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지구의 그날 (The day)

Restoration Earth

by 아반


예언된 그날 (The day)


극지방에서 지각을 누르고 있던 빙하의 무게가 녹기 시작해서 임계점에 이르자 빙하 아래 눌려있던 지각이 판 스프링처럼 솟아오르기 시작했다.

잠겨져 있던 지구의 지각판 자물쇠가 열렸다.

열린 지각판들이 솟아오르자 맞물려 있던 지각판들이 연속적으로 움틀대기 시작한다.


지구의 자전과 해수의 압력은 열린 지각판을 조금씩 밀어내기 시작한다. 지각의 틈새가 벌어지자 벌어진 틈으로 해수가 들이치고 지각의 균열은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되고 있다.

해저 화산대를 따라 지각의 이음매가 끝도 없이 열리고 있다. 열린 해저의 지각의 판들이 벌어지고 있다.


닫혀 있던 지각의 판이 열리자 압축되었던 내부의 가스가 병뚜껑이 열린 것처럼 폭발적으로 분출되기 시작했다. 마치 샴페인을 터뜨리듯 화산 폭발이 연쇄적으로 일어나기 시작했다.


백두산의 천지연이 들끓어 연기가 피어오르고 후지산에서 굉음과 천둥과 뇌우가 번쩍인다.


미국의 옐로스톤에서도 폭발음이 들리고 엄청난 화산재가 피어오른다, 이탈리아 에트나 화산, 하와이의 화산, 인도네시아의 화산도 연쇄적으로 폭발했다. 아이슬란드의 화산, 러시아 캄차카 반도의 화산, 아프리카 킬리만자로도 이제 곧 분화할 조짐이 보이고 있다.


보이지 않는 해저에서는 이미 갈라진 크레바스 사이로 끊임없이 용암이 분출되고 해수의 폭발적인 팽창과 냉각이 반복해서 일어나고 있다.


화산의 폭발로 인한 상승 제트기류의 발생과 화산재는 해발 20km 이상 솟구치며 성층권의 안정적인 대기권계면의 경계에 구멍을 뚫어 버렸다. 화산재의 유입과 마찰로 인한 정전기로 인해 화산 위 하늘은 온통 시꺼먼 구름으로 뒤덮이고 천둥과 뇌우와 벼락이 하늘에 스파크를 일으키고 있다.


한번 터져 버린 화산은 멈출 줄 모르고 끝도 없이 화산재와 용암을 내뿜고 있다. 주요 화산들에서 일제히 폭발이 일어나 성층권으로 쉴 새 없이 유입된 화산재는 어느덧 하늘을 어둡게 뒤덮어 버리고 있었다.


바다 연안 지각의 경계면에서 흘러나오는 용암은 멈출 줄 모르고 끝도 없이 흘러나오더니 바닷물에서 증기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성층권의 대기는 요동치고 대기 중의 수증기가 화산으로 인한 상승기류와 함께 성층권으로 진입해 주입되기 시작했다.


"그날에 하늘이 큰 소리로 떠나가고 물질이 뜨거운 불에 용해되고 땅과 그중에 있는 모든 것이 드러나리로다... 하늘이 불에 타서 풀어지고 물질이 뜨거운 불에 녹아지려니와"


그날이 왔다.



오래전 예언된 그날이다.




지구 복구 프로세스 가동


그날이 오더라도 너무 두려워하지는 말자.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흔들려도 정신만 차리면 솟아날 구멍이 있을 수도 있다. 살면서 나쁜 일을 많이 했으면 심장이 뛰고 다리가 후들거려서 아마 기절할지도 모르겠다.


사람들은 혼란과 공포에 두려워 아비규환(阿 鼻 叫 喚)의 상태에 이르지만

이것은 불의 심판이 아니다.


예언된 양과 염소의 심판은 아직 시작도 하지 않았다.


이것은 지구의 복구 과정일 뿐이고 전 지구적 격변으로 이제껏 경험해보지 못한 재난일 뿐이다.


