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o와 함께 일을 하는데 어려움이 많습니다.
경력에 비해 테크니컬 스킬은 업무 수행을 하는 데에 부족하고,
책임감 결여로 일을 믿고 맡기기가 어렵습니다.
미쳤다. 답답함이 끓고 끓어 결국은 두 단계 위의 상사와의 1:1에서 동료에 대한 부정적 피드백을, 묻지도 않았는데 꺼냈다. 그래서 내 마음이 어떻냐고? 후련할 줄 알았는데, 그보다 후회의 감정이 크다.
그녀를 트레이닝 하는 데에 많은 시간을 보냈으나, 걸핏하면 아팠고, 할머니가 돌아가셨고, 할아버지의 형이 돌아가셨고, 또 아팠고 등등 6개월 동안 함께 일한 기간은 3개월도 채 되지 않았다.
팀이 그녀에게 쏟는 시간에 비해 아웃풋은 기준 미달이었고, 경력이 있다고 하는데 어린 아이처럼 손을 붙잡고 처음부터 끝까지 개념을 설명하고 코드를 봐주어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러다 고무적으로 이부분은 해볼 수 있겠죠? 하고 다음주에 아웃풋 디스커션을 위해 미팅을 잡으면 미팅 1분 전에 (공교롭게도, 하지만 사실일)인디아에 계시는 할머니가 돌아가셨다는 메시지만 남기고는 앞으로 며칠 일을 못하겠다고 돌연 잠적한다.
그리고는 돌아와 하루 이틀의 시간을 주고 결과값을 체크하려고 하면 또 아파서 한주 두주가 미루어지더니, 이내 방법을 까먹었다고 다시 알려달란다. 결국 자꾸만 누가 돌아가시고 자꾸만 병가를 내어, 나중에는 모든 일을 혼자 고스란히 떠안게 되었다. 프로젝트는 마무리 되어야 했고, 마냥 기다릴 수만은 없었다.
그녀의 출근 준비가 곧잘 늦어진다는 것을 알아 9시가 아닌, 9시 반에 회의를 잡으면(이 역시 당일에 잡는 것이 아니고 며칠 전 미리 잡아둔다.) 5분전에 난데없이 45분만 미뤄줄 수 있느냐는 연락이 온다. 그래, 그럴 수 있지, 내가 오늘 하루 마음속으로 대강 할 일들과 시간 분배를 정해두었으나 사정이 생기면 바뀔 수 있지. 그러나 정작 45분 후에는 아무 말 없이 미팅에 나타나지 않고, 메시지를 보내도 답이 없어 한참이 지난 후, 이제 나는 move on 하여 다른 일에 집중하고 있는 중간에 뜬금없이 메시지를 보낸다. '아까 그거 지금 회의해요. Please'
문장 끝마다 Please 만 붙이면 공손하게 들릴 것이라고 착각하는 것인지, 아니면 Please를 붙임으로써 호소력 깊게 전달하겠다는 뜻인지는 모르겠으나, 시도 때도 없이 붙는 Please가 불편해진다.
대부분 나의 시간을 갉아먹는 식의 업무 방식과 태도가 무례하다고 느껴졌다. 일할 때 지켜야 하는 기본 예의에 대한 감각이 없었다. 내가 그녀의 직속 상사는 아니었으므로, 따로 뭐라고 말을 하기도 그래서 속으로만 삭이느라 끙끙 알던 중.
두 단계 위의 상사와 1:1 커리어 플랜 미팅이었는데, 내 미래를 논의해야하는 자리에서 답답했던 마음이 터져나와버렸다. 감정적으로 말을 한 것이 아니었을지라도, 단어 선택이나 문장의 뉘앙스가 강했다.
하고 싶은 말을 다 해놓고, 나는 왜 후회하나?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는 나이만 먹은 미성숙한 인간이었고, 이야기를 꺼냈을 때 상사의 반응이 의외였다.
피드백 고마워요. 당신이 그녀와 일을 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니 미안합니다. 우리는 이 상황에 대해서 해결하려고 노력을 해왔고, 계속 노력할 것이며 나아지도록 할 거에요. 당신이 많은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어요.
시간이 걸리고 있지만 곧 해결되리라 믿습니다.
뭐지 너무나 차분한 이 대응은. 정중한 대답에 감동을 받아야 하나, 아니면 내가 지금 이야기를 잘못 꺼낸 것일까. 마치 어디 저런 애를 뽑았나요 하고 나무라는 것 처럼 들린걸까. 부드럽게 이야기 해주시는데 어딘가 석연찮은 이 기분. 그래서 내가 바랐던 것은 도대체 뭐였나 생각을 해보았다.
어쩌면 내가 원한 건 맞장구 같은 거였을지도 모른다.
그래 걔 그런 것 같더라, 뭐라고 이야기를 한 번 해야지 안되겠다.
마치 여동생이 나 꼬집었다고 이르는 4살 아들이 원할 법한 그런 해결방식 말이다.
피드백도 타이밍이다.
프로는 불평하지 않아야 한다는 뜻이 아니다. 그녀가 입사 후 한두달 정도 지났을 당시, 그녀의 업무 능력이 어떤지 솔직한 의견을 들어보고 싶다고 같은 상사가 물어온 적이 있었다. 사실 초기에 그녀와 단 둘이 업무 이야기를 하면서 쎄할 때가 있었으나, 잘하고자 하는 마음이 커보였고, 노력하는 태도가 중요한 것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식스센스는 접어두고 - 더 솔직히 말하면 누군가를 나쁘게 말하지 않음으로써 내가 좋은 사람이 되고 싶은 마음에 애써 긍정적 피드백을 했더랬다.
그런데 왜 이제와서? 묻지도 않았는데 날카로운 피드백을 깜빡이도 없이 들이댄걸까. 아무리 건설적인 피드백으로 포장하여 이야기를 전달한다 할지라도, 문제는 피드백을 전달한 타이밍이 내 속에 불만이 가득했을 때라는 것이다. 말이 피드백이지 자칫하면 뒷담화가 될 수도 있고, 긍정적인 이야기도 아닌데 감정을 배제한 상태가 아무래도 필수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아무리 팩트만 말했다고 하더라도 내 속은 내가 아니까.
그리고 또 하나. 상사가 정말 그녀의 실력부족이나 나태함을 몰랐을까?
한 번은 했어야 하는 이야기.
상사의 정중한 대답에 나는 부끄러워졌다. 경솔했고, 마치 세상 일 내가 다 하는 것 처럼 말한 것만 같은 느낌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제가 한 번은 했어야 하는 이야기였을 것이다. 다만 그 피드백을 전달하는 시기나, 당시 나의 마음 상태가 중요하다는 것을 알았다.
(아직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지만) 혹시라도 회사에서 어떠한 조치가 그녀에게 내려지게 된다면, 내 마음은 불편해질 수 밖에 없다. 일개 미생의 의견이 적극적으로 반영이 될 리 만무하나, 그래도 마음이 하는 일이 그렇다.
동료와 나를 분리하는 법을 익혀야한다. 특히 나의 에너지와 시간을 갉아먹는 동료일수록, 감정적으로 분리되어 나는 나의 길을 묵묵히 갈 줄 아는 법을 아는, 좀 더 성숙한 인간이 되기를 바라며 흑역사로 남을 부끄러운 반성문은 여기서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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