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도망 (逃亡)

[증언의 세대] : 해가 사람들을 태우다

by 아반


실업 급여 신청


더스틴은 실업급여를 신청하기 위해 노동부 사무실을 찾아갔다.

창구에서 직원이 실업 급여를 받으려면 정당에 가입해야 한다며 정당 가입서류를 들이민다.


더스틴은 정당에 가입하는 것이 망설여진다.

"저는 평생 정당 같은 건 관심도 없고 그냥 평범하고 모범적으로 살아왔어요."


(어쩌라고?)

직원이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는다.


뒤에서 줄을 서서 기다리는 사람들의 눈총이 따갑다.


직원이 정당 서류에 서명을 안 하면 교육받는 방법이 있다고 따로 안내를 했다.


더스틴은 대열에서 이탈해 직원이 가리키는 복도 끝 사무실로 걸어간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이미 몇몇 사람들이 책상에 앉아 서류에 서명을 하고 있다.


안내받은 자리에 앉아 서류를 흩어 본다.

이전 종교 소속과 지위 직업 나이 성별 등등을 적는다.

정부의 시책에 앞으로 무조건 협조할 것인가를 묻는 체크 란이 읽힌다, 그 아래 체크란이 몇 개 더 있다.


(당신은 위기상황에서 국민 모두의 생존과 안녕을 위한 국가의 명령과 지침에 반하는 어떠한 개인적 신념도 고수하지 않을 것에 동의합니까? )


그리고 제일 밑에 서명하는 란이 있다.


더스틴은 주위를 잠시 둘러본다.

삼엄하지는 않지만 분위기기 예사롭지 않다.

더스틴이 일어나려 하자 관계자가 앉으라고 한다.


더스틴은 갑자기 소변이 마렵다고 다시 와서 마저 작성하겠다고 핑계를 대고 사무실을 나온다.

복도 끝 창문 밖을 보니 호송차들이 줄지어 대기 중이다.

이미 사람들을 태우고 있다.


정당 가입 대신 받는 교육이라는 게 뭘까?


국가는 잠재적 시위자들과 정부의 정책에 불만을 가지고 반대하는 자들을 색출하려 하고 있다.

국가의 위기 상황을 이용해 국가에 위협이 될 가능성이 있는 사람들을 분류하고 있는 것이다.

아니 그들을 그렇게 낙인찍고 있는 것이다.




도망가는 더스틴


더스틴은 화장실 쪽으로 가는 듯하다가 계단실 쪽으로 내려간다.

밑에서 누군가가 올라온다.

다시 올라와 다른 쪽 외부 비상계단으로 나왔다.

몸을 낮게 숙여 콘크리트 난간 밑으로 숨기고 조금씩 밑으로 내려온다.

다행히 아무도 없다.

1층으로 나오니 철제문이 잠겨 있다.

계단 난간을 뛰어넘어 재빨리 계단 아래로 몸을 숨겼다.


그리고 정문과 반대편 숲으로 향한 오솔길 쪽으로 뛰어간다.

다행히 노동부 건물 뒤편 산책로는 뒷산과 이어진 산책로와 이어져 있다.


교육이라는 명분과 정당가입을 원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지급되는 실업급여라는 명목으로 사람들은 순순히 버스에 올라타고 있는 게 보인다.


더스틴은 슬그머니 뒤돌아 아무 일 없다는 듯이 노동부 건물 뒤편으로 빠져나온다.


그리고 이내 산책로를 걷는 시민들 틈 속으로 몸을 숨기고 종종걸음으로 그곳을 벗어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