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월일일

by 시월

12월이 되면 크리스마스 분위기로 들뜨고 31일에는 제야의 종을 치며 들썩거린다. 그러다 1월이 되면 모든 게 새로 태어나는 것만 같은 분위기였다. 그런데 어느 시기엔가 연말연초의 분위기가 사라지고 그냥 아무렇지 않은 날들 중에 하루가 되었다. 세상이 변해서 그런 것도 있지만 내가 하는 일의 특성상 1월은 아직도 한창 때고 3월이나 되어야 새해가 시작되는 것처럼 느끼게 된 것도 있는 것 같다.


일월일일에서 벌써 백일 남짓 흐른 지금, 이제서야 새해가 시작되었다. 2월 말 새학기 준비 근무를 하며 12월부터 몇번이고 몇번이고 점검했던 생기부를 한번 더 오류점검한 뒤 출결 마감을 누르고 전체 마감까지 완료하고 새로 맡은 아이들의 명단을 받았다. 몇몇은 재작년에 가르쳤기에 얼굴이 둥실둥실 떠오른다. 어떤 애였더라.


그치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건 같은 학년을 맡아도, 같은 교과서로 수업을 해도, 같은 방식의 수업을 하는 것을 못견뎌하는 나 자신 때문에 모든 걸 다 새로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략적인 희망사항은 있지만 확실한 업무분장이 날 때까지 얼음 땡 상태로 있다가 한참을 생각하고 구상해온 것들을, 방학 중 받아놓은 연수와 버무려 새로운 수업으로 창조해낸다. 어쨌건간에 벼락치기나 다름 없으므로 2월 말은 거의 초주검 상태다. 올해는 3월 2일이 대체공휴일인 덕택에 더 많이 바빴다. 각종 계획과 더불어 여러 수업을 구상하자니 넋이 나간 상태로 계속 야근을 해댔다.


그런 덕택에 나의 일월일일인 삼월삼일은 무사히 흘러갔다. 처음 만난 아이들, 다시 만난 아이들과 단추를 하나 둘씩 끼워가고 있다. 지금은 벌써 찾아오는 지난 해 졸업생 아이들이 더 익숙하지만 아마 얼마 뒤엔 이 낯선 아이들과 오늘보다 더 친근하게 웃고 있겠지. 나의 일월일일인 삼월삼일을 지나 드디어 새해 첫 금요일이다. 퇴근길마저 고단했지만 한 주간 잘 버텨냈다. 나의 새해를 응원하며 토닥토닥 치킨을 시켰다.


띵동-


치킨 먹으러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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