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게하시의 재등장

나병환자 게하시는 왜 다시 등장했을까? 1편

by 아반

성경 읽기 챌린지


성경 읽기 챌린지를 하고 있다.

하루 세 장씩 읽으면 일 년이면 성경을 완독 할 수 있다.

요즘은 툭하면 무슨무슨 챌린지가 유행이다.

30일 매일 글쓰기 챌린지, 이런 것도 있다.


나는 오늘 열왕기하 5장을 읽는다.

성경을 펴자 나의 눈앞에 뮤지컬 연극 무대가 펼쳐진다.


어두운 조명 아래 시리아 군대장관 나아만이 심각한 표정으로 노래를 한다.

"나의 살결 나의 피부

나에게 내려진 무거운 형벌

차가운 눈초리, 마음의 고통

더 이상 나를 가리지 않는 삶이여- 나에게 오라-"


"크으- 감정 좋고."


어린 포로 소녀가 재잘대듯 이어서 따라 부른다.

"이스라엘엔 하느님의 예언자가 있었어요-

우리 주인님이 그곳에 가면 어린아이 살결처럼 되돌아갈 수 있으련만-"


이제 나아만은 신하들을 이끌고 이스라엘 예언자 엘리사의 집 문을 두드린다.

엘리사는 나와 보지도 않고

"요르단 강물에 일곱 번 몸을 씻으시오- 일곱 번 몸을 씻으시오- 씻으시오- 씻으시오-"

(무대 뒤에서 에코 섞인 노래가 들린다.)


(나아만 화를 내며)

"시리아에 강물이 없더냐?

무례하도다-

모두가 나를 멀리 하더니,

너마저도 내가 보기에 역겨운 것이냐-"


(무대 조명이 울그락불그락 번쩍이고

하얀 연기가 무대에 낮게 분노의 입김처럼 깔린다.)


나아만의 신하가 노래한다.

"나의 주인 나아만이여

당신이 깨끗해질 수만 있다면~

나의 아버지 같은 분이시여~

당신은 용기 있는 분이시며 전장을 누비는 장수,

더한 것도 할 수 있지 않으십니까?"


(이제 하얀 천이 강물처럼 무대 위를 펄럭거리고)

그 뒤에서 나아만이 일어섰다 앉았다를 일곱 번 반복한다.


그리고 마지막에 그거, 그거 있잖아 왜 그거...

머리를 뒤로 젖히면서 머리가 "찰싹" 뒤로 감기는 그 포즈!


무대가 환해지고 신하들이 군무를 추며

나아만이 두 팔을 벌리고 빙글빙글 돈다.


이제 나아만, 엘리사에게 각종 예물들을 가지고 선물을 주려 한다.

엘리사는 선물을 거절하고, 돌아서는 나아만 뒤로

엘리사의 사환 게하시의 음습한 기운이 따라붙는다.


게하시는 나아만에게

"나의 주인 엘리사가 손님들이 오셔서 선물을 좀 달라고 하십니다."라고

낮게 깔린 소름 돋는 음성으로 노래를 읊조린다.


이제 무대 위, 게하시가 예물을 손에 들고 새 겉옷을 입고

무대를 이리저리 휘젓고 음흉한 미소를 지어 보이는데


다시 한번 에코 섞인 음성이 무대 뒤에서 들리고

"게하시 게하시 게하시,

너는 어디 갔다 오는 길이냐?"


"저는 아무 데도 가지 않았습니다."


"이제 나아만의 나병이 너에게로 옮겨와 영원히 함께 할 것이다."

천둥 같은 음성과 함께 조명이 어두워진다.


"띠로리-"


무대 위에 주저앉은 게하시에게 붉은 단독 독백 조명이 비추고

온몸에 희끗희끗한 가루가 뿌려진 게하시 좌절하며 쓰러진다.


이윽고 온통 검은 쫄쫄이를 입은 졸라맨들 네다섯 명이 무대 위로

올라와 게하시를 질질 끌고 무대 밖으로 사라지면서

슬픈 장송곡 같은 음악이 깔린다.


(여기가 클라이맥스야.)


역시 나는 무대 감독을 했어야 했어.

