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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과일들은 못생겼는데 왜 더 비싸?

프랑스의 유기농 먹거리와 인증마크들


프랑스에서 지내면서 이방인 거주자의 시선으로 가장 신기하게 바라본 것은 바로 프랑스인들의 유기농 제품 사랑이다. 처음에는 프랑스에서 ‘유기농 제품들’에 관한 접근성 놀라울 정도로 매우 높다는 사실에 한번 놀랐다. 그리고 생각보다 무궁무진했던 제품군의 다양성 두번 놀라곤 했다. 프랑스 전역을 여행하면서 어디서나 유기농 제품을 사고자 하면   있었다. 어떤 품목을 유기농 제품으로 사려고   없어서 못산 적은 없었다.

 

한국에서 나고 자란 동안은 ‘유기농’ 제품에 관한 고민을 진지하게   적이 없었다. 일반 마트에서 물건을 사면 편하고 쉬운데, 굳이 조금  비싼데다가 찾아서 사먹기도 힘든 ‘유기농 제품’을 사야 하는가에 관한 물음은, 분명히 프랑스에 살면서 시작된 것이었다. 

 

백화점도 일요일에 열지 않곤 했던 불과    어느 일요일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일요일도 집에서 딩굴대며 그냥 보낼  없다는 파리 초심자의 마인드 덕택이었던 일이다. 앱으로  근처에서 열리는 이벤트를 찾다가, 집에서 걸어서 15 정도 거리의 바스티유 광장에서 일요일 아침마다 정기 시장인 바스티유 마켓이 열린다는 정보를 접하고 찾아가게 되었다.

 

바스티유 마켓 안의 한 과일상점


요리조리 둘러보다  치즈상점에서 팔던 치즈와 유제품의 가격을 보고는 깜짝 놀랐다. 평소 물건을 싸게 구입할  있었던 ‘모노프리’나 ‘프랑프리’ 마트의 일반적인 가격과는 다르게 상대적으로 비싼 가격에 유제품을 팔고 있었기 때문이다. ? 이상하다. 한국에서는 재래시장이나 길거리 마켓에 가면 평소 가격보다는 싸게   있었던  같은데, “프랑스에서는  길거리 시장에서 파는 가격이 일반 마트보다 비싼 거지?라는 의문을 가졌었다.


알고 보니 해당 유제품들은 소위 ‘유기농 우유’로 만들어진 요거트와 치즈였던 것이다. 그리고 바스티유 마켓은 일반 상점과 유기농 상점이 모두 입점해서 물건을 파는 공간이었다.

 

이후로는 프랑스에서 길거리 시장을   예전처럼 ‘길거리표  가격’을 기대하지는 않게 되었다. 그리고 점차 파리에서 열리는 다른 유기농 시장이나 마트에 대한 정보도 하나씩 알게 되었다. 우리가 사는 마레지구의 구청 앞에서도 매주 정기적으로 유기농 농수산 시장이 열리고 있었다.


파리는 각각의 구마다 상점들이 길거리에서 물건을 파는 장날이 있다. 마침 사는  근처에서 열리는 길거리 장이 유기농 야채만을 취급한다니 왠지 신이 나기 시작했다. 이때가 프랑스 거주 생활 1년차였다.

 

 근처에만 해도 최소한  군데의 대형 마트와 자주 가는 유기농 마트가  군데 있다. 거기에 최근 근방에  군데의 유기농 마트가  새로 오픈했다. 마트 한번을 갈래도 생각보다 많은 초이스에, 장보러 나가기 전에는 오늘은 어디로 갈까 결정하고나서야 장을 보러 나간다. 어느 순간은  많은 초이스  계속 유기농 마트만 고집을 하던 시기도 있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보니 모노프리, 프랑프리 같은 일반 마트에도 유기농 브랜드가 입점되어 있어 소비자들의 다양한 선택권을 보장하고 있었다. 프랑스에서 유기농 인증을 받은 제품은 어느 마트에서나 찾을  있다. 하지만 유기농이 아닌 제품은 유기농 마트에서 찾을  없을 뿐이다.

