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동적으로 들어간 대학원에서 만난 동기들은 나이도 경력도 제각각이지만 어찌나 마음이 잘 통하는지, 힘든 수업에도 그저 같이 모여 저녁먹고 수업듣는 게 엄청난 이벤트이자 낙이었다. '언제 한 번 방잡고 놀자'는 말은 흩어지지 않고 씨가 되어 '워크숍'이라는 멋진 포장지를 입고 현실이 되었다. 모처럼만의 기회에 기분이 들떠 큰 목소리로 웃고 떠들며 역할맥의 얼음쌩맥주를 들이키고 있을 때 귓가에 노래가 들렸다.
"첨부터~ 너란 존재느은~ 내겐 없었어~ 네가 내게 해앴드읏이~~ 기억해 내가 아파했던 만큼 언젠간 너도~ 나아닌 누구에게에~ 이런 아픔 겪을테니~~"
입에서는 줄줄 나오는데 도무지 가수도 제목도 모르겠다. 네이버 음원검색을 재빨리 눌러보지만 주변이 시끄러워 인식하지 못했다는 절망적인 말만 나올 뿐이지만 요즘이 어떤 시댄가. 방금 흥얼거렸던 그 가사를 얼른 검색했더니 명쾌하게 답을 준다. '에메랄드 캐슬'의 '발걸음'
아, 역시나 척하면 척, 2차로 맥주를 마시고 바로 숙소로 들어가려는 계획이었는데 누구였는지 기억이 안나지만 노래방 얘길 꺼낸다. 찌찌뽕, 나만의 열쇠! 당장 주변 노래방을 검색해서 들어간다. 상호는 기억나지 않는다.
들어가자마자 '에메랄드 캐슬'의 '발걸음'을 멋들어지게 불러제낀다. 대학원 동기지만 제일 막내이므로 언니들이 부를 곡을 찾는 동안 얼른 재롱을 부려버리는거다. 그랬더니 언니들 모두 놀란다.
"몇 살이랬지?"
"유튜브에서 배웠어?"
"이 노래 어떻게 알아?"
막내가 맞고, 유튜브에서 배운 건 아니다. 그러나 이 노래를 어떻게 알았던가. 기억나지 않은 채로 인생의 마지막 밤인 듯 신나게 놀았다. '자자'의 '버스 안에서', '소찬휘'의 'tears'... 계속 나이를 의심 받으며. 그 시절 노래들을 즐겼다.
다음 날 아점에 커피까지 찐하게 마시고 돌아오는 길, 차안에서 다시 '발걸음'을 틀어 뭐라도 되는 듯 노래를 부르며 생각해본다. 이 노래 어떻게 알았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