객석에 홀로 앉은 무대 감독 아반이 흡족한 듯 미소를 지으며

수령님 박수, "짝, 짝, 짝"


그런데 잠시 후,

무대가 다시 환해지고 사람들이 무대 위로 올라와 웅성웅성 대더니

이스라엘 왕이 행차하고,


(아니! 저거, 저거 왜 저기서 서성여?)


게하시가 흰 가루가 묻은 채로 무대 언저리에서 배회하더니

왕 앞에 나아가, 왕과 조우한다.


"컷!"


"야! 야- 너 뭐야? "


"왜 다시 나온 거야?"


갑자기 무대 위에서 모든 배우들이 황당하다는 듯한 표정으로 일제히 나를 쳐다본다.

대본에 그렇게 쓰여 있다는 듯이 '감독이란 작자가 그걸 몰라?' 하는 그런 어이없는 표정이다.


(어 대본에 있다고??? 어 진짜 있네. 왜 나만 몰랐지.)

와! 역시 챌린지를 해야 해.


(그런데 게하시 왜 다시 나타난 거예요?)

자칭타칭 성경 박사라는 사람이 성서 열왕기는 시간 순서대로 기록된 책이 아니고 일화를 엮은 책이라서

뒤죽박죽 순서가 섞여 있다고 친절하게 설명해 준다.


음- 그러니까 무대 등장 순서가 앞뒤가 바뀌었다는 건데...

그럼, 클라이맥스가 살지 않잖아?

왠지 믿음이 가질 않는다.


"성경 박사 맞아?"


게하시의 인생은 나병에 걸려서 파멸된 게 아니었어?

그의 재등장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지?




게하시의 파멸


게하시는 엘리사의 수종이었다.

그는 탐욕에 눈이 멀어 거짓말을 하고 나아만이 가져온 선물을 취하는데

그로 인해 시리아 장군이 걸렸던 나병에 걸리게 되고 엘리사에게서 쫓겨나게 된다.


우리는 거짓말을 해서는 안된다는 본보기로 게하시의 이야기를 하면서 그가 파멸을 당했다고 결론짓는다.

그런데 그랬던 게하시가 성경 기록에 다시 등장하는 것이다.


그때 왕은 참 하느님의 사람을 곁에서 돕던 게하시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습니다.
왕이 게하시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엘리사가 그동안 보여준 그 놀라운 일들에 대해 하나도 빠짐없이 나에게 다 이야기해 주시오.”

열왕기하 8:4


나아만에 관한 일화는 열왕기하 5장에 기록되어 있으며 게하시는 분명 나병에 걸렸는데

열왕기하 8장에 가서 다시 참 하느님의 수종의 신분으로 게하시가 등장하는 것이다.

그래서 일부 성경 학자들은 열왕기하의 이 기록이 실제로는 나아만의 이야기 이전에 일어난 기록이라고 주장한다.

그리고 비판적인 관점에서 열왕기하에 나오는 엘리사에 관한 기록들이 일화(episode) 중심의 기록이고 명확한 시점이 명기되어 있지 않으므로 그 신빙성에 의문을 제기한다.

그리고 역사적인 기록이 아닌 지어낸 기록들이므로 결국에 가서 모순된 점이 발견된 것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열왕기하의 기록은 분명 역사 기록이며 영감 받은 성경의 일부이므로 우리는 그 정경성(正經性)을 신뢰할 수 있다.




Chronology (시간 순서)


그러면 게하시가 다시 등장하는 시점의 연대를 한번 추정해 보자.

간단한 산수만 할 수 있으면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다.


엘리사는 엘리야의 후계자였다.

아합왕이 죽고 그의 아들 아하시야가 왕으로 통치하기 시작한 때는 기원전 919년경이었다.

아하시야는 2년간 통치하고 사망했으며 동생인 여호람이 통치를 하게 되는데 그때는 기원전 917년 경이다.

그때까지 엘리야는 살아 있었으며 여호람의 통치 시작에 대한 기록 이후에 엘리사가 엘리야를 계승하는 성경 기록이 나온다.

그래서 엘리사가 활동을 시작하기 시작한 시점은 아마도 여호람이 왕이 된 시기와 비슷하게 겹치는 것 같다.


유다의 여호사밧 왕이 나라를 다스린 지 18년째 되던 해였습니다.
아합의 아들 여호람이 사마리아에서 이스라엘의 왕이 되었고, 그 후로 12년 동안 나라를 이끌었습니다.

