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의 길에서 완전 다른 길로 돌아가게 되었던 나의 스토리
나는 고등학교 2학년때까지 예대를 준비했었다.
어머니는 내가 어릴 적 집중력이 산만했었기에, 피아노가 도움된다는 사실을 듣고,
8살 때 피아노 학원을 처음 보냈었다. 그 때부터 피아노를 치기 시작했으니, 지금까지 22년 친 것 같다.
외동이었던 나는 학교에서 공부가 끝나고 빈 집에 책가방만 던져두고,
피아노 학원으로 와서 시간을 자주 보냈었다. 내 생각과 내 감정을 표현할 수 있었던 친구였던 피아노.
줄에 달려있는 10개 구슬 (피아노 학원 다녀본 사람만 공감하는 그 전설의 콩구슬이다..)이 아직도 기억난다.
다음 스케줄이었던 태권도 학원 시간이 다가올 때쯤, 피아노와 헤어지는게 너무 아쉬었다.
한동안 클래식을 치며 '이걸 이런 감정으로 표현하면 어떨까?'라는 생각으로 내 느낌대로 편곡해서 치기 시작했다. 한동안 원장 선생님께 꾸중을 들었다.
'여기선 포르티시모로 강하게 들어가야 하고 여긴 페달을 밟으면 안돼.'
하지만 정형적이고 작가의 작곡 의도를 이해해야 하는 클래식보단,
내 느낌대로 감정을 집어 넣어 연주하는 것이 너무 즐거웠다.
얼마 지나지 않아 원장 선생님께서 어머니한테 연락했던 것 같다.
'얘는 실용음악 쪽으로 공부시키는 방향이 나을 것 같아요'
그 후 중학교에 들어갔다.
2007년 내가 첫 입학생이자 첫 졸업생. 1기였던 중학교.
그래서 선배도 없었고 교복도 안 입어서 정말 편했던 곳.
2학년이 되니 새로 부임하신 체육 선생님이 앰프랑 악기들 이것저것 가지고 오셨고, 밴드부를 만드셨다.
강원도 시골에서 마샬 앰프라는 걸 생전 처음 보다보니 되게 신기했었다. 이게 그 마샬앰프인가??
음악을 좋아했던 나에게는 너무 행복했던 시절이었다.
선생님 덕분에 시청부터 옆 학교 축제 등등 이곳저곳 공연도 다녀보고. 그 때부터 기타도 쳤던 것 같다.
아마 그 때가 없었다면 내가 기타를 잡아볼 일은 없었겠지.
이 후 고등학교 진학 이후, 1학년 때 담임 선생님이 음악 선생님이셨다.
음악 과목에서 시험 과제는 Noteworthy composer라는 MIDI 작곡 프로그램을 이용한 작곡이었는데,
'그놈의 하라는 공부는 안하고' 2주일 정도 밤새 프로그램을 만지며 작곡을 해서 제출했던 기억이 난다.
선생님께서 수업 시간에 내 곡을 보여주셨고, 그 때 큰 보람을 느꼈던 것 같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고 고등학교 2학년이 되었다.
밴드부에 들어갔었고, 점심 시간 때마다 밴드에서 기타만 치느라 바빴다.
새로운 담임 선생님은 아이들을 명문 대학교에 진학 시키는데 주력을 다했던 사람이었다.
예대를 가려고 준비하고 있다고 얘기했던 담임 선생님과의 첫 면담에서 뺨을 맞았다.
'좋은 대학을 가서 나중에 니가 하던지 해라.'
어머니께 전화도 갔던 모양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내가 뺨을 맞을 정도의 잘못을 한건진 모르겠지만..
그 이후, 나는 적당한 공부만 했었고, 밴드 활동에 더욱 매진했었다.
연줄로 어떻게 알게 된 실용음악학원 원장님의 배려로, 야자가 끝난 11시 이후
그 학원에서 실용음악을 준비하던 친구들과 만나서 같이 연주했었던 기억이 난다.
열심히 예대 준비하던 그 친구들 모습이 아직까지 기억난다.
어찌저찌 대학교에 들어와서, 공연팀에 들어와 공부와 밴드 활동에 매진했다.
시험 기간에도 어떻게 하면 악기별 소리를 자연스럽게 낼 수 있을까 생각했었고,
새벽에 도서관에 가서 공부를 하고 밤을 샜었다.
리허설 주때는 대기실에서 졸다가 아침까지 자버린 적도 있었다.
학기마다 두번 씩 있는 공연은 1,000명의 재학생 친구들 앞에서 하는 공연이었다.
1학년 첫 공연 때에는 너무 떨렸지만, 익숙해지니 슬슬 재미를 느꼈던 것 같다.
즐거웠다. 한 악기가 러쉬해 들어오면 다른 한 악기가 빠져주고.
여러 악기가 모여 하나의 하모니를 이룬다는 것이 너무 쾌감이었다.
(선배한테 맞춰주느라 싫은소리 안하고 빡세게 같이 굴러줬던 후배들에게 고맙다..ㅠㅠ)
그런 떨림이 사라지다 보니, 나중엔 두려움이 사라지더라.
2017년엔 교수음악회가 있었는데, 날 추천해주신 덕에,
라이너스 멤버 분들과 (모교 교수님이 라이너스 출신이시다.),
그 유명한 홍서범 아저씨와 함께 공연도 해보았다.
나중에는 교목실에서 추천해주신 덕에,
300명의 학우들 앞에서 나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강연의 기회도 주어졌다.
2018년 '같이 사는 삶, 가치 있는 삶', 그리고 2019년 '느림의 미학'이라는 제목으로.
이런 기회를 주셨던 대학교에 다시 한번 고마움을 느낀다.
지금의 피아노는 취미로만 하고 있다.
내가 예대 입시를 포기했다고 해서 후회는 없다. 지금도 즐거운 일과 공부를 하고 있으니까.
예대를 들어갔다면 또 어떤 인생이 펼쳐졌을 지는 모르겠지만.
가끔 고향에 내려가면 예전 초등학교 때 피아노 가르쳐주셨던 은사님을 찾아뵈러 가곤 한다.
예전과는 다르게 나이도 있으시지만, 아이들 가르치시는 열정은 정말 대단하신 것 같다.
선생님. 피아노의 길을 알게 해주셔서 너무나 감사합니다.
선생님 안계셨으면 다른 삶을 살고 있었을지도 모르겠어요.
다음에는 소고기 사드릴게요. 시간 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