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트레이닝 시즌4. 4. 마니또
"아~ 짜증나. 나 OO이야."
매달 자리를 바꾸는 날이면 어김없이 들려오는 소리다. 면전에 대고 저런 말을 어찌나 잘도 뱉어내는지. 마음 같아선 네 담임이라 나도 짜증난다고 말하면 어떠냐고 쏘아주고 싶지만 참는다. 그저 다른 사람이 나에게 그러면 어떨 것 같냐 정도의 훈화와 반복되면 제비뽑기는 없다는 강경한 경고로 마무리한다.
그러면서 자꾸 마니또를 하잔다. 싫다. 얼마나 진흙탕같은 일이 될런지 불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저들이 좋아하는 애들하고 마니또가 맺어지면 신나게 선물 세례를 하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아무리 미션을 주어도 아무 것도 안 할 것이 너무나 뻔한데, 그래서 상처만을 주고 받을 게 너무나도 뻔한데, 애쓰고 싶지 않은 마음이 팔할이기 때문이다.
십수년 간 쌓인 데이터에 의해 더이상 마니또는 하지 않으리라 마음 먹은 나에게 작년은 좀 신기한 해였다. 만나자마자 그렇게 몇 개의 무리로 나뉘어 배척하고 말도 섞지 않는 통에 교육청을 통해 갈등조정 어울림 프로그램을 신청해 운영하고 학급 세우기를 위해 노력을 했으나 먹히지 않았다. 몇몇 애들이 상처를 깊게 받아갈 즘 시간은 흘러 연말이 되었고, 합창대회를 앞두고는 걱정이 컸다. 큰 사건은 안 생겼으나 합창대회는 얘기가 다르기 때문이다. 사이가 좋던 애들도 '합창'이 아니라 '대회'에 미쳐 날뛰고 할퀴는 시즌이므로.
아니나 다를까 아이들은 갈등을 했고 대회에 열정적인 여학생은 우는 일까지 있었는데 그러더니 얘네가 모두 다 섞여 어울리기 시작했다. 학급에 들어오는 선생님들 모두 입을 모아 말씀하셨다.
"자기반 이상해. 헤어질 때 되더니 애들이 너무나 친해졌어. 쌤이 이것저것 할 때는 안 먹히는 것 같더니. 애들 너무 보기 좋아~"
무리는 없어지고 배척도 없어지고 무관심과 힐난도 사라진 채 진짜 저들만의 하모니를 이루고 있었다. 그러더니 마니또를 하겠단다. 속을까 말까, 에라 모르겠다는 심정으로 그래 해봐라 던져놨더니, 이것들이 졸업식 당일까지 서로에게 답지 않은 쪽지와 간식을 나누고 청소를 몰래 해주며 저렇게도 밝게 웃는다. 그러더니 실컷 아쉬워하며 교실을 떠났다. 그렇게 졸업했다.
아이들에게만 인내를, 이해를 강조했는데 아이들을 더 믿고 이해하고 기다려주는 것은 나에게도 필요한 덕목이었다. 올해는 마니또를 할까 말까. 또 속아볼까 말까. 아이들이 원하면 해주어야겠다. 일단 자리부터 바꿔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