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ckdown 3주 차에 접어들고 있는 시드니의 일요일 아침. 빗소리와 함께 게으른 몸짓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아이가 골라온 백희나 작가님의 구름빵을 읽고, 또 다른 몇 권의 책을 읽어주고는 재택으로 점점 불어나는 몸을 조금이라도 움직이겠다는 핑계로, 동네에 김밥을 슴슴하게 잘 싸는 집에 갔다 오겠노라고 홀로 길을 나섰다.
"엄마, 점처럼 아주 짧게 (요새 아이가 밀고 있는 말 like a dot - 한국말로는 쏜살같이가 아닐까), 금방 다녀와야 해요."
"알았어 빨리 올게. 맛있는 거 사 올게. 오늘은 비가 왔으니까, 한 번 보고 구름도 구해올게. 그럼 우리 같이 구름빵 만들자."
아이의 얼굴에 함박웃음이 번진다.
흠. 김밥도 사고, 따로 슈퍼마켓에 들러서 베이킹용 파란 색소도 사야 하나.
집에 오니 마침 아이는 아빠와 함께 세탁기가 있는 룸에서 강아지 털을 다듬느라 정신이 없는 상황이었다. 재빨리 계란 흰자 세 개를 풀어 하얀 빛깔이 뽀얗게 올라오도록 머랭을 친다.
"수박아. 이리 와 봐. 엄마가 구름 갖고 왔어."
"어디요?"
"엄마가 미리 베이킹하는 볼에 넣어 두었어. 봐봐~!!"
이렇게 속여도 될까 싶은 마음이기도 하면서, 계속 그냥 이렇게 아이가 그렇게 믿어주었으면 하는 마음은 무슨 심리일까.
"어떻게 구했어요? 나무 타고 올라갔어요? 얼마나 높이 뛰어서 잡았어요? "
질문이 쇄도한다. 머리를 굴리지 못해, 가장 야속한 대답을 해버리고 만다.
"비밀!"
그리고는 금세 말을 돌린다.
"우리 어서 구름빵 만들어볼까? 여기 설탕 좀 넣어줄래?"
미안하다. 엄마가 좀 더 상상력이 풍부했다면 좋았을 텐데. 설탕을 넣고, 전분가루를 넣어 저으면서 아이는 조잘조잘, 구름빵이 빨리 먹고 싶단다. 아빠 하나, 엄마 하나, 본인 것 하나, 동생은 너무 어리니 먹지 못하고.
오븐에 넣어 15분 타이머를 맞춰두고 째깍째깍 시간이 가는 동안 아이의 마음도 구름처럼 부푸는 것만 같았다.
땡!
오븐으로 후다닥 아이가 달려간다. 꺼내자마자 빵빵하게 부풀어 오른 빵이 정말 한가득 구름 같았는데, 머랭의 특성상 이내 바깥이 쭈글쭈글 해진다. 그래도 밖에서 찌르면 폭신폭신 들어가는 빵이 신기해 남편도 나도 이리 찔러보고, 저리 찔러본다.
백희나 작가님의 구름빵으로 힐링하는 아들과 나
한 입을 크게 와앙 깨물고는 "음~" 이라고 해주는 아이의 리액션이 어찌나 고맙던지. 한 손에는 방금 베어문 빵을 들고는, 양팔을 크게 벌리며 아이가 말한다.
"엄마, 내일은 구름을 이마안큼 구해올 수 있어요? 구름빵 또 많~이 만들어요!"
구름빵을 먹었는데, 왜 두둥실 날아가지 못하느냐고 묻지 않아 줘서 다행이라 생각하며, 얼마나 더 길어질지 모르겠을 Lockdown의 한 주말이 입안에서 달콤하게 흘러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