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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보는 사람이 내 가슴을 만졌다. 2016년의 일이었다. 이 요상한 일은 갑자기 일어났다. 첫 아이를 낳은 지 3일이 되던 날이었다. 여행가방 가득 짐을 챙겨 병원에서 옆 건물의 조리원으로 가기 위해 구름다리를 건넜다. 조리원 예약을 위해 상담받을 때 찾았던 그 리셉션에 들어서는 그 순간이었다. 말 그대로 처음 보는 사람이 내 가슴을 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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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우쒸, 몰랐다. 분명 아이를 낳고 병원에 있는 3일간 수유콜을 받고 신생아실 옆 수유실에서 아이에게 젖을 물렸지만 젖이 나오지 않았으므로, 그리고 젖이 나온다는 것이 무엇인지 몰랐고, 아무도 이야기해주지 않았으므로. 물론 물어볼 생각도 못했으므로. 주변에 아기를 임신하고 출산한 사람은, 일단 친구들 중엔 없었기 때문에. 엄마가 출산하면 아기와 태반이 빠져나가서 매우 추울 것이다 했는데 그 말 말고는 들은 바가 없었으므로 그냥 젖꼭지에서 젖이 물총처럼 나오는 줄로만 알았으므로 '젖이 돈다'는 게 뭔지 몰랐고 젖이 돌면 산모에게 어떤 느낌이 드는지, 신체적으로 어떤 변화가 있는지 등은 알지 못했다. 그로 인해 누군가 허락도 없이 내 가슴을 만질 거라는 것을 정말 몰랐다.
그랬기에 누군가 내 가슴을 만지는 일이 충격일 수밖에 없었다. 첫 아이가 8살이 된 지금도 당황한 나를 내가 본 것처럼 그 장면이 선명하다. 왜 그렇게 촌스러운지 이해할 수 없는 조리원복으로 갈아입고 낯선 곳으로 들어서던 그때 느낀 더 낯선 손길. 그리고 함께 들려온 말, "아직이네." 그리고 그날 밤 가슴으로 느껴지던 열감. 너무나 뻔한 표현이지만 가슴에 뜨거운 돌덩이를 얹은 듯 후끈거리고 아팠던, 근육이 뭉친 것 같은 뻐근함과 뭔가 터져나갈 것 같이 차올라 부푸는 것 같은 그 느낌을 잊을 수가 없다.
그걸 해소해 준 이는 바로 그 낯선 사람이 아닌 또 낯선 사람이었다. 역시나 낯선 사람에게, 서비스로 제공되는 유방마사지를 받기 위해 베드에 누워 가슴을 깠다. 살면서 그런 경험을 해볼 거라 상상조차 하지 않았는데 저항 없이 앞섶을 풀어헤쳤다. 유방마사지사님은 젖꼭지를 꼬집듯 울혈을 풀듯 가슴을 이렇게 저렇게 만졌다. 따뜻하게 데워진 수건과 마른 수건을 번갈아 사용하며 손을 바삐 움직였다. 그때 2차 충격을 받았다. 세상에, 여기저기로 쏘여지는 저것이 젖이란 말인가! 젖꼭지의 구멍은 한 개인 줄로만 알았는데 사방팔방으로 자유롭게 쏘다니는 젖줄기를 봤을 때 왜 아무도 알려주지 않았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치밀 유방이라 젖이 잘 쌓이니 잘 먹여야 한다며 양이 많다고 하는데 칭찬받은 기분이었다.
부지런히 유축을 했다. 역시나 낯선 산모들과 웃통을 까고 젖소가 되어 젖을 짰다. 그러면서 이 얘기 저 얘기했다. 몇 살인지, 결혼은 언제 어떻게 하게 됐는지, 하는 일은 무엇인지, 애 태명은 무엇이고 왜 그렇게 지었는지... 벌거벗은 채 별 얘기를 다했다. 짠 모유의 양은 곧 성적표였다. 분명 잠재력이 크다고 들었는데 결과물은 시원치 않았다. 아이가 직접 먹는 양과 유축되어 나오는 양이 다르다고 하여도 뭔가 초조했다. 물을 엄청 마셨다. 더 빛나는 결과를 얻지 못한 채 조리원에서 나왔다.
집에 오자마자 우는 아이에게 어찌할 줄을 몰라 조리원에서 싸준 분유를 먹였다. 물 온도를 잘 못 맞췄는지, 급하게 먹었던 건지, 조리원에서 먹었던 분유인데도, 집까지 10분밖에 안 걸려 왔기에 분유에 이상이 없었을 텐데 아이는 분수토를 했다. 그 뒤로 무서워 분유를 타지 못했다. 조리원에서 준 분유 한 통을 언젠간 먹이겠지 하다가 먹일 시기와 소비기한을 넘겨 버렸다. 그렇게 모유를 먹이는 동안 젖은 뭉쳤고 낯설었던 유방마사지사님은 우리 집에 자주 오셨다. 집에서 홀랑 벗고 누워 마사지를 받으며 이게 튀면 가구나 벽지에 얼룩이 생기니 조심해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마사지를 받고 나면 그 방에서는 비릿한 냄새가 났다. 별로 좋은 냄새는 아니었다. 부지런히 가구와 바닥을 닦았다.
한 차례의 유선염까지 겪고 나서는 그 아픔도 무섭고 마사지 비용도 무서웠다. 2016년에 8만 원이었다. 결코 가볍지 않은 금액이었다. 그래도 분유가 무서워 분유먹일 생각을 못했다. 그러고 나서는 아무 데서나 가슴을 만지는 사람이 되었다. 출근을 해서도 무의식적으로 기저부 마사지 하듯 젖이 돌면 가슴을 주물주물했다. 그걸 깨닫고는 아차 싶어 주의했던 기억이 있다.
그리고 7년이 지난 지금, 나는 또 가슴을 열었다. 젠장. 8개월째 개방상태다. 아휴 인간적으로 애 낳는 걸 엄마가 했으면 젖은 좀 아빠한테서 나오면 좋겠는데 하고 생각하며 애를 낳은 날부터 주물무줄, 조리원에 가서는 냉큼 베드에 올라 가슴을 만져달라 요구했다. 7년전 그분과는 또 다른 낯선 마사지사에게 말이다.
지금은 분유가 무섭진 않고 젖병닦기 귀찮아 갈아탈 생각을 못하고 있다. 모유를 끊으려 해도 또 마사지를 받아야 하고 그러면 또 조리원이 아닌 낯선 곳에 가서 낯선 사람에게 열어제끼든, 낯선 사람을 집으로 불러들여 열어제끼든 또 열어야 한다. 도대체 몇 명이 보고 만지는 건지. 언제쯤 다시 여밀 수 있으려나.
*사진출처: pixab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