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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n Aug 09. 2023

아이가 같은 반 아이에게 맞고 왔다.

첫째 아이는 내성적인 편이다. assessment 때부터 직감했지만, 아이가 수줍음이 많아 학교 생활이 순탄한지 줄곧 마음을 쓰고 있었다.


아이에게 종종 학교에서 누구와 놀았는지 물어보고 싶지만 그건 아이에게 꼭 친구가 있어야지만 정상이라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고 하여 대체로 무얼 하고 놀았는지 물어본다.


들어보면 아주 당당하고 활기찬 아이가 술래도 정하고 놀이도 정하고, 어쩔 때는 누구를 끼워주고 빼는 것까지 정하며 노는 것 같았다.


어느 날은 우리 아이가 선택되어 함께 놀고, 어느 날은 함께 어울리지 못한다고 한다. 엄마의 입장에서는 그럼 다른 애랑 놀면 되지~라고 해보지만 그 그룹에서 자기 의지와 상관없이 빠진 날 아이는 이미 상처를 받은 눈치다.


하루는 또 한 아이가 "이것 봐, 이것 봐" 하면서 자신의 주먹을 보라고 하더니 그 주먹으로 아이의 배를 아주 깊이, 쎄게 때렸다고 했다. 너무 아파서 울 뻔했지만, 울음을 삼켰다고. 울고 싶지 않았다고 5살짜리 아이가 말한다.


가슴이 와르르 무너진다.


너도 때리지 그랬어!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왔다.


"그래서 어떻게 했어? 선생님은 알고 계시니?"


남자아이들 원래 다들 그렇게 치고받고 논다고 하기엔 유독 한 아이가 다른 친구들에게도 자주 힘을 행사했다.


너도 그런 애들 다룰 줄 알아야 한다고, 태권도를 보내야겠다는 아빠의 말에 아이는 본인까지 같이 때리면 걔랑 같은 애가 된단다. 싸움만 나고 문제에 휘말릴 수 있어 그냥 그 아이를 피해 다른 데로 갔다고 한다.


무너진 마음이 전혀 나아지지가 않는다. 그치. 같이 때리면 싸움이 날 수 있겠지. 문제가 될 수 있겠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가 너를 때리면 그 순간은 똑같은 애가 되어도 좋으니 어디 가서 맞고만 다니지는 않았으면 하는 본심.


진짜로 하고 싶은 말은 꾹꾹 누른 채. 적어도 아이가 맞은 후에 꿀 먹은 벙어리처럼 있지는 않길 바라는 마음으로 아이의 눈을 보고 세뇌시키듯이 말한다.


때린 친구에게 앞으로 가까이에 다가오지 말라는 말을 아주 단호히 하라고. 아무도 너에게 함부로 손을 대선 안된다고.


아이의 교우 관계에, 엄마가 해줄 수 있는 건 고작 몇 마디 말 뿐이라는 걸 실감하던 . 너는 앞으로 네 자신을 어떻게 지키며 살아갈까. 우리는 그 과정의 시작선에 있는 것뿐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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