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화 : 사내 일본어 학습법 강연을 맡다.

인생 제2막, 여긴 일본인가 한국인가? (6화)

by 임유빈

아쉬움과 함께 신사업 프로젝트 기획안을 떠나보내고 얼마 지나지 않은 어느 날,

당시도 코로나가 한창 기승을 부리던 시기였다.


당시 재택 근무를 했던 날이었기 때문에, 회사에 출근하지 않고 오피스텔 1층 GS25에서 모닝 커피를 한잔 내리고, 창문 너머로 들어오는 따뜻한 햇살과 함께, Teams와 아웃룩 메일을 보고 있었던 중이었다.


당시 살던 오피스텔 앞 풍경 (2022년, 송탄)

사장님의 호출


갑자기 휴대폰으로 연락이 왔다.

회사 관리부서의 비서 담당 직원 분이셨다.

“유빈씨 맞으시죠. 사장님께서 찾으시는데 혹시 지금 회사에 계시나요?”


무슨 일인지 여쭤보았으나, 비서 분께서도 사장님께서 나를 찾으셨다고만 할뿐 모르시겠다고 하셨고,

오늘 재택 근무라 회사 출근하는 날에 일정을 맞추어 방문 드리겠다고 말씀드렸다.


다음 날, 사장님께 찾아갔다.

나를 찾으셨던 이유는 다름이 아니라, 일본어 관련된 것 때문이었다.

“회사에서 직원 개개인의 일본어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교육을 계획 중에 있다.
유빈 사원이 일본에서 살았던 경험도 있고 일본어를 잘하니까,
학습 방법에 대한 노하우를 사내에서 강연해줬으면 한다.“


사장님께서는 지난 번 한국 지사에서 신사업 기획 대표안을 선정할 때의 내 일본어 발표를 듣고 감명 받으셨다고 하셨다.


이번 강연은 한국 지사에 있는 사무직을 대상으로 진행되며,

JLPT N2 정도 급을 가지고 있는 전 부서 직원들을 대상으로 진행하시려고 계획 중에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대략 100명 정도를 대상으로 진행하게 된다.


사장님께는 좋게 봐주셔서 감사드리며 해보겠다고 말씀드렸다.

일단 그렇게 말씀을 드리고 자리에 돌아왔으나,

100명의 선배 사원들 앞에서, 그것도 일본어 학습에 대해서 강연한다는 것은 꽤나 긴장되는 일이었다.

대학교에서도 300명 정도 가량의 학생들 앞에 서서 강연을 했던 적이 있었지만, 이건 또 다른 이야기였다.


PPT 자료를 만들기에 앞서, 내가 어떻게 일본어를 시작하게 되었고, 일본어를 어떻게 배우고, 습득할 수 있었는지, 어떻게 여기까지 올 수 있었는지에 대해 다시 한번 과거를 회상해보았다.




이번 대상은 N2 보유 사무직군의 경우에는, 어느정도 일본어 실력이 갖추어진 분들이기 때문에,

이번 강연에서는 지금까지 지켜보며 느꼈던 여러 사람들의 잘못된 단어 및 표현 선택에 초점을 두기로 하고,

조금 더 고급스럽거나 세련된 표현들을 어떻게 학습할 수 있는지에 대해 이야기하기로 했다.


당시 작성했던 강연 자료 목차 (2022년)


내가 대학교 시절 N2를 공부했던 때를 떠올리며, 그 때 어떠한 실수를 주로 했었고, 무엇이 어려웠는지 생각해보았다.


가령 많이 하는 실수가 일본어에 전혀 없는 직역투의 표현을 사용한다거나, 혹은 우리나라 말과 일본말에 있는 단어이지만 의미가 완전히 다른 표현을 사용하는 경우이다.

(예를 들어, 헬스장이라는 말의 '헬스'는 양국 언어에 있는 단어이지만, 한국에서는 몸을 단련하기 위한 운동을 의미할 때 사용하고, 일본에서는 유흥 장소를 의미할 때 사용한다.)

일본어는 우리나라 말과 어순도 같고, 동일한 한자어를 사용하다보니 그런 혼동에 빠지기가 쉽다.


또한 1970년대부터 교과서 등에서 한자 사용을 서서히 없애가던 우리나라 환경 특성 상,

일본어 학습자들에게 수많은 한자는 일본어를 배우는데 가장 큰 걸림돌이다.

(한국이야 일본과 같은 한자 문화권이기 때문에 그나마 다행이지, 서양인들에게 있어서 한자를 처음 보는 순간, 일종의 도로표지판 같은 픽토그램 정도로 보인다고 한다.)


주위에 일본어를 공부하는 친구들 중, 한자 때문에 포기하는 친구들이 몇 있었는데, 이 '한자'라는 것을 어떻게 배우고 외우면 좋을지에 대해서도 설명하기로 했다.


당시 제작했던 강연 자료 (2022년)

떨리던 3일간의 강연


그렇게 1주간의 기간 동안 발표 방향에 대해 정하고, 강연 PPT 자료를 만들어서,

사장님께 최종 컨펌을 받은 후, 결전의 강연 당일까지 집에서 수없이 연습했다.

한국 지사 전체 메일로 픽스된 일정이 내려왔고, 총 100명 정도의 대상 분들을 부서 별로 나누어, 1시간씩 3일 간 강연을 진행하였다.


당시 강연 일정 메일 (2022년)


회사 내 4층에 있던 강연 장소에 들어가서 수 많은 선배 직원분들을 마주보고 서니 또 긴장되는 순간이었다.

역시 준비할 때와 실전의 느낌이 다른 건 옛날이나 지금이나 똑같다.


간단한 자기 소개와 인사와 함께 첫 타임의 강연을 시작했다.

먼저 내가 일본을 처음 만났던 고등학교 1학년 당시의 이야기와 함께, 일본어를 왜 배우고자 했는지에 대한 계기를 이야기하고 (사실 이 때 덕분에 긴장이 많이 풀렸다.) 본론으로 들어갔다.

1시간의 기나긴 강연이기에, 중간중간 지루해지는건 당연할거라고 생각하여,

하나의 챕터가 끝날 때마다, 일본 회사 다닐 시절 찍어두었던 잡다한 사진들을 몇 가지 보여드리고 다음 챕터로 넘어갔다.


다행스럽게도, 선배 직원분들께서 관심 있게 들어주셨다.


한 타임 당 50분 강연 후 10분 질의응답을 받는 형식이었는데, 첫 날에는 조금 시간이 지체되는 경향이 있어, 질문을 몇 개 받지 못하고 끝이 났었다.

이 후, 조금 자잘한 내용들은 삭제하는 것으로 하여, 두 번째 날과 세 번째 날 강연은 시간을 맞추고 무사히 질의 응답을 받을 수 있었다.


강연 당시 (2022년)


사실 이 강연을 준비하며, 어떻게 준비해야 될까 처음에는 정말 머리속이 하얀 수준이었었다.

'이걸 어떻게 시작하면 좋지..'

하지만 전체적인 틀을 만들어놓고 PPT의 세부적인 부분들을 수정하다보니,

내가 어떻게 일본어를 공부해 왔었는지, 일본어를 습득하기 좋았던 때와 환경까지도 머리 속에서 정리가 되더라.


이번 강연은 단순히 강연료만 받았던 것이 아닌, 선배 직원들에게 내 학습 노하우를 전달함과 동시에, 내 자신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뒤돌아볼 수 있는 좋은 계기였다.


이러한 기회를 만들어준 회사에 다시 한번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다음 화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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