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화 : 기획안의 수정, 그리고 도전

인생 제2막, 여긴 일본인가 한국인가? (5화)

by 임유빈

한국 지사에서는 나의 기획안이 일본 본사로 넘어갔고,

얼마 되지 않아, 신사업 계획 추진 담당자들과 Teams로 향후 일정 및 준비 사항에 대해 전달 받고,

제출했던 현재 엔트리 시트에 관한 보완 사항 등을 피드백 받았다.


담당자로부터 받았던 피드백은 다음과 같았다.

'기획자 본인이 과거 회사에서의 업무 경험을 바탕으로,
굉장히 구체적인 고객 설정과 문제 가설을 설계할 수 있던 것이 장점이다.'

'신규 고객을 발굴하기 위해 홍보해야 하는 것과는 다르게, 이미 이러한 불만 사항이 있는 고객들이 존재하는 것 또한 큰 장점이며, 농기계로 작업을 하는 농민들이라면 한번씩은 겪어볼 만한 보편적인 문제점을 잘 제시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러한 불편사항에도 불구하고 농민들은 왜 지금까지 이 문제점을 해결하지 않고 있었을까? 라는 부분이 조금 의문으로 제기된다.'

'대체 수단과 앞으로의 남은 과제들을 조금 더 깊게 생각해보는 것으로, 솔루션 가설을 세워볼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나도 확실히 의문이긴 했다.

이러한 불편한 사항에 대해서 왜 농민들은, 그리고 왜 관련 업체에서는 제품 판매를 하지 않고 있었을까?

이윤보다는 비용이 더 많이 들기 때문에? 혹은 수율이 너무나 떨어지기 때문에?


이 부분을 파트장, 일본인 부장님께 보고 드리고, 함께 고민해보기로 했다.


기획안을 구체적으로 수정하여, 다시 제출하기까지 필요한 시간은 4일.

일단 원래의 업무도 하지 않으면 안되었기에, 잠시 생각을 멈추고 틈틈히 생각해보기로 했다.


회사 구내 식당 (2022년)



비슷한 기술 개발 사례가 있었을까?


전세계 여러 농기계 회사들에서도 농민들의 진흙 오염에 관한 클레임을 굉장히 많이 받았을 것이다.

그렇기에 필름 소재 관련 회사들에서 기술 개발을 시도했던 사례가 있진 않았는지 인터넷으로 찾아보았다.


일본어로 된 특허 논문을 몇 개 보았고, 오염 방지에 관한 필름을 개발한 사례를 발견하긴 하였으나,

이는 농기계에 적용된 사례는 아니었다.


이미 핸드폰이나, 전자제품을 비롯하여, 자동차, 항공기 등에는 오염 방지 표면 처리가 되어 있는 경우가 굉장히 많지만, 그것이 진흙까지 막진 못한다.

거친 작업 환경 특성 상, 진흙 오염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표면처리 소재의 내구성이 강해야 하고, 이는 제작 비용의 증가로 연결된다.


조그마한 전자제품과는 다르게 농기계는 스케일이 압도적으로 크기에, 나는 필름이나 표면처리 기술을 자사에서 개발하고 제작한 후, 농민들과 자사를 이어줄 연결다리 역할인 전문 필름 시공 업체를 통하여 시공하는 방식으로 유통을 진행하는 방식으로 결정하였다.


우선 밑져야 본전이라는 식으로 향후 계획과 구체적인 제작 방안에 대해서 간략하게 추가하는 방식으로 기획안을 수정하였다.


개발 방식은 생판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방식이 아닌, 이미 개발되어 있는 ‘해양 오염 방지 필름 (따개비 등이 선박에 딱 달라 붙어 떨어지지 않는 것을 방지하는 방식)’인 자사 그룹 제품을 농업 분야에 맞게 물성을 건드리는 방식으로 작성했다.


다만 이는 그룹사 내 다른 사업 부문의 아이템을 응용하는 방식이다보니, 그룹사 기밀 상 쉽게 정보를 알 수 없었기에, 역으로 이미 사회에 공개되어 있는 그룹 기술 특허 자료를 활용하여, 개략적인 수율과 경제성을 제시했다.


경제성 계산 결과, 이윤 창출보다는 퍼스트러너 (ファストランナー; 타사보다 먼저 해당 분야에 진출하여 기술면에서 우위를 점유하는 방식)로서의 진출에 의의를 두는 것이 나을 것 같다고 판단했고, 또한 농민들이 매번 고압수와 세제로 세척을 하는 수고로움을 덜어주는데 기여하는 부분에 초점을 맞추기로 했다.



본사에의 2차 프레젠테이션


수정된 기획안으로 일본 본사 관계자와 미팅을 가지고 재제출했다.

1시간 정도 동안의 프레젠테이션 때에는 위에 서술했던 원리와 제작 방법에 대한 설명, 유통 흐름, 개략적인 경제성에 대해서 발표하였고, 담당자로부터 구체적인 실현 방향성, 중간 전문 코팅 및 필름 시공업체는 어떻게 선정할 것인지 등등 질문을 받고 끝이 났다.


몇 일이 지나고 본사 담당자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내부 검토 결과, 아이디어 자체는 참신하고 사회에 큰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애석하게도 사업 타당성에서 높은 점수를 받지를 못한 모양이라고 들었다. (아마 경제성 실현이 조금 어렵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다.)


떨어졌기에 정말 아쉬웠다.

하지만, 참가하면서 실제로 신사업에 대해 고민을 해보고, 직접 기술 특허 논문을 찾아보고, 개략적인 공정까지 구상했던 그 때의 경험은, 간만에 도파민이 흘러나오는 추억이었다.


대학교 4학년 때, 무에서 유를 창조해냈던 캡스톤 디자인 프로젝트 때의 추억이 다시 한번 생각나던 기간이었다.





다음 화에서.


같은 부서 또래 사람들과 같이 갔던 참치회 집 (2022년, 평택 서정리역 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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