 

실생활과 밀접하게 관련된 먹거리 위주로 제품 겉면에 보이는 유기농 인증마크는 다양하다. 1985 프랑스 농림부에서 만든 AB(Agriculture Biologique)1991 민간인증기관으로 출발한 에코서트(ECOCERT) 특히 인지도가 높다. 


이외에도 프랑스 라이프스타일 뉴스인 렉스프레스 따르면, 2010년부터 수입 유기농제품을 제외한 EU 내의 유기농 식품은 EU 유기농 인증마크인 속칭 유로낙엽로고(Eurofeuille) 인증을 받을 의무가 있다고 한다. 그래서 프랑스 마트 식품에서 유로낙엽로고와 다른 인증마크  개를 동시에 병기한 제품들을 자주   있다는 사실!

 

프랑스 유기농 제품 겉면 표기 방식 : 왼쪽이 유로낙엽로고, 오른쪽이 프랑스 농림부 인증 AB 라벨, 그 위에는 에코서트에서 인증받았다는 문구까지 삽입되어 있어 찍어 본 음료수


2017년 프랑스 농림부의 인포그래픽(http://infographies.agriculture.gouv.fr/)을 보면, 2015 기준으로 세계 바이오 산업에서 프랑스는 7 국가의 위상을 가지고 있다. 프랑스의 유기농 인증 마크가 정부주도식의  개가 아니다 보니 서로 경쟁하며 보다 깐깐한 제품력을 가지도록 노력하며 생존하는 형태다.


현재 프랑스의 유기농 제품에 대한 예찬은, 오래도록 많은 프랑스인들의 관심이 되어  친환경 제품에 대한 갈망에서 출발하였다. 그리고 엄격한 공정으로 인증을 부여하고 관리하며 프랑스의 유기농문화를 큰 폭으로 성장시킬 수 있었다. 2016년도 대비 2017년에는 바이오농업에 참여하는 생산자 규모가 14% 성장세를 보였고, 가공업자나 배급업자의 규모는 17% 성장세를 보였다. 그리고 프랑스의 유기농 제품 소비 시장의 규모는 무려 80 유로(한화  10 5천억 ) 달한다고 한다.


프랑스의 인증 마크 중, 한국사람들에게도 인지도가 높은 에코서트'를 예로 들어보려고 한다. 우선 유럽연합규정(EC Regulations) 국제기준(ISO) 같이 다양한 국제규격에 맞는 생산자가 까다롭게 선별된다. 단순히 농약을 치지 않은 먹거리의 생산이 아니라 제품 원료의 생산, 포장, 판매, 배송, 유통   공정에서 자연 친화적인 생산 방식을 사용해야 한다.


 공정에서는 환경에 영향이 가는 온실가스나 Co2 같은 탄소배출량을 줄이거나 배출을 하지 않아야 한다.  ‘인증 부여 이후의 관리 절차’도 잘 되어 있다. 생산자에 대한 감사는 매년 진행한다. 전문가들의 ‘깜짝 방문’을 통해서도 불시에 유기농 제조공정의 과정을 재검사한다.


농업 부문의 경우는 ‘땅’에 대한 토질 검사도 주기적으로 병행한다. 언제라도 자격 미달인 점이 발견될 시에는, 패널티가 부과되고 심하면 인증 부여를 취소하기도 한다. 2014년부터는 컨설팅 그룹을 새로 창설하여 보다 전문적인 인증 절차를 위한 만전을 기울이고 있다고 한다.  


문득 작년이 되어버린 2017 여름, 한국에서 불거졌던 ‘계란 파동’을 떠올렸다. 일반 계란은 물론 친환경 인증을 받은 생산자의 계란에서까지 피프로닐이 검출되는 사태에 이르렀던 일이다. 이전에 유기농 제품에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았던 한국 가족들은  파동 이후로 계속 자연방목 계란, 유기농 인증 계란을 집중적으로 사먹고 있으나 여전히 불안한 마음이 없진 않다고 한다. 아무래도 가장 안심하고 먹어야  먹거리다 보니  민감한 문제다.


