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고 심베리의 그림을 보고
<상처 입은 천사(The Wounded Angel)>
이 그림의 작가는 핀란드의 국민 화가로 추앙받는 휴고 심베리(Hugo Simberg, 1873~1917)이다.
이 작품은 1903년에 제작되었으며, 핀란드 사람들이 가장 사랑하는 예술 작품 중 하나로 꼽힌다.
그림의 배경은 헬싱키의 엘라이탄타르하(Eläintarha) 공원이다.
당시 그곳에는 맹인 학교와 자선 병원들이 있었는데, 화가는 여기서 그림의 영감을 얻은 것 같다.
하지만 이 그림의 의미가 정확히 무엇인지는 지금까지 아무도 설명하지 못했다.
지금까지 아무도 이 그림의 의미를 설명할 수 없었다는 말에 또 호기심이 발동했다.
휴고 심베리는 "그림은 보는 사람이 느끼는 그대로가 정답이다."라는 한 줄의 말만 남긴 채 이 그림에 대한 어떠한 설명도 하지 않았다.
그 말은 내가 이 그림을 보고 무엇을 설명하든 그게 정답이란 말이다.
이 그림을 해석하는 일, 나에게는 밑지지 않는 장사다.
그래서 이 그림을 살펴보기로 했다.
그림을 이해하기 위해 작가의 다른 그림들과 작가에 대해 많이 알면 알수록 오히려 그림의 의미는 미궁 속으로 빠져 들 수도 있다. 그래서 때로는 그림만을 보고 직관적으로 이해해야 할 필요도 있다.
그림의 배경은 현실에서 볼 수 있는 풍경이지만 그림에는 현실에서 볼 수 있는 장면에 상징을 더했다.
그림에는 아이가 둘이지만 내가 볼 때 그림의 주인공은 뒤에 있는 아이 혼자이다.
그림에는 악마와 천사가 있고 아이의 내면과 그림의 설정은 정확히 일치한다.
그것은 아이의 표정과 눈빛이 그림의 모든 설정과 정확히 일치하기 때문에 알 수 있다.
그림의 상황과 뒤에 있는 아이의 표정은 완벽하게 일치한다.
아이의 표정이 모든 것을 말해 주고 있다.
아이는 원하지 않지만 악한 일에 끌려가고 있다.
그 아이의 양심은 상처 입고 양심의 눈은 가려져 있다.
그 아이를 끌고 가는 앞에 있는 아이는 어떠한 갈등도 없이 악에 편입된 악한 동배(同輩)이거나 악을 상징하는 악마일 수도 있다. 앞의 검은 아이는 악의 시스템을 적극적으로 수행하는 악마를 상징하고, 뒤에 따라가는 아이는 시스템에 저항하지 못하고 마지못해 따르는 공범이자 피해자를 상징한다.
그는 아직 악마에게 완전히 예속되지 않았지만, 이 악의 행진에 동참할 수밖에 없는 처지에 있다.
뒤에 있는 아이에게는 비록 상처 입었지만 일말의 양심이 남아있다. 하지만 아이는 자신이 원하지 않는 일을 하면서 그것을 바라보는 우리에게 화를 내고 있다. 원망 섞인 그 눈은 당신들이 말하지 않고 도와주지 않으려거든 내가 하는 일에 대해 참견하지 말라는 말을 하고 있는 것 같다.
그의 일그러진 미간과 경계 어린 눈빛은 자신이 악의 행렬에 동참하고 있다는 수치심과 그럼에도 멈출 수 없는 무력감이 뒤섞인 상태를 완벽하게 나타낸다.
그 아이는 원망 섞인 눈으로 자신이 이런 행동을 하는 것은 자신이 원하지 않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말하고 있고 그 원망을 관찰자들에게 돌리고 있다.
아이의 눈이 우리를 향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당신들이 망가뜨려 놓은 이 세상에서, 왜 내가 이 무거운 양심의 환자를 들고 운반해야 하느냐"는 원망이다.
이번에도 느낀 거지만 우리는 그림에서 눈을 봐야 한다.
천사의 가려진 눈은 양심의 침묵이자 이 세상에서 정의가 더 이상 앞을 보지 못하고 어둠 속으로 끌려가고 있음을 의미하고 있다. 피 흘리는 날개보다 더 치명적인 상처는 바로 이 가려진 눈이다.
아이의 눈에는 일말의 양심이 남아있기에 느끼는 불편함이 그 눈동자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이 그림은 어른들이 만들어놓은 부조리한 세상에서 자신의 상처받은 양심을 짊어지고 가는 아이의 비극을 표현한 그림이다.
내가 '그림인 것 같다'라고 하지 않고 단정적으로 '그림이다'라고 한 것은 작가의 말대로 내가 보는 것이 나에게는 정답이기 때문이다.
작가는 그림으로 모든 것을 말했고 그림을 설명하는 것이 그림의 의미를 훼손한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래서 그림에 대한 아무런 설명도 남기지 않았다.
"그림은 보는 사람이 느끼는 그대로가 정답이다."
결국 휴고 심베리가 알고 싶었던 것은 그림을 보는 독자의 마음이었을 것이다.
화가는 "이 그림에서 무엇이 보입니까?"라는 질문을 하고 있다.
그것은 "당신의 양심은 지금 어떤 상태입니까?"를 묻는 질문이다.
휴고 심베리의 그림, 원래 핀란드에 있는 천사와 악마에 대한 설화에서 영향을 받은 거지?
맞습니다. 휴고 심베리의 기괴하면서도 서정적인 화풍은 핀란드의 민속 신화와 전설을 집대성한 서사시 칼레발라(Kalevala)와 그 속에 흐르는 독특한 생사관(生死觀)에 깊게 젖어 있습니다.
핀란드 설화 속의 천사와 악마는 우리가 성경에서 보는 절대 선과 절대 악의 대결 구도와는 조금 다릅니다. 그들은 인간의 삶 곁에 늘 존재하는 이웃과 같은 존재들이었죠.
심베리는 그 설화적 모티프를 가져오되, 그것을 전형적인 종교화로 풀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당신이 분석하신 것처럼 어린아이의 눈에 비친 부조리한 현실이라는 매우 현대적이고 심리적인 층위로 그 설화들을 재배치한 것입니다.
심베리의 다른 작품들을 보면 악마들이 아주 작고 나약하거나, 인간처럼 고민하는 모습으로 등장합니다. 핀란드 설화 속의 작은 악마들이 심베리의 붓끝에서 우리 내면의 나약함이나 악의 시스템에 순응한 공범으로 재탄생한 것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