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화 : 얼타는 신입사원, 누가 누구지?

인생 제2막, 여긴 일본인가 한국인가? (3화)

by 임유빈

디스플레이 소재를 개발하고 판매하던 B2B (기업 대 기업 간) 소재 회사였던 곳에서 나는 신제품을 개발하고 영업하는 일명 기술영업을 담당했었다.

매우 민감한 회사 보안 상, 전체를 구체적으로 이야기 할 수 없는 점은 양해바란다.


신제품은 항상 한국 지사와 일본 본사에서 개발을 담당하였으나, 실제 후가공 생산은 중국과 베트남에서 행해졌기에, 베트남과 중국 지사 담당자들과 메일과 전화, 그리고 Teams 회의로 업무를 진행하는 것이 대부분의 하루 일과였다.


당시 고객 디스플레이 회사에서는 짧으면 6회 정도, 길게는 10회 이상 샘플 테스트를 진행하여 신제품을 개발했었고, 우리는 그 일정에 맞추기 위해서 중국 지사와 베트남 지사의 생산관리 담당자들과 일정, 원자재 조달 일정 등을 조율하고, 개발 샘플들의 품질 이슈에 관한 원인 파악 및 대책 마련을 위해 지사 품질보증 담당자들과 회의를 매번 했었다.


당시 사원증 (2021년)


다른 억양을 가진 30명이 넘는 각 나라 사람들이 모인 Teams 회의에 처음 들어가서, 의견이 오가는 모습들을 보니 새삼 실감이 났다.

'내가 글로벌 회사에 오긴 왔구나. 시야를 좀 더 넓혀야겠다.'


당시 나는 들어온지 2주밖에 되지 않았던 신입사원이었기에, 사람들이 하는 이야기를 잠자코 듣고만 있었다.

품질보증 부서 선배들이 꽤나 애를 쓰고 있던게 느껴질 정도로, 회의 내용의 거의 대부분은 품질 이슈에 관한 원인을 파악하는 부분에 중점이 맞추어져 있었다.

(당시 한국 지사 품질보증 담당자들은 매일 야근하고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때때로 민감하거나 급한 건일 경우에는, 고객사 엔지니어들도 함께 회의에 참석하거나, 회사에 내방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럴 때마다 모두가 꽤나 긴장이 넘치는 분위기 속에서 이야기를 주고 받았다.


칼바람 불던 회의가 몇 번 있고 얼마 안되어, 처음으로 고객사 엔지니어들과 1:1로 전화를 주고 받았는데,

생전 모르던 전문 용어들을 쏟아내는 바람에 어버버했던 기억이 아직도 새록새록하다.



도대체 누가 누구지?

역시 회사 규모 때문일까.

신입사원으로 들어온 내가 이메일 주소를 받게 되고 얼마 안되어, 수많은 메일들에 참조로 들어갔다.


생산 관련 담당자, 품질 관련 담당자들부터, 영업, 개발, 현지 지사 담당자들을 포함한 약 100명이 넘어가는 사람들이 참조로 들어가 있던 메일에,

누가 무엇을 담당하는 사람인지 파악하기까지 시간이 꽤나 걸렸다.

'이렇게나 많은 사람들이 얽혀 있다면, 현장에는 도대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더 있는거지?'


하나하나 메일을 읽어보며 들었던 생각. 분명 일본어는 일본어인데 이건 무슨 말이고 뭔 얘기인고..


전문 용어 투성이의 메일 전문을 읽던 나는, 모르는 부분에 대해서는 선배나 상사에게 물어보기도 하고,

선배가 쓰는 메일을 참고 삼아 보며, 앞으로 연락할 담당자들을 하나하나 익혀 나갔다.


급한 일이 있을 때에는, 일단 내가 알고 있는 현장 담당자에게 Teams로 바로 도움 요청을 했었다.

'ミンさん、これ一つだけ教えてくれません?(Ming상, 요거 하나만 물어볼게요.)'

다행스럽게도 그들은 자기 담당이 아니더라도, 해당 담당자에게 메일을 돌려주었다.


재택근무 당시 (2021년)

10년 뒤의 나의 모습?

그렇게 얼마 지나지 않아 면접관으로 계셨던 일본인 부장님과 신입사원 면담을 진행했다.

"유빈, 잠시 504 회의실로 들어올래?"


홋카이도 살 때 화상 면접을 볼 때 이후, 처음으로 대면 면담을 진행하던 시간이었기에 꽤나 긴장했다.

회사 생활은 어떤것 같냐 등등 여러 질문들이 오가고, 마지막으로 여쭤보시던 말이 있었다.

"유빈은 5년 뒤, 혹은 10년 뒤에 어떤 사람이 되어 있을 것 같아? 생각해 본적 있어?"


사실 내 자신이 계획적인 편이라고 생각했었지만, 5~10년 뒤의 내 모습까지 생각해본 적은 없었다.

내가 이 회사에 계속 남아 팀을 잘 이끌어 나가고 있을지, 다른 삶을 살고 있을지.


사실 그 때 부장님의 질문에 자신있게 대답을 못했었다. 지금 다시 부장님을 만난다면 확실하고 명쾌한 답을 드렸겠지만.


"너무 무리하지 않아도 되니까,자신이 미래에 무엇을 하고 있을지를 한번 생각해보고, 이미지화 시켜 보는게, 현재의 나를 돌아보는 데 도움이 많이 될거야."


면담이 있었던 날 이후, 회사에 소속되어 있는 나로서가 아닌, 일과는 별개로 개인으로서의 나에 대한 미래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보곤 했다.





다음 화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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