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언의 세대] : 해가 사람들을 태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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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대대적인 숙청작업을 진행 중이다.
정치권에 피바람이 불었다.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인들이 제대로 피를 보고 있다.
야당의 주요 인사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모두 이번 정교유착 사건에 크든 작든 연루되어 옷을 벗었다.
옷만 벗으면 다행이고 대부분 구속되어 포토라인 앞에 선 모습이 뉴스에 앞다퉈 나오고 있다.
억울하다고 말할 수도 없다.
안 받은 놈도 없다.
오히려 나만 걸린 것이 억울할 뿐이었다.
여당 인사들 중에도 연루된 자들이 발표되었지만
어딘가 석연치가 않다.
그동안 내부적으로 쓴소리를 하던 인사들의 모습이 보인다.
꼬리 자르기 같은 느낌이 역력하다.
여당 대표는 담화문을 통해 여당의 일부 인사들이 연루된 것을 사과하고 이번 일을 계기로 썩은 부분을 도려내고 거듭나겠다고 국민 앞에 머리를 숙였다.
하지만 정작 속속들이 썩은 건 그들이었다.
로버트가 있는 은행과 주요 정부 기관들에는 정부의 지침이 하달되었다.
국민을 위해 봉사하고 나라의 위기 상황에 단결하기 위해 정당 가입과 개인의 신념을 정부 정책에 앞세우지 않겠다는 서명을 독려하는 내용이었다.
처음에는 권장 사항이었다.
하지만 한두 사람을 빼고 전원이 서명을 하자 이제 집단적인 강압의 분위기가 싸하게 돌고 있다.
서명을 하지 않은 사람에게는 모종의 불이익이 있을 거란 얘기가 흉흉하게 돌고 있다.
로버트는 교회재단의 압수된 계좌를 정리해서 보고 명단을 만들고 처리하는 일을 하고 있다.
교회의 재산 목록과 압류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서류에 대한 결재 건으로 은행 지점장 실에 들어가려는데 낯익은 목소리가 들린다.
반쯤 열린 문 틈으로 낯익은 모습이 보인다.
진(Jean)이었다.
"어, 어 여긴 웬일이세요?
"로버트 별일 없으시죠."
"네"
지점장이 진을 소개한다.
"인사해.
이번에 국민통합 위원회 지부장으로 임명된 진 지부장님이셔."
이번 정부의 반대파 숙청과 국민 통합이라는 이름으로 정당 가입을 독려하기 위해 정부기관과 주요 은행들에 인사차 방문한 것이었다.
(진 목사가 국민 통합 위원회 지부장이라고)
지점장과 진 목사는 서로 싱글벙글이다.
그리고 진이 일어나 지점장과 서로 손을 맞잡고 악수를 한다.
그리고 지점장이 말한다.
"이번 건은 그렇게 잘 처리할 테니까 염려 마시고 들어가십시오.
나중에 제가 따로 자리 한 번 만들겠습니다."
"아니 무슨 말씀을 그렇게 하십니까?
제가 자리를 만들어서 우리 은행 지점장님을 모셔야죠. 하하하."
"그럼 잘 부탁드립니다."
진은 나가면서 로버트를 보고 찡끗 윙크를 날린다.
(욱-)
토 나올 뻔했다.
지점장이 로버트에게 말한다.
"저 진 목사라는 사람 정말 유능한 사람이야.
안 그래? 드 과장."
(여기서 이제야 밝힌다.
로버트의 성은 드니로이다.
그렇다.
더스틴의 성은 호프먼이다.
모건의 성은 프리먼이다.
아무거나 갖다 붙였다.
그냥 느낌 가는 대로.
진은 진 해크먼이다.)
진은 자신이 담임 목사로 있던 교회 자금을 국민 통합위원회 지부 계좌로 편입시키는 건에 관해 지점장과 대화를 나눈 것이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지점장과 둘만이 아는 모종의 거래가 오고 갔다.
진은 언제나 항상 변함없이 미소를 짓고 있다.
상황이 좋아도 웃고 나빠도 웃는다.
그는 좋은 사람일까?
아니 그는 가면을 쓰고 있다.
그것도 웃는 얼굴의 조커 가면을 항상 쓰고 다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