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기 초에 학교에서 관리하는 엄마들 그룹챗이 만들어졌다. 교복 업체가 바뀌면서 물량이 아직 들어오지 않았다는 소식부터, 학교 행사에 대한 소식을 나누는 곳인데 딱 새 학기의 기분처럼, 단톡방의 기운은 대체적으로 붕 뜬 느낌, 설렘 같은 것들이 몽글몽글 떠다녔다.
학교에서는 입학 전 오리엔테이션을 1주일에 한번 금요일마다 4주에 걸쳐했다. 선생님의 설명이 있은 후, 학부모들끼리 이야기하라는 시간을 주는데, 딱히 어색하여 뭐라고 말을 하기가 참 그랬던 시간.
영어는 제2 외국어라는 항상 따라다니는 두려움에 엎친데 덮친 격으로 사교성도 부족하여 처음 만난 사람과 이야기하는 걸 더욱 어려워하는데. 엄마들이 쏼라쏼라, 지금 생각하면 아무 짝에도 쓸모없는 어떤 일을 하는지에 대한 질문에 대답을 하며, 탐색전에 휘말리는 시간을 겨우 견뎠었다.
오리엔테이션을 마치던 마지막 주에는 남편이 갔는데, 알고 보니 그날 엄마가 안 온 아이는 나뿐이라고. 오리엔테이션을 마치는 기념으로 기념용 메달도 한 명씩 받고, 어떤 행사처럼 거행된 것 같았다.
좀 무딘 건가 싶을 만큼, 입학 첫날도 아니고 학교 졸업도 아니고. 그냥 오리엔테이션일 뿐인데 왜 이리 호들갑일까 좀 시큰둥했다.
학교는 아이가 다니는 거지, 내가 다니는 것이 아니라 생각하며 조용히 빠져 있었다. 그리고는 킨디 시작 후 얼마 되지 않았던 어느 날, 단톡방에 한 엄마가 교복을 물려받았는데, 아이에게는 너무 크다며 필요한 사람에게 나눔 하겠다고 단톡방에 올렸다. 그 교복을 가져가겠다는엄마가 나타났고, 거기까지는 그냥 보통의 나눔 메시지이려니 했는데.
엄마들의 사교성이 핸드폰 스크린을 뚫고 나오는 것만 같았다. 이런 현상이 나쁘다는 것이 아니라, 소설 같은 데서나 읽힐 법한 문장들이 내 눈앞에서 벌어지니 신기하면서 한편으로 걱정이 앞선다.
샴페인? 커피 이런 걸로 시작 안 하고 바로 샴페인?
순간 이 엄마들 모임에서 나 잘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
이후 5월 엄마의 날 기념(호주는 5월 엄마의 날, 9월 아빠의 날이 있다.)으로 엄마들끼리 이탈리안 레스토랑 가는 것도가지 않았고, 무슨 코스튬 파티처럼 80년대 팝가수 주제로 옷을 차려입고 아이들 없이 학부모들끼리 모여서 샴페인 마시는 저녁도 우리 부부는 갈 수 없었다. 아이를 돌보아줄 사람이 없었으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