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를 찾아서

by 시월

간밤에 술을 거나하게 먹고 온 남편이 뻔뻔하게 말했다.


"나 차 놓고 왔어. 거기까지 태워다 줘."


추운 11월이었다. 아니 황금같은 주말에 독박육아를 시켜놓고 저렇게 말하나 싶었다. 그치만 너무 추우니 대중교통으로 오가려면 고생스러울 테고 한편으로는 얼른 차갖고 와서 애들 같이 보자는 계산도 한 몫 했다.


"그래 가자."


사람 좋은 척 태우고 가려는데 이 사람이 기대치 않았던 말을 한다.


"차키가 없어."


여분의 차키를 챙기게 하고 낯선 곳 반대편 주차 가능한 길가에 남편의 차가 보여 내려주었다. 얼른 와 하고 집으로 가는데 전화가 왔다.


"차키가 없어."


아니, 이 사람아. 진짜 없으면 안 되지 않냐고!!! 분명 택시비보다 대리비가 싸다고 술먹는 자리에 굳이 차를 끌고 간 다음에 택시를 타고 왔기 때문에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이다.


"택시 뭐 탔는지 카카오택시 봐봐."

"나 어제 대리비하려고 한 현금으로 보이는 택시를 탔어."


그때부터였다. 나는 인천의 모든 택시 회사에 전화를 걸었고, lost112 사이트를 수없이 들락날락했으며, 남편은 근처 CCTV 정보요청과 더불어 탑승 지점 주변 가게에 부탁해 CCTV 영상을 확보했다. 그러나 화질이 좋지 않아 마음고생해가며 할 수 있는 모든 걸 하다 결국엔 80만원에 달하는 차키를 어떻게 하면 저렴하게 복사할 수 있나 알아보기에 이르렀다. 평소 물건 간수에 철저한 남편은 자기 죄가 크다며(알긴 아는 구만) 괴로워했다. 아무리 싸도 25만원. 게다가 그 가격에

키를 복사해주는 업체는 매우 먼 지방에 있었다.


그렇게 포기할 즘... 남편의 아는 동생이 집에 접이식 자전거를 빌리러 왔다. 거실 한 켠에 있는 접이식 자전거를 여자친구와 함께 타고 싶다며 나와 남편의 것을 나란히 빌려가려 와서는 한 마디 했다.


"형, 여기 왜 차키가 있어?"


"!!!!!!!!"


한 달 가까운 시간 동안 저기 저렇게 있었다니. 남편 가만안도!!


이제 남편은 차있는 날 절대로 술을 먹지 않는다. 술을 먹어도 현금으로 보이는 택시를 절대 바로 잡아 타지 않는다. 그럼, 그래야지. 그래야 하고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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