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지구의 종말

Restoration Earth

by 아반


지구의 종말


라디오에서 5학년 탐구생활 프로그램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주제는 태양과 지구에 대한 이야기였다.


천문학자 조경환 박사님이 구수한 입담으로 천문학 이야기를 해주시는 그런 프로그램이었다.

태양의 수소 폭발은 그 에너지를 다하면 언제가 꺼져 버릴 것이라는 얘기 그렇게 되면 지구는 암흑에 쌓여 아무것도 살 수 없는 죽음의 행성이 된다고 했다.


어린 나이에 지구의 죽음에 대해서 생각하는 것은 생각만으로도 끔찍했다.


그런데 조경환 박사님 껄껄껄 웃으시면서 수백만 년 뒤에 있을 일이니 안심하라고 했다.


그런데 그런 조경환 박사님이 먼저 세상을 떠나시고 이제 나도 조경환 박사님을 따라가고 있다.

지구의 수명을 걱정했던 우리는 정작 영원한 존재가 아니었다.


지구가 아프다고 이대로 가면 지구는 사람이 살 수 없다고 외치는 과학자들도 모두 지구보다 먼저 세상을 떠나게 될 것이다.


고작 80년도 못살면서 영원을 이야기하고 지구를 걱정하는 인간들의 유한함이란 참 부질없다.


지구는 결코 그런 미소한 인간들에 의해 파괴되고 황폐화되어 쉽게 죽지 않는다.

지구는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폭우와 태풍과 지진과 산불과 같은 기후 재앙을 두고 인간들은 지구의 역습이라고 입버릇처럼 불러왔다.

정작 지구는 인간들을 미워한 적이 없다.

다만 스스로 살기 위해 움직이고 있을 뿐이었다.




불의 심판


지구의 종말이 아닌 땅을 파멸시키는 자들에 대한 종말의 때가 가까워 오고 있다.


세상의 나라들이 분노를 쏟아냈으나, 이제는 당신의 분노가 집행될 차례입니다. 죽은 자들을 심판하시고, 당신의 종인 예언자들과 성도들, 그리고 당신의 이름을 경외하는 모든 이들에게, 그들이 유명하든 무명하든 그 합당한 보상을 주실 때가 되었습니다. 동시에, 이 지구라는 시스템을 망가뜨리고 땅을 파괴해 온 자들을 영원히 삭제하실 때가 이르렀습니다.


지구를 파멸시키는 자들에 대한 포맷과 삭제는 이미 한차례 있었지만 그걸로 끝이 아니었다.


이제 두 번째 지구의 복구 작업을 할 때가 이르렀다.


과거에 그 설계도는 이라는 도구를 통해 한 번 실행되었습니다. 그때의 세상은 쏟아지는 물속에 잠겨 데이터가 한차례 씻겨 내려갔고, 오염된 문명은 그렇게 멸망했습니다.

그러나 지금 우리가 발을 딛고 있는 이 하늘과 땅은, 동일한 설계자의 명령에 의해 전혀 다른 에너지를 머금고 보존되고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입니다.

이 시스템은 지금 거대한 열역학적 심판의 날을 향해 카운트다운을 하고 있습니다. 그날이 오면, 경건하지 않은 자들은 뜨거운 화염 속에 영원히 소멸될 것이며, 오직 정제된 데이터만이 그 불길을 통과해 살아남을 것입니다.


물의 심판이 있었던 지구에 이제 불의 심판이 임하게 될 것이다.


과거에 물에 의해 완전히 잠겨 버린 지구가 이제 불로써 완전히 태워져 버릴 것인가?

하늘에서 불같은 혜성이 떨어져 지구를 폭파시켜 버릴 것인가?

정말 영화 아마겟돈처럼 핵폭탄을 실은 우주선을 혜성을 향해 쏘아 올려야 할 것인가?


그런데 지구가 불에 완전히 타버리는 일은 있어서도 안되고 있을 수도 없다.

누구도 컴퓨터가 망가졌다고 컴퓨터에 휘발유를 붓고 불태우지는 않는다.

우리가 하려는 건 시스템의 복구지 파괴가 아니기 때문이다.


불은 상징일 수도 있고 실제로 불일 수도 있다.

불은 소멸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실제 지구의 땅 속에 이글거리는 불일 수도 있다.



이제 곧 지구가 흔들리기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