열왕기하 3:1


여호람은 이스라엘을 12년간 통치했다.


이제 엘리사의 수넴 여자와 관련된 일화를 살펴보자.

이 여자는 아이가 없었는데 엘리사는 내년 이맘때 이 여자가 아이를 나을 것이라고 말한다.

(열왕기하 4:16)

그러니까 이제 1년이 경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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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 아이가 자라서 어머니는 집에 있고 밭에서 일하는 아버지에게 혼자 가는데 갑자기 머리가 아프다고 말하고는 죽어 버린다.

(열왕기하 4:18~20)


아이가 혼자서 아버지가 일하는 곳에 갈 수 있고 머리가 아프다는 의사 표시를 할 수 있는 나이가 되려면 최소한으로 잡아도 만 5세는 되어야 할 것이다.

아동의 발달 연령을 생각할 때 5세는 아마도 아기와 어린아이의 경계가 되는 나이일 것이다.

성경의 기록에도 그 아이를 아기가 아닌 소년으로 묘사하고 있다.

(열왕기하 4:29)


그래서 최소 4년이 지나서 5세가 된 아이라고 가정을 하면 이제 또다시 4년이 경과된 것으로 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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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아이에 관한 일화가 있은 후에 수넴 여자는 엘리사의 권고대로 기근을 피해 블레셋 땅으로 피신을 가서 7년이 지난 후에 다시 이스라엘에 돌아오게 된다.


그래서 이제 7년을 또 더해야 한다.


7년이라는 세월이 흐른 뒤, 그 여인은 블레셋 사람들의 땅에서 돌아왔습니다.
그녀는 예전에 자신이 가졌던 집과 밭을 다시 되찾기 위해 왕을 찾아가 간곡히 호소했습니다.

열왕기하 8:3


바로 그 시점에서 하느님의 수종 게하시가 다시 등장하며 수넴 여자와 마주치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모두 더하면 처음 수넴 여자에 관한 일화가 시작되는 시점에서 12년이 경과한 시점이다.


여호람 왕의 총 통치 기간: 12년
수넴 여인의 아들 탄생 및 성장: 약 5년 (1년 + 4년)
기근을 피해 떠난 기간: 7년

합계: 12년


앞서 언급했듯이 여호람 왕은 이스라엘을 12년간 통치했다.

그러니까 게하시가 다시 등장하는 시점은 아마도 여호람의 통치 말의 어느 때였을 것이다.

나아만이 시리아 왕의 초대장을 가지고 이스라엘을 방문한 시점에는 시리아와 이스라엘 간에 전쟁이 없었다.


하지만 여호람의 통치 후반기에는 시리아와 이스라엘 간에 전쟁과 기근이 있었고

여호람 왕이 마지막에 시리아와 전투를 벌인 것은 시리아 왕 벤하닷에 이어 왕이 된 하사엘 왕이었다.

따라서 나아만이 이스라엘을 방문한 시점은 여호람 왕의 통치 말년의 언젠가였을 것이다.


열왕기하 1~8장의 모든 기록은 단편적인 일화의 기록이지만 시간의 순서대로 기록되어 있으며

게하시는 나병에 걸려서 엘리사에게서 물러난 이후 시간이 경과해 여호람의 통치 말년에 분명히 성경 기록에 다시 등장한다.

그것도 참 하느님의 사람의 수종의 신분으로 다시 등장한다.


일부 랍비들의 기록에 의하면 게하시가 탐욕적이고 음탕한 악인이며

그가 부활을 믿지 않고 그의 주인 엘리사를 업신여기는 나쁜 사람으로만 부각되어 기술하고 있고

게하시를 발람과 도엑과 아히도벨과 운명을 같이한 파멸의 상징처럼 기록하고 있으나

전승되어 온 랍비의 기록들은 다분히 주관적이며 과장되어 신뢰성이 떨어지는 기록들이라는 느낌을 준다.


그보다는 영감 받은 성경의 기록들이 믿을 만하며

게하시가 다시 등장하게 된 데에는 우리가 알지 못하는 이면의 사실들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면 죽을 때까지 나병에 걸려 평생을 살아야 했던 게하시가 어떻게 다시 하느님의 사람의 수종으로 등장할 수 있었던 걸까?


그 점은 2편에서 이어집니다.

2 게하시의 회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