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는 젊어서 좋겠다. 그러니 이렇게 찬 걸 먹지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젊은 건 내일보다야 젊겠지만 신규 선생님 중 03도 있는 걸 보니- 아 참고로 03학번 아니고 03년생이다- 이제는 그닥 그렇게 막 팔팔하게 젊은 건 확실히 아니다 싶다. 그런데 늘 그렇게 찬 걸 찾는 건 맞다.
중학교 3학년 때 잠시 아이스크림 가게 사장님을 꿈꿨던 적이 있다. 너무 좋아서였다, 아이스크림이. 마치 유치원생일 때 가장 부러웠던 사람이 동네 문구점 자녀였듯, 초등학교 3학년 때 가장 부러웠던 사람이 슬기서점의 딸인 '슬기'였듯. 그냥 그렇게 철없게 너무 좋아서, 그 때 당시엔 세상에 아이스크림만 파는 가게는 '베스킨 라빈스'나 '나뚜르' 밖에 없었는데도 아이스크림이 너무 좋아서 그냥 막 먹고 싶어서 그랬다. 너무 좋아해서 아주 추운 겨울 날에도 장갑도 없이 아이스크림을 길빵하고 다녔다. 미술학원 끝나고 집에 오는 길 추워서 입김을 호호 내불면서도 아이스크림을 매번 먹었다. 고등학생 때도 그랬다. 더 이상 아이스크림 가게 사장님을 꿈꾸지는 않았지만 밥 먹고 꼭 아이스크림을 하나씩 먹었고 조금 더 힘든 날에는 꼭 콘을 먹었다.
그러다 언제부터였을까. 그냥 그게 커피로 바뀌었다. 대학생 때 어쩌다 먹어보고 빠져버린 헤이즐넛 시럽을 넣은 아메리카노 때문이었을까. 임용고시를 보던 시절 독서실에 카누와 헤이즐넛 시럽을 구비해놓고 집에서 텀블러 두 개 중 하나엔 얼음을 가득 넣어간 뒤 다른 하나에 뜨거운 물 조금에 카누를 녹여 찬물과 얼음을 덜어담고 헤이즐넛 시럽을 두 펌프 짜서 휘휘 저어 마셨다. 누릴 수 있는 공간 전부였던, 아주 어둡고 좁은 독서실 책상에서 즐길 수 있는, 스스로에 대한 최고의 대접이었다.
믹스를 먹으면 배가 아파서였을까. 뜨거운 걸 잘 먹지 못해서였을까. 아니면 인생이 더 써서 커피쯤은 쓰지 않게 느껴졌기 때문이었을까. 커피를, 음료를 아직은 무조건 찬 것만 찾는다. 속에서 부글부글 끓을 때가 많아서 그런걸까. 추운 영하의 날씨가 계속되는 한 겨울에도 우리집 냉장고 얼음통은 늘 가득차있다. 이유가 무엇인지는 모르겠다. 그치만 이유가 무엇이 되었든 확실한 건 그 차가운 음료를 마실 때 내 기분은 한 결 나아진다는 것이다. 아주 어릴 적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신이 났던 것처럼.
그래서 뜬금포지만 내 당근마켓 닉네임도 얼죽아다. 나눔을 많이 하는 얼죽아. 행복한 얼죽아. 이 쓰기만 할 것 같지만 과일향도 초콜렛향도 품은, 시원하고 개운한 이 음료를 오래오래 즐기고 싶다! 매일의 오늘은 어쨌든 내일보단 젊을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