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은 돌고 꽃이 또 피듯이

에세이트레이닝 시즌4. 벚꽃

by 시월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말에 풋 하고 웃는다. 언제 나이가 들었는지 보내달라는 디제이의 말에 사람들은 단어가 생각이 나지 않는다고, 비오기 전날 무릎이 아프다고, 교복입은 어린 아이들을 볼 때면 한창 때다, 예쁘다는 생각이 든다고, 그리고 무엇보다 사진첩에 꽃 사진이 가득하다고. 디제이는 이어 말한다. 벚꽃이 피었노라고. 매년 늘 피는 꽃이지만 또 새롭게 설렌다고. 꽃은 실제로 바라만 봐도 사람을 차분하게 만들어주는 효과가 있다는 연구결과가 있다고.






새로운 일을 아무렇지도 않게, 그리고 대책없게 저질러놓은 과거의 나 덕에 오늘의 출장은 두 건이었다. 한창이라고 하기엔 한창인지 너무 오래된 두 주제, IB와 AI 관련 연구회와 지원단 모두 협의회가 있어 교육청에 다녀왔다. 연구회는 2년차인데다 우리학교 선생님(알고보니 학위까지 있는 숨은 고수셨다)도 계셔서 아는 얼굴이 아는 이름만큼 많았다. 능력있는 팀장님께서 계획을 대략적으로 짜오셔서 협의가 물흐르듯 흘러 금세 마무리된 덕에 얼른 다음 협의회로 넘어갈 수 있었다. 늦은 덕에 문을 조심스레 빼꼼히 열고 딱 그 틈만틈 얼굴을 먼저 집어넣으며 슬쩍 명패가 놓인 자리에 않았다. 바로 옆엔 익숙해서 긴가민가했던 학교 후배(이지만 학번이 꽤나 차이가 나서 아마도 잘해야 1년 같이 다녔거나 특강 때 연을 맺었던 것 같은) 선생님이 계셨다. 이 일에 발을 담근 시간만큼이나 오랜만이었지만 서로를 알아보고 반가이 눈인사를 했다. 동시에 이런 생각이 들었다.


와, 저 선생님은 나보다 어린데 이미 이런 것을 하고 계셨구나.

어떻게 하면 선생님들에게 매력적인 연수를 꾸릴 수 있을까에 대해 협의한 끝에 드디어 소리내어 인사했다. 이름을 보고 언니인가 했는데, 언니가 맞았다고. 그랬냐고, 나 또한 그랬다고, 언제 이 지역으로 옮겼냐고. 진로 대학원을 다니고 있냐는 후배 선생님의 물음에 마지막 학기라고 덧붙였더니, 후배 선생님은 자신도 학위를 땄노라고 말했다. 다시 한번 이런 생각을 했다.


벌써 석사를 땄구나! 대학에서는 후배였지만
더 앞서가는 훌륭한 선생님이시구나.


나는 뭘했나 스스로를 돌아보던 찰나에 후배 선생님이 덧붙여 말한다.



저는 늙었는데 언니는 그대로네요!








그럴리가 없다. 내 눈엔 단 몇살 차이여도 그대가 반짝반짝 빛나보인다. 후배란 것을 알아서가 아니라 그냥 젊어보이는 모든 것들이 꽃처럼 빛나보인다. 분명 기분 좋으라고 하는 말임을 안다. 그래서 에이 무슨 소리냐고 말도 안 된다고 입으로는 부정하면서도 기꺼이 입가에 미소를 짓기로 했다. 집이 어디냐, 어떻게 가냐 물으며 각자의 차로 향하는 길, 유난히 꽃이 늦게 피는 동네에 비해 해가 잘 닿았는지 주차장 한 켠에 벚나무가 꽃을 활짝 피었다. 꽃처럼 아름다운 그대를 닮은 벚꽃이. 그리고 이렇게 말하는 것 같아 또다시 선선히 마음으로 웃었다.


꽃이 또 피듯이 너의 계절도 다시 또 와. 늦었다 싶어도 분명히 꽃을 피울거야.
너의 계절에 나처럼 예쁜 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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