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언의 세대] : 해가 사람들을 태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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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록콜록"
더스틴은 감기가 좀처럼 낫지를 않는다.
으슬으슬하고 오한이 들고 목이 따끔거린다.
더스틴은 집 앞에 있는 가까운 내과 의원을 찾았다.
병원은 상가 건물 2층에 위치해 있다.
건물 로비를 지나 2층으로 올라가려는데 1층부터 계단에 사람들이 줄을 서있었다.
병원 직원이 번호표를 나눠준다.
28번
28번, 여기서 이렇게 기다리면 한 시간 이상 기다려야 할 것 같다.
병원 건물을 나와 반대편에 있는 약국에 가서 증상을 얘기하고 감기약을 달라고 했다.
"요즘 코로나가 다시 유행입니다.
조심하셔야 돼요.
이번 것은 좀 달라요."
종합 감기약을 받아서 쌍화탕과 함께 마셨다.
몸에 뜨거운 기운이 올라오는 듯하고 목이 잠시 화한 느낌이 들지만
이내 다시 오한이 든다.
"집에 가서 푹 주무세요.
물 많이 드시고요."
약국을 나와서 집에 가려는데 머리가 어질어질하다.
마스크를 한 사람들이 하나 둘 보이더니
어느새 주위의 모든 사람들이 마스크를 하고 종종걸음으로 사람들과의 거리를 유지하려 애쓰고 있다.
뉴스 속보입니다.
전국적으로 다시 코로나 환자가 급증하고 있습니다.
보건 당국은 이번 코로나가 새로운 변종인지를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하루새에 거리에 온통 사람들이 자취를 감췄다.
내일은 큰 병원에 가봐야 할 것 같다.
아무래도 코로나 검사를 받아야 할 것 같아.
다음날 병원에 연락했더니 지금은 환자가 너무 많아 보건소를 이용하라는 안내를 받았다.
병원마다 환자들이 넘쳐 나고 있다
정부는 더 이상 코로나 통계를 발표하지 않는다.
아니 코로나 사태를 애써 축소시키려 하고 있다.
보건소에서 다행히 검사를 받을 수 있었다.
결과는 2-3일 내로 문자로 발송된다고 했다.
약국에 들러 2-3일 치 감기약을 추가로 구입했다.
오후부터 더스틴의 아내도 몸이 안 좋다고 하더니
결국 둘 다 독감에 걸린 것 같다.
감기약을 나눠 먹고 이불속에서 둘이 끙끙 앓는다.
목이 계속 따끔거렸다.
다음날 생각보다 일찍 문자가 발송됐다.
결과는 다행히 음성이었다.
아무래도 계절 독감인 것 같다.
아내도 아마 그러리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코로나는 생각보다 빠르게 퍼져 나가고 있다.
TV에서 가급적 노약자와 취약계층의 국민들은 가까운 병의원 보건소를 방문해 코로나 접종을 하라는 안내 자막 방송이 나오고 있다.
뉴스 앵커가 5년 전 코로나의 교훈을 잊어서는 안 된다는 짧은 멘트를 날렸다.
70대 모건과 그의 아내는 보건소에 방문해 코로나 백신을 맞으려고 한다.
보건소 직원이 정당 가입 여부를 묻고 정당 가입 서류에 서명하라고 안내한다
(당신은 위기상황에서 국민 모두의 생존과 안녕을 위한 국가의 명령과 지침에 반하는 어떠한 개인적 신념도 고수하지 않을 것에 동의합니까?
당신은 국가 정당의 당원으로서 어떠한 상황에서도 국민의 책임과 의무를 다할 것에 동의합니까?)
모건은 잠시 머뭇거린다.
직원이 서명을 하지 않으면 백신은 한 사람당 20만 원이라고 설명을 했다.
모건과 그의 아내는 이제 나이가 들어서 기초 노령 연금으로 생활하고 있다.
40만 원이 돈 있는 사람에게는 큰돈이 아니지만 이들에게는 한 달 생활비의 절반이 넘는 큰 금액이다.
모건은 자신은 아니더라도 아내만은 백신을 맞히려고 했지만
아내가 극구 자신 혼자만은 맞지 않겠다고 버텼다.
하는 수 없이 모건은 조금 더 생각해 보고 다시 오겠다고 하고 아내와 함께 보건소 문을 나올 수밖에 없었다.
그날 밤, 모건의 아내는 열이 39도가 오르고 숨쉬기가 힘들다고 고통을 호소했다.
모건은 급히 아내를 데리고 병원 응급실을 찾아갔다.
응급실은 사람들로 빽빽하게 발 디딜 틈조차 없었다.
아무도 모건과 그의 아내에게 관심을 주질 않는다. 아니 관심을 줄 여력이 없었다.
그곳은 말 그대로 아수라장이었다.
모건은 간호사에게 도와달라고 호소했지만
간호사는 좀 더 기다려 달라는 대답밖에 할 수가 없었다.
모건의 아내는 현기증을 호소하며 버티고 있다.
그러다가 그녀의 손이 힘없이 축 늘어져 버린다.
모건은 간호사와 실랑이를 하느라 아내를 미쳐 보지 못했다.
쓰러져 있는 아내를 발견한 건 대기줄에 기다리던 다른 환자들이었다.
"아주머니, 아주머니, 일어나세요."
"간호사 이 환자분이 이상해요."
모건은 그제야 아내가 쓰러진 걸 알아차리고 아내를 일으켜 세운다.
"간호사! 간호사! 간호사!!!"
모건의 아내는 그렇게 세상을 떠나셨다.
아내는 병원 영안실로 이송되었고
코로나 확진자 판정을 받았다.
조문도 일절 차단된 상황에서 모건의 아내는 쓸쓸히 화장당해야 했다.
모건은 병원에서 2주간 강제 격리를 당했다.
TV에서 코로나에 대한 새로운 뉴스가 나오고 있다.
이번 코로나는 새로운 변종으로 오미크론에 이은 코로나 파이(π)로 밝혀졌습니다.
그렇게 끝을 알 수 없는 파이의 재앙은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었다.
배경음악: Once Upon a Time in America O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