물론 그때 당시에는 한국뿐 아니라 유럽도 피프로닐 계란 사태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태였다. 사실 2004 유럽은 벨기에와 네덜란드를 제외한 나라들에서는 피프로닐의 사용을 이미 금지한  있다. 그런데 유럽발 피프로닐 계란 파동은 당시 피프로닐 사용을 금지하지 않았던 벨기에와 네덜란드  사태였던 것이다. 유럽 국가 간에는 무역이 자유롭기에 프랑스 또한 피프로닐 계란의 국내 유입에 취약했지만 프랑스 자체의 친환경 인증 제품에서는 문제성 제품이 발견되지 않았다. 오히려 프랑스에서 생산된 계란은 안전했기에 프랑스 계란의 가격이 치솟는 현상이 발생하기도 했다.

 

작년에 유럽과 한국의 계란파동 케이스를 보면서 가장 안타까웠던 것은 ‘인증을 받은 제품’마저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인식이 퍼지는 일이었다. ‘인증을 부여할 때’ 뿐만 아니라 인증을 부여하고 나서도 ‘끊임없는 감독과 관리’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인증의 부여는 한번이지만, 인증 부여의 효력은 계속적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친환경 인증’ 제품과 친환경 유기농 문화는 ‘소비자의 믿음’을 먹고 성장하기 때문이다.  

 

여기 있으면서는 생활 속에서 유기농 제품을 찾아먹는 일이 유난을 떤다거나 신기한 일이 아니라서 좋다. 프랑스의 바이오농업홍보 플랫폼인 준정부기관 아정스 비오(Agence Bio)의 2018년도 조사에 따르면, 프랑스 사람들의 97%가 정부의 유기농 인증 마크인 AB 라벨을 알고 있는 것으로 답했다고 한다. 나도 프랑스에서 친환경 인증이  물품을 파는 유기농 마트에서는 마음편하게 믿고 사먹을  있다고 어느새 신뢰를 부여하고 있었다.


과일은 구멍이 생기고 조금 울퉁불퉁하여 모양이 예쁘지 않아도 제돈주고 사먹는다. 구멍나고 울퉁불퉁할지언정  모양이 되려  과일들이 자연스럽게 자랐다는 반증같이 느껴지기까지 한다.


종이봉투에 담아주는 유기농 과일, 야채

 

어쩌면 프랑스에서도 유별난 일부만의 이야기일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최근 신기하게도 파리에서 유기농 음식을 쓰는 음식점들이 새롭게 각광을 받으며 새로운 파리지앵의 히피한 잇플레이스로 거듭나고 있다. 아마 파리지앵의 특성상 유기농에 대해 말하는 것이 ‘트렌디’하고 ‘시크’한 것으로 여겨져서일 수도 있다.

 

남편은 ‘아마 프랑스인들 사이에서 초반에는 대형 체인 마트에 대한 반감으로서  대안으로 유기농 문화를 선택하기 시작했던 부분도 있다’고 의견을 주었다. ‘유기농 문화’를 선택한 사람은 그만큼 인증받은 ‘지역 생산자’에게서 물건을 사먹겠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란다. 그것이 1유로씩  비싼 선택일지라도 지역 생산자에게 돌아갈  있다면 의미있는 것이 아니겠냐고. 프랑스의 농업 현황이 좋지 않을  친환경 바이오 농업으로 노선을 바꾼 생산자들이 많은 모양이었다.

 

유기농만이 좋은 먹거리고 유기농이 아닌 음식은 좋지 않다는 건 아니. 다만 이곳 유기농 문화는 오랜기간 계속 발전해 왔으며 무엇보다 소비자의 신뢰를 형성하는 것을 최우선 목표로 하고 있다. 주변에서 점점 ‘유기농’에 대한 소재로 무언가를 시도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좋은 현상 같다. 소비자의 선택도  풍성해질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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