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일놈의 자전거

에세이트레이닝 시즌4. 자전거

by 시월

남편은 결혼 전부터 싸이클을 탔다. 사이클이 맞는 표현인가? 하지만 입에는 싸이클이 더 쫙쫙 달라붙는다. 고로 싸이클이라 적겠다. 아무튼 인천에 살아도 서울로 나가기 좋은 곳에 살았기 때문에 남편은, 아니 구남친은 서울 사람들과 그렇게도 자전거를 탔다. 아니, 타댔다.


결혼하고도 변하지 않았다. 그러나 타지 말라 소리 한 번 해본 적 없었던 이유는 한 외향 하는 사람으로서 매주 있는 자유시간에 친구들도 프리를 넘어 후리하게 만날 수 있었기 때문이었으며, 또한 집에서 혼자 즐기는 시간도 나쁘지만은 않았기 때문이었다. 문제는, 그게 너무 짧았다.


결혼하고 한 달만에 임신을 하게 된 것이다. 지나보니 아무 감사하게도 만삭으로, 출산 4일 전까지 강남의 산모교실을 지하철타고 다녀올 정도로 무사히 임신기간을 보냈던 터라 어딜 가지 못하는 설움같은 건 없었는데 애를 낳고 보니 이건 완전 다른 문제였다. 일단 찢어질 듯 아픈, 아니 찢어져서 아픈 회음부가 미칠 듯이 아팠고, 어쨌든 몸뚱아리는 조리원에 그야말로 갇힌 신세였다. 둘째 낳고는 여기가 천국이구나 했지만 후반이었어도 나름 팔팔했던 이십대는 어찌 쉬어야할지 도통 모르겠는 그런 시간이었다.


그 와중에 남편은, 아니 남편놈은 또 탔다. 자전거를. 심지어 배우자 출산휴가를 쓰고. 그때는 몰랐다. 배우자 출산휴가를 출산날부터 안 써도 되는지를. 조리원에서 퇴소한 뒤 쓰게 했어야 했는데, 느닷없는 평일 공짜 휴가가 생긴 남편은 집에 아무도 없겠다, 할 일도 없겠다, 신나게 자전거를 타러 가버렸다. 거기까지는 그렇다 치더라도 신나는 질주 뒤에 아내와 아기를 보러 조리원에 와 쓰러져버린 것이다. 어디에? 내 침대에.


분명 조리원이 집과 매우 가까워서 남편이 여기 와 잘 일은 없을 것이고, 나 또한 그것을 원하지 않으므로 가장 작은 방을, 즉 가장 작은 침대를 쓰기로 하고 그 돈을 아껴 마사지에 투자하기로 했다. 그런데 그 작고 소중한 내 침대에 남편놈이 누워버린 것이다. 자전거를 타고 와서. 회음부방석을 놓고 그 옆에 앉아 있는데 아- 뭐라 말할 수 없는 깊은 빡침과 서러움. 10년이 지나도 여전하고 아마 20년이 지나도 여전할 거라 생각한다.


이사온 뒤엔 서울 가기가 영 껄끄러워져 경차보다 비싸게 주고 산 자전거를 어머니댁에 모셔다 두고, 비싼 돈 주고 한 벌 두 벌 사 모았던 자전거 쫄쫄이들도 처치곤란 찬밥 신세다. 남편의 취미가 사라져 안쓰러울 법도 한데, 남편의 취미는 트레일러닝으로 변모하여 새로운 아이템이 또 집에 넘쳐난다. 찡하면 진짜 사랑이라는데 안쓰럽긴 글렀다. 사랑은 아직인가보다. 이게 다 조리원에 자전거타고 온 것 때문이다. 에베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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