 기울이며 끼니를 건네는 내게 미소를 보낸다. 마치 무언가를 아는 얼굴을 하고.
너와 함께 보낸 지난 8개월은 인생에 손꼽히는 가장 소중한 시간이었다. 한 번의 유산을 겪고 찾아온 네가 무사히 세상에 나와 터뜨린 우렁찬 울음소리가 감사했고, 젖을 잘 빨아주어 기특했으며, 젖이 모자라 타주는 분유를 대자로 뻗어 꿀꺽꿀꺽 목젖으로 넘기는 모습, 온 힘을 다해 눈을 바알갛게 붉히며 응가 하는 너의 얼굴에 또 웃음 지었다.
밤 잠을 잘 자 주어 고마웠다. 덕분에 나는 새벽같이 유축 후 산책을 나가볼 수도 있었고, 새로운 시간들을 만났으며, 세상으로 다시 나갈 준비도 할 수 있었다. 아마 다 네가 우리에게 가져온 복 이리라.
이제 우리는 함께 해야 할 숙제를 앞두고 있다. 네가 세상에 나올 때, 나의 진통만큼 너도 아플 거라 하여, 약의 힘을 빌리지 않고 오롯이 너와 내가 함께 힘을 합쳐 네가 세상에 나왔 듯, 앞으로 네가 살아갈 세상과 내가 살아갈 세상을, 또다시 우리는 각자의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일들을 하며 힘을 합칠 것이다.
아침저녁으로 너희들과 더 많이 눈을 마주쳐야지. 한 번 더 안아주고, 한 번 더 쓰다듬어 주고, 더 늦기 전에 뽀뽀도 많이 받아 놓아야지. 너희가 만끽할 계절의 모습을 나의 눈에 한 점이라도 더 담아 놓아야지.
그렇게 너희와 내가 함께 자라 가는 하루하루를, 손 한 번 더 잡을 수 있음에 감사하며 살아갈 것이다.
너의 첫 사회 공동체. 적응하는 시간이 너무 힘겹지 않았으면. 너도 나도, 서로의 눈을 마음속에 그리며 한동안을 잘 버텨보자꾸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