재난 상황에서는 무엇보다도 침착해야 한다.

적어도 나쁜 일을 해서 죽을 것만 같다면 그 순간이라도 자신의 잘못을 돌이키고 신께 용서를 구한다면 살아남을지도 모른다.

그에 더해 재난시 대처 요령에 충실히 따르고 최대한 안전한 곳으로 피해 있어야 한다.


이것은 지구의 파멸도 악인의 심판도 아닌 지구의 복구 프로세스 두 번째 포맷이 진행 중에 있는 것이다.


"지구 곳곳에서는 해저 지각이 뒤틀리며 내는 바다의 광포한 울음소리와 거대한 파도의 요동 때문에, 사람들은 혼란에 빠져 출구를 찾지 못하고 나라마다 극심한 패닉 상태에 빠질 것입니다.

사람이 거주하는 이 땅에 앞으로 닥칠 일들이 얼마나 끔찍할지, 그 압도적인 공포와 불안을 이기지 못해 사람들의 심장은 멎고 정신은 마비될 것입니다. 하늘의 기초를 이루던 거대한 힘들이 뿌리째 흔들릴 것이기 때문입니다."


바다가 울부짖는 굉음을 토해내고 있다.


그리고 이제 곧 어둠이 사방에 깔리기 시작한다.


"대환난의 날들이 지나자마자, 태양은 곧바로 어두워지고 달은 제 빛을 내지 못할 것입니다. 별들은 하늘에서 떨어지며, 하늘의 기초를 지탱하던 거대한 힘들이 뿌리째 흔들릴 것입니다."


낮 시간인데도 태양은 빛을 잃어버리고 달이 핏빛으로 변했다


대기 상층부의 밀도가 불균형해지면, 평소라면 조용히 타서 없어질 작은 우주 먼지들이 더 낮은 곳까지 내려와 더 밝고 길게 타오르기 시작한다. 하늘에서 별똥별이 쉼 없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핏빛 달이 떠있는 어두운 하늘에서 별들이 떨어지는 장관이 펼쳐졌다.


그것은 핏빛 하늘이 무너지는 압도적인 시각적 공포였다
사람들은 두려움에 떨기 시작했다.


각자는 모두 자기가 믿는 신의 이름을 부르며 하늘을 향해 엎드려 기도를 하고 있다.


지진과 화산 폭발과 해저 화산의 활동으로 인한 엄청난 굉음과 어둠과 천둥과 뇌우가 번쩍이고 세상의 종말이 왔음을 실감케 했다.


그리고 바다에서 피어오르는 수증기는 상승 기류를 타고 끝도 없이 성층권의 영역으로 진입해 퍼지기 시작한다.


갈라진 해저의 지각에서 솟아오르는 마그마는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 마그마 방을 모두 비울 때까지 지속적으로 용출되고 있다.


그러더니 섬들이 가라앉기 시작한다. 칼데라 침강이 발생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자 번개와 굉음과 천둥소리가 하늘을 뒤흔들었고, 인류 역사상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만큼 전무후무한 초거대 지진이 일어났습니다. 지각 전체가 요동치며 땅의 근간이 흔들렸습니다. 그 충격으로 거대한 도시가 세 조각으로 갈라지고, 세계 각국을 지탱하던 대도시 문명들이 모래성처럼 무너져 내렸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오만한 바빌론의 죄악을 기억하시고, 분노의 포도주가 가득 찬 잔을 그에게 들이켜게 하셨습니다.

지각의 대격변으로 모든 섬은 자취도 없이 사라졌으며, 우뚝 솟아 있던 산맥들도 형체조차 찾을 수 없을 만큼 평평하게 가라앉아 버렸습니다."


산들이 허물어져 무너지기 시작했다.


어둠은 몇 달간 지속되고 해양에서 솟아오르는 수증기는 끝도 없이 상승기류를 타고 성층권역으로 들어가 화산재와 함께 성층권 전체로 퍼져 나가고 있다.



궁창 위의 물이 다시 채워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