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트레이닝 시즌 4. 새벽배송
"어며님, 00이가 39.4도예요."
총회를 정신없이 마치고 교실 뒷정리를 하려는데 아이 어린이집에서 연락이 왔다. 애가 무려 39.4도라고. 부리나케 달려가서 교감님께 전화를 하고 복무 상신을 한 뒤 평소라면 다니지 않을 유료도로만을 골라 밟아 아이에게 가니 언제 열이 났었냐는 듯이 37도 대. 거의 정상 체온이다. 체온은 좀 내렸으나 불안한 마음에 소아과에 들렀더니 목이 좀 많이 부었지만 아이 컨디션이 괜찮으니 며칠 뒤에 열 안떨어지면 보자시는 거다. 폐렴에도 컨디션이 좋았던 아이인지라 지금 당장 콧구멍을 쑤셔달라 부탁한다. 여지없이 독감이다.
주사를 맞지 않겠다고 화장실에 숨어들어간 아이를 어르고 달래 수액을 맞춰 집에 오니 이번엔 내 몸이 으실거라고 열이 나는 듯 했다. 호기롭게 엄마 다 주고 너는 아프지 말아라 했더니 세상에, dreams come true다. 진짜 옮아서 열이 나기 시작하더니 금새 콧물과 인후통을 동반하여 날 괴롭게 했다. 그렇게 이틀을 꼬박 아프고도 낫지 않아 별 수 없이 병가를 냈고, 거짓말처럼 입맛도 잃어가던 찰나, 내 사정을 알리 없는 친구가 '두바이스타일 쫀득 찰떡 파이'의 사진을 보내왔다.
분명 입맛이 없었는데, 입이 바짝 마르고 까끄러워서는 뭐를 하는 것 자체가 일스러웠는데, 저걸 보니 사야겠다 싶었고, 부지런한 손가락은 이미 실행에 옮겨버리고 말았다. 그렇게 만났다 새벽에. 이 새벽배송으로 분명 많은 노동자들이 힘들다는 것을, 얄팍하게 머리로만 알아서 그런지 영 꺼슬거리던 입 안에 군침이 싹 돈다. 그래서 다른 물건과 함께 받기를 누르는 것으로 내 욕심을 조금 가두어 포장해둔다.
하루는 병 간호에, 하루는 본인 병가로 출근을 이틀이나 안, 아니 못 했더니 못 읽은 쪽지가 50개가 넘는다. 수업도 다섯 시간이다. 7시 반에 출근해 정신을 겨우 붙잡고 일을 하다가 집 오는 길엔 눈이 마구 감긴다. 그래도 집에는 찰떡 파이가 있지, 무려 두바이 스타일인. 그 생각만으로 버텨서 집에 와 쫀득한 쿠키를 왕 씹는다. 이건 우유다! 우유랑 먹어야 한다!
결국 우유를 따라 두 개를 쓱싹 먹고 나니 새벽에 받지 않았으나, 그보다 더 귀했던 당일 배송 시스템에 또 한번 감탄과 감사를 보내게 된다. 내일도 오늘처럼 퇴근 후 아이들과 달콤함을 나눠야 겠다. 일단 오늘은 좀 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