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트레이닝 시즌4. 핫도그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원하시면 인터넷으로 똥꼬똥꼬에 대한..."
16년생 큰 딸이 28개월 쯤 됐을 때였다. 매주 화요일이면 아파트 메인 도로에 장이 섰는데 그곳의 와플은 정말 꿀맛이었다. 우리가 갈 때마다 "예쁜 공주왔어~? 공주 뭐줄까?" 하며 딸을 반겨주던 사장님 덕인지 와플의 맛 때문인지 끊을 수 없이 매주 그곳을 찾던 어느 날, 맞은 편 좌판의 핫도그가 보였다. 어찌나 탐스럽던지. 나도 모르게 찹쌀 도넛 몇 개와 핫도그 두 개를 사서 와플 사장님을 배신하고는 집으로 돌아왔다.
아이 몰래 설탕통에 넣어 옷입힌 핫도그에는 케찹과 허니머스타드를 엇갈리게 좌로 우로, 아 아니 지그재그가 어울리는 표현인가, 아무튼 잔뜩 뿌려대고는 아이 것엔 아무 것도 묻히지 않고 접시에 담아 내었다. 아이는 첫째 치고는 시판 음식을 고루 섭렵했음에도 핫도그는 낯설어 했다. 게다가 먹으라는 말이 없어 그랬는지 핫도그랑 데면데면 거리감을 유지하고 있다가 갑자기 시리를 찾았다. 맞다, 아이폰의 그 시리다.
"치리야. 핫또도 머꼬시퍼."
그랬더니, 그때나 지금이나 다름없는 시리녀석이 말했다.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원하시면 인터넷으로 똥꼬똥꼬에 대한..."
혀짧은 아이의 발음을 잘못 인식한 시리는 세상에, 핫또도를 똥꼬로 인식해버리고 만 것이다. 마침 그 장면을 찍고 있던 나는 깔깔마녀답게 호탕하게 웃어제꼈고, 아이는 더 크게 웃어넘어갔다.
"하하 치리 웃겨, 치리 방구말했네? 치리 방구꼈대. 냄새나요. 치리 웃겨요! 하하하하"
그때의 영상은 아이폰 속 즐겨찾기에 담기고 인스타그램 피드에 담긴, 자주 꺼내보는 순간 중 하나가 되었다. 그리고 그놈의 시리가 있는 아이폰을 그래서 못 버린다. 삼성은 제미나이랑 구글로 AI 인터페이스를 유려하게 구사하는데도-최근 circle to touch 기능을 보고 놀라 자빠지는 줄 알았다. 이미 꽤 오래전부터 있었던 기능같았으나 아이폰 유저인 나는, 남편까지 아이폰만 쓰는 우리집에서는 놀랄 노자였다- 삼성으로 못가는 이유가 이거다. 그놈의 아이클라우드에 모든 게 다 들어 있어서. 이놈의 똥꼬똥꼬 동영상을 쉽게 보기 위해서.
그때 너무 먹고 너무 먹였나, 요즘은 서로의 체중관리를 위해 덜 먹고 같이 움직이려고 노력하는 중이라 간식을 없앤지 좀 됐는데 오랜만에 핫도그 먹고 싶다. 이사한 지금 집은 금요일에 장서는데, 그때는 천원하던 핫도그가 지금은 4천원이라서 못 먹는 건 아니다. 참느라 안 먹는거다 라고 최면을 걸어본다.....이 시간에 주제를 접해서 푸드트럭이 다 가서 못 먹는 거다. 사실은 참기 어려웠는데 이미 먹을 수 없어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