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언의 세대] : 피로 변한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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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스틴은 해안선을 바라보고 있다.
끝도 없이 밀려오는 파도는 잠시도 쉬지 않는다.
해안선을 때리고 부서져 거품을 내고 사그라지는 파도.
어느새 붉은 기운이 감돌더니 점점 검붉은 색으로 변하기 시작한다.
눈을 들어 바다를 보나 온통 핏빛이다.
아니 피다.
하늘은 온통 잿빛이다.
잠시 후 해변으로 물고기 사체가 한 두 마리씩 떠밀려 오더니
이내 한 무더기로 쌓이기 시작했다.
비릿한 내음이 바람에 코끝을 스치더니 이내 악취가 코를 찌른다.
바닷가 마을의 집들이 창문을 닫기 시작한다.
창문 너머로 보이는 핏빛 바다, 해안가에 쌓이는 살아있는 것들의 사체는 죽음을 의미했다.
이제 바다는 더 이상 살아있는 것을 내어주지 못한다.
모세가 나일 강을 치자 나일강이 피로 변했다.
나일강에 살아있는 모든 것들이 죽어서 떠오르기 시작했다.
나일강이 범람하던 농지의 작물들도 모두 죽어 버렸다.
어부들은 두려움에 더 이상 배를 띄우지 않았다.
꽉 막힌 혈관이 터져 검은 핏덩어리를 쏟아내는 것처럼
이집트의 풍요가 죽어 버렸다.
나일강을 범람하게 하고 그로 인해 모든 살아있는 것들과 풍족함을 내어 주던 나일강의 신, 하피는 묵묵부답(默默不答)이다.
사람들은 나일강의 신, 하피가 노한 것은 아닌지 걱정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얼마가지 않아 하피가 죽었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
아니 애당초 풍요로움을 가져다주던 것은 하피가 아니었다.
그건 그저 사람들이 세워 놓은 바람과 기대의 허수아비였다.
그제야 사람들은 나일강의 위대한 신, 하피가 사실은 들녘에 세워 두던 허수아비와 다를 바 없는 죽은 나무 조각에 불과하다는 걸 알게 되었다.
계시록의 둘째 대접이 바다에 쏟아지자
바다가 피로 변했다.
두 번째 천사가 자기 대접을 바다에 쏟아부었습니다. 그러자 바닷물이 마치 죽은 사람의 피처럼 변해버렸고, 그 안에 살고 있던 모든 생명체, 곧 바다의 살아있는 모든 존재가 숨을 거두었습니다.
바다가 피같이 되어 바다에 있는 살아 있는 모든 것이 죽어 버렸다.
첫째 대접이 땅에 쏟아졌을 때
사람들의 몸에 악성 바이러스 종기가 생기기 시작했다.
흔들리지 않을 거라고 믿었던 땅이 흔들렸다.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가 퍼지기 시작하자 안전하다고 믿었던 시스템이 붕괴되는 것은 한순간이었다.
사람들은 우왕좌왕 갈피를 잡지 못했다.
두 번째 대접이 바다에 쏟아지자 이제 바다가 피가 되었다.
경제의 바다가 죽어버렸다.
풍요와 번영이 죽어버렸다
이제 남은 것은 죽은 자들이 떠오르는 것이리라.
눈앞에 온통 붉은색이 검은색으로 변한다.
얼마간 더스틴의 눈에는 잠에서 깨어나도 생생한 검은색이 사라지지 않았다
악몽(惡夢)이다.
아니 어쩌면 눈을 뜨고 마주해야 할 현실의 예고편일지도 모른다.
더스틴은 눈을 뜨고도 사라지지 않는 검은 잔상을 응시하며, 그대로 죽은 듯이 누워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