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당신의 하늘은 어떤가요

하늘이 하는 이야기를 듣는다.

by min


집 앞 이른 아침, 뿌우연 안개가 마치 당시 내 인생 같던 날
말간 하늘이 얼굴을 내밀고 귀신처럼 안개가 줄지어 놓여 있던 날 아침
노오란 하늘에 검푸른 구름물결
하늘이 열리는 것일까 닫히는 것일까
몇가지의 색이 보이나요?
불타는 하늘
주말, 모퉁이에 텃밭을 만들어 놓고 보내는 게으른 오후
Taupo 숲속 캠핑 날, 물뜨러 갔다 오겠다더니 함흥차사인 그를 기다리다 마주한 하늘
오클랜드의 하늘은, 특히 6-7월 겨울엔 구름 한그득 머금고 우중충한 날이 부지기수
스키장으로 유명한 Mt. Rupehu 바로 얹어리에 걸터 앉아 바라본 하늘
20160817_140155_HDR.jpg 오늘 오후 2시, 오랜만의 산책길에 낙낙하게 깔린 구름과 따뜻한 햇볕이 기분 좋던 시간 (강아지를 놓지 못해 살짝 흔들렸다)


축축하고도 질긴 오클랜드의 겨울. 오후 5시 반쯤이면 이미 어둑해진 하늘을 머리 위에 이고, 창문을 부술 듯 타닥타닥 두드려대는 빗살을 몇 주째 듣고 있으면, 그 끈질긴 날씨를 거스르기 위해 마음 추스려야 할 때가 종종 있다. (개인적으로 비오는 소리를 참 좋아하는데도.)


차라리 눈이라도 펑펑 오는 날카로운 겨울이었으면 했다.

온 세상이 슬픔에 젖은 듯, 밤낮없이 울어대는 겨울의 반항은 때로는 우박으로, 비바람으로, 잠깐 밀당하듯 얼굴을 들이미는 햇빛으로 대신하곤 했다.


마치 내가 어찌할 수 없는 야멸차고 제멋대로인 사랑 같은 것 처럼.

하루에 수십번 얼굴을 바꾸며, 너만의 끈질김이 다해야 마침내 한낮의 평화로운 오후같은 얼굴을 하고 말갛게 웃어보일 수 있는 상처처럼.

뿌연 목적지 하나 두고 길 잃은 청춘의 나약함처럼.


어떤 날엔 내 인생을 대변하는 것 같고,

어떤 날엔 나를 더 아프게 하는 것 같고,

어떤 날엔 나를 위로하는 것 같다가도,

어떤 날엔 나에게 참 무심한 것 같은,


하늘이 하는 이야기를 듣는다.


오늘, 당신의 하늘은 어떤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