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10days essay training_season2. day5

by 시월

"내친구 진서 있잖아. 걔가 원래 이름이 미연이었거든. 근데 이름이 안 좋다고 해서 현지로 바꿨다? 그런데 또 안 좋다고 해서 진서로 바꾼거야. 그래서 걔네 집에 전화해서 걔네 엄마가 전화 받으면, 안녕하세요 저 진서 친구 서현인데 진서 있어요? 그러면 아 미연이 친구구나. 네 맞아요, 현지 좀 바꿔 주실 수 있으세요? 그래 있어 바꿔줄게 잠시만, 진서야~ 이렇게 되더라구"


친구가 몇 년 전 해줬던 이름에 얽힌 웃픈 얘기다. 바뀐 이름을 불러주어야 좋다 해서 바뀐 이름으로 부르곤 했는데 친구네 가족과 얘기하게 되면 원래 이름, 첫 번째 이름, 세번 째 이름까지 골고루 다 부르게 된다는 그런 얘기였다.



나 또한 이름을 바꾼 사람으로서, 이름이 바뀌면 삶이 바뀌는 가에 대한 질문을 품으며 살아가고 있다. 이름을 바꾼 이유는 무엇이 안 좋아서는 아니었고, 다만 놀림을 너무 많이 받는 이름이라서 그랬다. 유치원에 갔는데 두 글자인 이름, 나와 같은 성씨를 가진 이름은 단 하나도 없었다. 어딜가나 주목받았고 그 당시엔 그게 정말 부담스럽고 싫었다. 현명하게 대처할 줄도 몰랐다. 그저 집에 와서 울곤 했을 뿐.


그런 기억으로만 남았던 그 이름은 여전히 내 이름에 묻어 있어 종종 누군가는 그 이름으로 나를 부르거나 별명인 양, 좋은 발견을 했다는 양 부르곤 한다. 다만 달라진 것은 내 반응이다. 더 이상 눈물이 나거나 부담스럽지 않고 유쾌하게 넘긴다. "사실 내 이름 그거였어."하고. 그러면 상대는 깜짝 놀라며 장난치지 말라고, 거짓말 하지 말라는 말을 함과 동시에 동그래진 눈으로도 말한다. '사실대로 말해.'


이름에 얽힌 얘기를 듣고 나면 그 사람은 나와 그 이름과 이름을 바꿨다는 사실을 참으로 오랫동안 기억한다. 그래서 나는 때때로 궁금하다. 이름이 바뀌어 내 성격도 바뀌고 반응이 달라진 걸까. 아니면 그냥 나는 원래 이런 사람이었던 건데 그때는 어려서 반응이 어색했던 걸까. 이름이 바뀌면 삶이 달라지는 걸까. 그렇다면 원래 이름으로 살았다면 어땠을까. 꼬리에 꼬리를 문다.




큰 아이와 둘째 아이 모두 태어나기 전부터 이름을 정해두었다. 큰 아이는 남편이 음을 짓고 내가 한자를 골랐으며, 둘째는 남편이 친정엄마로부터 의견을 받자고 하여 가운데 자는 공통으로 하고 뒤의 한 자를 받아 와 마찬가지로 내가 한자를 골랐다. 부모로서 줄 수 있는 첫 번째 선물이라며, 너무 흔하거나 너무 튀지도 않고 너무 유행을 따르지도 않을 것 같은 것 중에 너무 놀림받지도 않을 것 같은 걸 고르고 골라 지었다. 한자를 지을 때는 그 음을 가진 한자 중 가장 좋은 뜻을 지닌 것을 골라 넣었다.


그런데 둘째가 태어나자 마자 너무 많이 아팠고, 모든 둘째들은 그렇다는데 남편은 그게 충격이었는지 상의도 없이 철학관에 가서 생시와 이름을 말하고 좋지 않은 이야기를 물어왔다. 상의 끝에 음은 남겨두기로 하고 아이들에게 가장 좋을 한자로 한자만 개명신청을 했다. 개명 절차는 생각보다 쉬웠고 돈도 많이 안 들었으며, 결과도 금방 나왔찌만 그 뒤로도 내 속은 참 오랫동안 시끄러웠다. 내 욕심에 잘못된 선택을 한 것 같아 두려웠고, 들었던 말들이 내 안에서 잡음을 일으키곤 했으므로.


그러나 이 시끄러움은 온전히 나의 몫이므로 사랑하는 너희들은 아무것도 모른 채, 이름과는 상관없이 그저 너희의 삶을 충만하게 꾸려나가길 그저 간절히 바랄 뿐이다. 내가 내 이름이 과거에 어땠는지와 상관없이 살아온 것처럼, 그리고 지금 그 이름은 그냥 어떤 해프닝에 지나지 않게 된 것처럼. 부모로부터 받은 이름에 갇히지 말고 너희 자신을 잘 관찰하고 돌보며 너희 그 자체로서 충실히 살아가길 바랄 뿐이다.

매거진의 이전글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