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

by 시월

친한 동생들이 17년의 연애 끝에 결혼을 했다. 결혼식장에 앉아있으니 함께 했던 어린 날들도, 사는 게 바쁘고 예민해 살뜰히 들여다보지 못한 날들도, 때때로 마음 속으로 궁금해 하기도 하면서도 또 그것이 괜한 오지랖이 되어 반갑게 만난 날들에 얼룩을 남기지 않도록 경계하던 그 모든 날들이 스쳐 지나갔다. 주인공도 주인공 가족도 아니지만 언제나 그렇듯이 왜인지 명확히 설명할 수 없는 이유로 눈물이 줄줄 흘렀다. 그제서야 평소 들지 않다가 하객의 TPO에 맞게 들고 온 가방엔 휴지도, 손수건도 없다는 것을 깨닫고는 매번 같은 실수를 하는 스스로가 어이없어 눈물을 마냥 떨구고 있었다.


그때였다. 함께 친하게 지내온 친구의 아들 A가 날 본 것은.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A는 눈이 동그래져 제 엄마를 쳐다 봤다. 그도 그럴 것이 큰 목소리로 깔깔거리는 이미지의 이모가 울고 있으니 당황스러울 수 밖에. A의 엄마인 내 친구는 뭐라 말해야 할지 몰라 했다. 사실 친구는 아주아주 쿨하다 못해 차가운 극 T형 인간인데 그렇다고 아들에게 어른의 언어로 설명하긴 곤란했을 터다.


잠시간의 침묵을 깨고 내 친구가 아닌 내 딸의 입에서 나온 말, '수도꼭지'


엄마 또 수도꼭지 고장났네, 잠궈 좀.


너무 자주 울어 내가 울어도 걱정은 커녕 놀려 대더니, 필터없이 내뱉는다. 뭐, 사실이니 그러려니 한다. 둘째 발표회 때 눈물이 멈추지 않아 아이 인계해주시는 담임선생님께서 혼란스러워 하실 때 나조차도 '선생님 원래 저 잘 울어요. 괜찮아요. 신경 안쓰셔도 돼요.'했었으니.


다시 한번 할 말을 잃은 친구가 세상 따뜻하게 휴지를 건내주었다. 고오맙다 고오마워. 모두 날 생각해주니 눈물이 난다 증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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