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수의사를 문 개는 죄가 없다

다시 쓰는 인턴일기

by 아반


진돗개가 사람을 물었다.

그것도 아가씨 엉덩이를 물었다.


진돗개의 위협에 말티즈가 놀라서 도망가고

그 뒤를 말티즈 주인 아가씨가 쫓아 가고

그 뒤를 진돗개가 추격했다.

아가씨가 말티즈를 들어 올리려는 순간,

진돗개가 아가씨의 엉덩이를 물었다.


진돗개는 사냥감을 거의 잡을 수 있었던 찰나에 인터셉트를 당했고

순간 화를 참지 못하고 대신 아가씨 엉덩이를 물어 버렸다.


아가씨는 사람 병원에 입원했고

아가씨의 엄마가 흥분해서 동물병원을 찾아 왔다.


원장은 광견병 예방 지침에 대해 설명하고

진돗개를 10일간 보호 관찰해야 한다고 말한다.


결국 피해자 가족들의 강력한 요구로

진돗개는 병원으로 강제 송환되어 왔고

진돗개 주인은 자식 같은 진돗개와

10일간 생이별 하는 걸 못내 아쉬워 했다.


아가씨의 병원 치료비에 더해

동물병원 입원비까지 부담도 컸을 것이다.


하지만 동물병원엔 진돗개를 수용할 시설이 없었다.

대형견 입원장에 진돗개가 들어가기는 하지만

몸을 옴짝 달싹 할 수 없다.

10일간 이곳에 두는 건 아무래도 무리다.


결국 원장은 진돗개를 데리고

4층 병원 건물 옥상으로 데리고 간다.

물탱크실 옆에 비를 피할 수 있는 좁은 공간에

진돗개를 묶어 놓았다.


진돗개가 옥상에서 짖는 소리가 멀리서 들린다.

걱정이 되기는 개주인도 마찬가지이지만

지은 죄가 있어서

하는 수가 없다.


진돗개는 그렇게 병원 옥상에서 하룻밤을 보냈다.

진돗개는 비교적 밤을 잘 보냈다.


하지만 한 낮이 되어 가면서

진돗개가 걱정이 된다.


아무래도

늦여름에 옥상은 너무 뜨거울 것 같다,

물을 주러 올라갔다.


진돗개가 꼬리를 친다.

반가워서 치는 건 아니고

뭔가 생각이 있는 눈치다.

진돗개는 아마도 밤새 탈출할 궁리를 한 것 같다.

어리바리한 인턴이 오자 반쯤 열린 옥상 문을 노려 본다.

꼬리를 치며 정신이 빠릿빠릿해진다.

약간 상기되어 흥분상태다.


그때는 미처 몰랐다.

진돗개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

영리한 놈이다.


여기보다는

병원 뒤편 조그만 화단 나무에 묶어 두면 좀 더 시원할 것 같았다.


원장에게 허락을 받지 않았지만

줄을 풀어 진돗개를 데리고 나가기로 했다.


순순히 따라 나온다.

옥상문을 지나자

앞장서서 내려간다.


4층 계단을 단숨에 내려왔다.

건물 현관을 나서자 진돗개가 갑자기 뛰기 시작한다.

"아니 그쪽으로 가면 안 돼"


병원으로 다시 들어가 병원 뒷문으로 가야 된다.

그런데 진돗개가 막무가내다.

줄을 잡아끌어도

오려하지 않고

자기 집으로 가려한다.


진돗개가 뒷걸음질 치며 몸을 좌우로 비틀어 댄다.

목줄이 머리에 아슬아슬하게 걸려 빠질 태세다.


"앗~"

이러다 진돗개를 놓치면

정말 큰 일이다.


나는 왼손을 뻗어

진돗개 목줄을 움켜쥐었다.

여전히 진돗개가 난리를 친다.

몸을 좌우로 심하게 비틀어 벗어나려 한다.


그러다

머리를 최대한 꺾어

목줄을 잡고 있는 내 손목을 물어 버렸다.


손목에 굵은 대못 굵기로 구멍이 푹 꺼져 들어갔다.

파 들어간 우물에 물이 차오르듯

피가 구멍 밑바닥부터 차올라 오더니

넘치기 시작한다.


땅바닥에

굵은 핏방울이 뚝뚝 떨어진다.


갑자기

혈관 속으로 에피네프린과 아드레날린이 폭발하듯 분출된다.

힘이 쭉 빠지고

하늘이 노랗게 보인다.

세상이 360도 빙글빙글 돈다.

사람들이 돌아가면서 보인다.

내 시야는 360도 '스핀 샷(Spin Shot)'으로 회전하는 영화의 한 장면이 되어 있었다.


사람들이 쳐다보기 시작한다.

동서남북 삼삼오오 모여들어 이 쪽을 바라본다.

찻길 건너편에도 멀리서 이 쪽을 바라본다.


"어머! 저 사람 물렸어."


땅바닥에 피가 흥건하다.


진돗개는 어떻게 됐냐고?


얘를 놓치면

원장한테 죽을 것 같았다.

주인한테 개 값도 물어 줘야 한다.


정말 죽을 힘을 다해 붙잡고 있었다.


진돗개!


인턴의 위대함을,

아니 징~함을

느꼈으리라.


병원에서 미용사가 나왔다.

나를 부축해 주었다


진돗개도

최후의 일격이 통하지 않자

조금 유순해졌다.


웅성대는 군중들을 뒤로하고

길바닥에

치열했던 전투의 흔적을 남기고

병원으로 들어간다.


흡사 베트남전에서 수송헬기로 부축되어 이송되는

부상병과 군견을 보는 듯하다.

뒤에는 베트콩들이

아니 따가운 시선들이 뒤쫓아 온다.


병원으로 무사히 들어온다


진돗개는 처음 생각대로

뒤 뜰 나무에 묶이고

여전히 이리저리 날뛰어 탈출을 시도해 본다.


당직실에 쓰러졌다.

붕대로 감은 손목이 욱신거린다.

수의사로서 개에게 물린 게 창피했다.


나중에 돌아온 원장이 시키지 않은 일을 하다가

또 사고를 친 나를 보며

혀를 찬다.


진돗개가 걱정이 되어 수시로 병원 주변을 배회하던

개주인이 자신의 개가

또 사람을

그것도 수의사마저 물었다는 얘기를 듣고

개를 데리고 가겠다고 강하게 요청했다.


하는 수 없이

집에서 보호 관찰 하기로 하고

개는 집으로 돌아갔다.


당연히 수의사인 나는 아무런 보상도 받지 못했다.


10일간 입원비도 날아가 버렸다.

조금이라도 병원 보탬이 되어도 부족한데

이래저래 병원에 도움이 안 되는 인턴이다.


진돗개는 그렇게

인턴의 도움을 받아

무사히 병원을 탈출했다.


10일 후에도 여전히

진돗개는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다.


수의사를 문 개는 죄가 없다.




08화 [인턴일기 8] 공무원 시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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