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를 못타는 이유

유가 100달러 시대

by 시월

불붙은 국제유가, 결국 배럴당 100달러 돌파..."150달러 갈수도"


무섭다. 출퇴근길 가장 저렴한 주유소의 경유값이, 지난주 화요일 출근길에 분명 1567원이었는데 오늘 퇴근길에 보니 1890원이다. 그래도 다른 곳들에 비해 저렴한 가격이라는 게 정말 믿기지 않는다.


이렇다보니 출근 시간이 되기 전 아침인사와 함께 간밤에 얼마가 날아갔는지, 오늘의 기름값은 얼마를 기록했는지가 요즘의 스몰톡이다. 소나타 한 대가 날아간 우리집은 아무것도 아니게끔 벤츠 두 대가 날아간 어떤 집도 있다. '내 손톱 밑의 가시가 더 아프다'는 말이 있듯 저 집의 벤츠 두 대가 있었다는 것에 놀라울 뿐 우리집 소나타가 더 아쉽고 아깝고 마음이 저리다.


그런데 당장은 소나타고 벤츠고 저놈의 기름값이 문제다. 다들 이야기한다. 지속되면 출퇴근을 어찌할거냐. 대중교통을 타고 다녀야겠다는 얘기부터 이쯤되면 택시가 더 싼 건 아니냐 하는 말도 나온다.


그러나 나에겐 택시가 더 쌀 리는 절대 없다. 첫째, 출퇴근 거리가 왕복 50km에 달하기 때문이며 둘째, 택시를 타면 받는 스트레스가 무시무시한 기름값보다도 더 무섭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무릇 비용이란 단순히 ‘드는 돈’만을 말하는 것은 아니므로.


어린 시절 택시를 탈 때는 현금을 냈다. 몇 번 탄 적도 없었지만 그때마다 잔돈이 애매하게 남으면 ”잔돈은 됐어요. 아저씨“라고 말해야 할 것 같아서 부담스러워 더 타기 어려웠다. 늘상 아르바이트를 했던 고학생으로서는-아르바이트를 대학시절 17개 정도 했다-100원, 200원도 아쉬웠기에, 택시를 타는 일은 정말 드물고도 어쩔 수 없는 일이었는데 누가 요구하지도 가르치치도 않았는데 즐겨 듣던 ‘다이나믹 듀오’의 노래 때문이었을까. 부담스럽기만 했다. 그치만 어플로 택시를 부르고 알아서 결제되는 요즘 시대엔 그런 일도 없건만 왜 택시는 안 타질까.


어쩌면 뭐든 찍어먹어보고 해봐야 되는 성정을 가진 인간이라 그런 걸까. 운전을 할 수 있게 된 뒤로는 직접 차를 몰아야지만 직성이 풀린다. 아무리 가까운 거리라도 택시 안에 앉아 있으면, 그 차가 남편 명의라 조금 서럽지만 늘 내가 타고 다니는 나의 사랑스러운 12년차 깡통차보다 최신형의 차일 수밖에 없음에도 도로 상황과 네비게이션과 미터기를 보며 궁둥이가 들썩거림을 들키지 않으려 애쓰느라 말그대로 가시방석이다. 그러므로 택시는 못타겠다.


아참, 대중교통은 값은 싸지만 보기에 없다. 폭설과 회식으로 몇 번 대중교통을 이용해봤는데 숨막혀 죽을 것 같다는 느낌을 받은 후로는 천재지변은 어쩔 수 없지만 술은 안마시기로 했다. 술을 끊지(회식 한정) 목숨을 끊고 싶진 않으므로.


그러니 유가가 안정되고 주유소에서도 얼른 예전 가격대로 기름을 팔아주면 좋겠다. 그보다 더 전에 이런 고민없게 평화로우면 좋겠다. 다음 기름을 넣기 전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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