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은 빼고 정보전달에 힘주는 화법

함께 일하기 힘든 동료에게는 인내 한 스푼의 여유를

by min

얼마 전 후임이 들어왔다. 1~2년 정도의 경험이 있다고는 하는데 코드나 프로세스를 이해하는 부분을 아직 어려워하는 것 같았다. 미리 셋업 된 코드가 있어 일단 한 번 찬찬히 보라고 준 적이 있다. 그런데 얼마 안 있어서 코드 다 돌렸는데 이제 뭐하죠? 하고 돌아온다.


무작정 코드만 돌리라는 뜻이 아니었다. 보통 코드는 단계별로 나아가기 때문에, 그 단계를 이해하고, 데이터끼리 왜 Join을 했는지, 각 프로세스가 무엇을 목표로 행해졌는지를 찬찬히 이해해보며 결과를 내어보라는 뜻이었다. 그런데 처음부터 끝까지 그냥 덮어쓰기로 코드 실행하기를 하고는 '다 돌렸어요.' 하는 것이 아닌가. 중간중간 테이블을 import 해야 하는 부분에서는 하지도 않고, 그렇다면 분명 에러가 떴을 텐데, 그것도 확인하지 않은 듯했다.


지금 얘를 데리고 일을 하라고?


속으로 문득 욱하는 것이 올라온다. '나는 코드는 다 이해해요. 그런데 아직 신입이라 이 과정이 무엇을 뜻하는지는 몰라요.'라는 말인지 방귀인지 모르겠는 소리를 당당하게 한다. 신입임을 훈장처럼 내세우며 모르는 것은 당연하다는 핑계만 앞선 느낌이었다.


프로세스 이해능력, 디버깅 스킬들이 탑재되어있지 않은 상태에서, 떠다 먹여주는 식의 코드를 보고 나 코드는 알아요, 하는 태도가 눈에 가시처럼 보이기 시작했다. 그래서일까. 비슷한 시기에 들어온 다른 후임에 비해, 이 후임이 질문을 해오면 마음에 날이 먼저 서는 느낌이었다. 매번 오늘은 친절하게 해 줘야지, 다짐하면서도 뭐 이런 걸 묻나 싶은 걸 질문할 때면 정말 내 일도 바쁜데 언제 이런 거 일일이 다 답해줘야 하나 싶은 때가 있는 것이다.


그러다 얼마 전, 그 후임의 리포팅 라인 상사가 준 일을 이해하지 못하겠다며 내게 물어왔다. 메신저로 전달된 업무였는데, 읽어보니 메시지가 명확하지 않았다. 다시 읽으면서 포인트를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차, 내가 느끼는 '일을 뭐 이렇게 전달해'라는 (다소 건방지지만 개인적 정신건강에는 훨씬 이로운) 이 마음이, 아직 회사에 적응 중인 그녀에게는 '암담함'이었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순간 그녀의 마음고생이 안 봐도 뻔하게 그려지기 시작했다. 종종 길을 잃은 기분을 느꼈을 수 있겠구나. 그리고 질문에 차갑게만 대답하던 나의 태도가 분명 더 힘들게 다가갔을 것이라는 생각에 미치면서, 그녀를 향했던 날 선 마음이 미안해졌다.


코드는 이해하는데 과정이 뜻하는 바를 모르겠어요,라고 한 것도 어쩌면 코드를 알기는 아니까 나와 함께 일하는 걸 걱정하지 말아 주세요 라는 뜻이 담긴 일종의 방어적 설명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내심은 시니어로 갈수록, 그리고 리더가 되었을 때 손꼽히는 하나의 미덕이다. 연차가 쌓이고 아는 게 많아질수록 더욱이 그렇다. 아무리 박학다식하고 능력 좋은 사람이라도, 인내심 없이는 잘난 꼰대 같은 것에 불과하다. 반대로 상대가 누구든 인내심을 갖고 대하는 태도는 그의 능력을 더욱 빛나게 한다.


본인이 조금만 찾아보면, 혹은 조금만 시간을 갖고 생각해보면 알 수 있는 것들인데 충분히 생각하는 시간을 갖지 않고 냅다 그때그때 이거 어디 있어요 저거 어디 있어요 이거 어떻게 하는 거에요 일일이 의존하는 태도도 태도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대에게 너그럽고 친절한 태도를 유지하는 힘은 어려운 것임에 분명하다.


이거 저번에 준거랑 비슷한 건데, 그때 알려준 폴더는 찾아봤어요?(이렇게 쓰고 보니 이것도 그리 나쁘지 않은 것 같은데, 사실 뉘앙스는 찾아는 봤니? 왜 또 비슷한 걸 갖고와서 묻니 에 더 가까움)라고 하는 것보다는 그거 여기 있어요. 보통 지난 업무는 공유 폴더 찾아보면 대부분 있으니 참고하세요.라고 감정은 빼고 정보전달에 힘을 주는 화법을 사용할 것.


후임 입장에서는 결국 대답을 얻 얻었지만, 전자의 경우에는 마음만 상하고, 또 나는 나대로 가르쳐주고 욕먹는 입장이 될 수 있지만, 후자는 업무 방식에 대한 정보가 남고 내 마음도 한결 편하다.


각자 나름대로 고군분투하며 일하는 직장생활에서, 나의 말 한마디로 누군가의 마음의 짐을 조금이나마 덜어줄 수 있는 위치라는 것은 사실 감사한 일이다. 인내 한 스푼으로, 다들 조금 덜 힘들게 일할 수 있으면 모두들 좋지 아니한가. 무엇보다 제일 편안해 지는 건 아마 본인의 마음일 것이다.




Image: unsplash.com/llyuza Mingazov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