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와 진화 : 교수님과 맞짱 뜬 영철이

창조인가? 진화인가?

by 아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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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1학년 생화학 과목 수업 시간, 교실 칠판에 굵은 글씨로 알파벳들이 적혀 있다.


아데닌, 구아닌, 사이토신, 티민


유전자 염색체 속의 DNA라는 핵산을 구성하는 네 가지 기본 단위인 염기들(Base)이다.

이 기본 문자들이 서로 쌍을 이루어 결합하고 나선구조로 배열되면서 생명체의 유전 형질을 결정짓는다.

우리의 피부색, 머리카락, 눈동자, 겉모습이 이 염기들의 배열에 따라 우리 세포 내의 핵 속에 저장되어 있는 것이다. 이것이야 말로 생명체 설계의 확실한 증거다.


"이것이 바로 생명이 창조되었다는 부인할 수 없는 증거입니다."


창조과학회 회원이자 이 분야 권위자인 교수님이 학생들에게 힘주어 말씀하셨습니다.

그때 한 학생이 손을 번쩍 든다. 영철이였다.

교수가 영철이를 호명하자 영철이는 벌떡 일어나 딱 부러지게 말했다.


"교수님 창조는 과학이 아닙니다. 그것을 기정사실처럼 가르치시는 건 올바르지 않습니다."


강의실엔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오- 이건 무엇인가?)

나라면 감히 교수님 앞에, 이 많은 학생들 앞에서 죽어도 저런 객기를 부리지는 못할 것이다.


교수님은 전혀 놀라지 않으셨다.

오히려 너 같은 애송이는 내가 그냥 지그시 눌러줄 수 있다는 무언의 여유를 보이며 미소까지 짓는다.

자신이 뿌린 떡밥에 물고기가 걸려들었구나 하는 표정이었다.


하지만 그 장면은 긴 논쟁으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수업 시간 관계로 그냥 영철이의 해프닝으로 끝나고 말았다.

만약 그날 교수와 영철이의 토론이 이어졌다면 수업시간만으로는 부족한 끝이 없는 논쟁이 벌어졌을 것이다.



진화 생물학


한번 시작하면 끝이 나지 않는 논쟁이 있는데 진화가 맞나? 창조가 맞나? 하는 논쟁이다.

창조가 맞으면 진화가 틀리고 진화가 맞으면 창조가 틀리는 그런 이분법적 사고로 이 논쟁은 결코 끝낼 수 없다.


최근 바이러스가 빠르게 변이 되어 새로운 변종을 만들어 가는 것을 보면서 진화 생물학을 전공한 한 학자가 치사율이 높은 바이러스에서 전파력이 빠른 바이러스로 진화되어 가는 현상은 우리에게 바람직한 것이라고 진화 생물학적인 관점에서 코로나 사태를 전망한 글을 읽은 적이 있다.


자연계에서 일어나는 생물 현상을 관찰하고 분석하고 연구하는 진화 생물학은 단순히 생물의 겉모양을 보고 유사성과 계통성을 논하는 다윈의 시대와는 달리 빠르게 첨단으로 그리고 고도로 발전된 기법으로 생물을 이해하고 연구하기에 이르렀다.


이제는 우리의 유전자 염기서열 전체를 분석하고 해독하는 시대가 도래하였고 과학자들은 바이러스를 만들어 내고 동일한 기술로 RNA백신을 만들기에 이르렀다.

그래서 바이러스가 진화하고 생물체가 진화하는 그리고 변이되고 변이 된 유전 형질이 후대에 이르게 되는 과정을 분석하고 이해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그래서 진화는 자연계에 존재하는 엄연한 현상이고 과학이다.


나는 수의학을 전공했기 때문에 생물학과 유전학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을 가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창조를 옹호하기 위해 진화를 반박하면 거의 무식한 '창조 잡설가'라는 소리를 듣는다.

그래서 결론적으로 학문으로서 '진화 생물학'은 존중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그러한 연구 결과로 인해 유전적으로 우수한 품종의 식품들을 공급받고 있고 의학에도 응용되어 코로나 백신을 빠르게 제조하여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생명의 기원


그런데 진화가 맞다, 창조가 맞다는 논쟁이 아닌 '생명의 시작'을 논한다면 사정은 달라진다.

앞서 자연계에 존재하는 생명 현상을 연구하는 어떤 학자도 '생명의 시작'을 관찰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 문제에 관해 진화 생물학을 전공하는 한 학자는 친절하게 진화 생물학은 생명의 기원을 연구하는 학문은 아니라고 설명한다.


그래서 일부 학자들과 기독교를 믿는 진화 생물학자들은 하느님에 대한 신앙과 진화론을 조화시키기 위해 하느님께서 생명을 가져오시고 진화 과정을 통해 지상의 생물들을 창조하셨다고 설명하기도 한다.

어쨌든 끝이 보이지 않는 논쟁에서 적어도 한 발씩 뒤로 양보한 것이다.


생명은 생명에서만 생길 수 있으며 생명의 근원은 오직 하느님 한 분뿐이라는 결론에는 힘겹게 도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생명의 샘이 당신에게 있으니, 우리는 당신의 빛 안에서만 생명의 실체를 봅니다.


진화학은 생명의 기원에 대해 설명할 수 없다.


물론 아직까지도 생명체를 실험실에서 만들었다고 주장하면서 극구 진화가 생명의 기원이라고 주장하고 싶어 하는 진화 추종자들도 있겠지만 학자들은 진화학이 생명의 기원을 설명할 수 없다는데 대체로 동의한다.




진화의 한계


생명체가 환경에 따라 적응하고 변이되며 우성 형질을 획득하는 모든 현상을 진화라고 부르며 진화라는 용어의 쓰임새는 매우 광범위하다. 그래서 진화가 참이다 거짓이다를 논할 수 없다.

우리 주위의 무수히 많은 생명체들은 기계가 아니며 유기체로서 끊임없이 변화하고 진화되는 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그러한 현상이 있었기 때문에 노아의 방주에 실렸던 제한된 개체의 동물들이 오늘날 수 천종의 동물들로 지구를 뒤덮는 것이 가능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진화에는 한계가 있다.


하느님은 거대한 바다 생물들과 물속에서 본능적으로 움직이며 번식하는 모든 생명체를
그 종류(Kind)대로 창조하셨고, 날개 달린 모든 새 또한 그 종류대로 만드셨다.


하느님께서는 인간을 만드시기 위해 진화 과정을 이용하신 것이 아니었다.

생물을 그 종류대로 창조하셨다.

그리고 유인원이 진화하여 아담이 된 것이 아니었다.

물론 여기서 말하는 종류가 생물의 계통도에서 말하는 '종속과목강문계'의 '종(種)'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종(種)'을 뛰어넘어 진화하는 생물들도 존재한다.


분명한 것은 진화는 진화의 한계 내에서 이루어지고 그 한계를 뛰어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이것으로 진화 학자와 진화와 창조에 대해서 더 이상 논쟁할 일은 없기를 바란다.



PS: 떡잎부터 남달랐던 영철이는 훗날,

미국의 유명한 생명공학 연구소의 연구원이 되었고 그곳에서 백신을 개발하고 있다.

세 아이의 아빠가 된 영철이, 진심으로 행복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