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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지와 함께 떠난 프랑스 여행!

애견 여권, 호텔 동반 숙박, 애견 해변

프랑스에서의 여행을 앞두고 근심이 하나 있었다. 어느 날, 남편과 국내 여행을 떠나기로 했던 때의 일이다. 한국에서 프랑스로 반려동물을 이주시킨 후에는 처음 계획하게 된 여행이었다. 모처럼 여행자가 되어 프랑스를 둘러볼 생각에 설레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내 ‘우리 개는 어떻게 하지?’ ‘파리에 어디 애견호텔에 맡길 곳이 있을까?’ ‘지인들을 수소문해서 맡겨야 하나?’라는 질문들이 머릿속에 떠오르기 시작했다.

 

한국에서 가족과 같이 강아지를 키울 때에는 여행이 어려웠던 적이 많았다. 반려동물을 맡길 곳이 마땅치 않아 가족 한 명이 여행을 포기하거나 주변 지인을 수소문해서 맡기고 떠나야 했다. 이도저도 가능하지 않을 때는 여행 일정을 짧은 1박 2일로 줄였다. 강아지를 집에 두고 사료를 듬뿍 담아주며 우리가 돌아올 때까지 무사하길 바라며 떠났던 적도 있다. 그렇기에 프랑스에 오기 전까지만 해도 우리 개와 같이 여행을 떠날 수 있다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

 

숙박할 호텔을 알아보다가 마침내 이 근심을 남편에게 털어놓았다.

 

우리 개는 어떻게 하지?”

 

무슨 소리? 호텔에 데리고 가면 되는데.”

 

아무리 프랑스나 유럽이 동물 권리가 우월한 곳이라 해도, 이건 될 수 있는 부분이 아니잖아. 호텔도 장사를 하는 곳이라 동물은 냄새난다고 털날린다고 싫어할 텐데, 개를 받아줄까?”

 

걱정 마. 프랑스에서 웬만한 숙박시설은 반려동물과 함께 입실이 가능하거든."


"강아지 여권은 챙겨야 돼? 사람처럼 체크인할 때..." 


"어차피 신분증 역할 하는 거니까 가지고 가자. 늘 강아지 이동장 안에 넣어져 있어"


  

프랑스에서 반려동물과 호캉스를!

 

그렇다. 프랑스에서 애완동물은 호텔에서 숙박이 가능하단다. 아직까지도 잔잔한 충격으로 남아있는 남편과의 대화를 마친 후, 호텔 예약 사이트에서 ‘애완동물 허용(pet allowed)’ 옵션에 체크를 하고 프랑스 내 숙박시설 검색을 했다.


그랬더니 우르르 쏟아져 나오는 애견동반 숙박가능 호텔들… 울랄라! 정말 깜짝 놀랐다. 옵션을 체크했을 때와 안 했을 때 검색 결과의 수에는 다소 차이가 있었지만, 그렇다고 아주 큰 차이도 아니었다. 모 예약사이트를 기준으로 프랑스 내 반려동물 입실이 가능한 호텔은 13,150개에 달했다.


 ‘우리 여행 갈 수 있겠구나!’하는 안도감이 들었다. 이 순간이 아직까지 내가 프랑스에서 느꼈던 몇 안 되는 신선한 장면 중의 하나였다.

 


여행은 #성공적이었다. 그렇다고 ‘무료 숙박’을 기대하면 안 된다. 호텔 측에서도 늘 추가 요금을 받는다. 사이즈 별로 요금이 다른 호텔도 있고, 모든 반려동물을 동일가로 추가 요금을 매기는 곳도 있었다. 보통은 작은 반려견 기준으로 10유로 내외였다.


호텔 측에서도 손님의 편의를 위해 제공하기로 결정한 옵션일 테니, 숙박할 때는 최대한 다른 손님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도록 조심했다. 호텔에서 반려동물 입실용 룸을 따로 예비해 두는지 랜덤으로 방을 지정하는지에 대한 내부 정책까지는 모르겠다. 강아지를 데리고 호텔 입실을 한다는 것에 괜히 미안한 마음이 들어 창문을 활짝 열고 환기를 하기도 했다. 호텔 측에서도 입실 시 주의사항을 전달한 적은 없었다. 호텔과 손님 서로가 서로 배려하는 마음에 가능한 서비스같이 느껴졌다.

 

이런 일상 속에서 느껴지는 작지만 큰 배려들을 발견할 때 기쁨을 느낀다. 그럴 땐 프랑스에서의 삶도 살만 한 것 같다는 생각을 해 본다. 프랑스 생활의 손꼽히는 장점이 바로 반려동물과 공존이 가능한 삶이었다.


 

우리 개도 파리지엔?
 프랑스 반려동물 여권 발급받다!

 


요새는 애완동물도 비행기를 타고 나라를 왔다갔다 하는 시대다. 처음 강아지를 프랑스로 보내기로 결정했던 2013년도만 해도 포털에서 정보를 검색하면 나오는 사례가 별로 없어서 꽤 진땀을 뺐던 기억이 난다. 여차저차 서류를 준비하고 항공기에 탑승을 시킨 후 프랑스에 강아지와 함께 도착했다.


프랑스에서 처음으로 동물병원에 들르자 애완동물 여권을 발급받아야 한다고 했다. 발급하는 데는50유로(한화로 5만 8천원 정도)가 들었다. '웬 강아지가 여권을 다 발급받아?'라는 신선한 문화충격을 받았던 일이 생생하다. 처음 발급받고 한국의 지인들에게 프랑스 동물 여권 사진을 보여주자 우스갯소리로 ‘파리지엔느 개가 다 됐네!’라는 소리를 듣기도 했다. 개 여권이라니 뭔가 유별난 느낌.


이 여권은 사람처럼 비행기를 탈 수 있도록 도와주는 리터럴리 '여권'이 아니라, 일반적인 의미의 애견 신분증 역할을 한다. 프랑스에서 애완동물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을 처음으로 하게 된 계기였다. 여권 안에는 동물 주인 이름과 주소지 기록 칸, 사진 부착란, 이름, 성별, 종, 털 색, 마이크로칩 번호, 백신 기록 칸, 건강 변동사항 기록 칸이 마련되어 있었다.


이런 체계적인 관리 카드를 통해 혹여나 중간에 주인이 변동되더라도 다음 주인이 당황하지 않고 그 동물에 대한 전체 히스토리를 접할 수 있다는 점이 참 좋다. 동물병원에서 진료받거나 백신 접종을 할 때는 이 여권을 챙겨가야 한다. 우리 부부는 여행을 가서 호텔에 숙박할 때 동물 여권을 챙겨 가지고 다닌다. 호텔 숙박 시에 제시할 일은 전혀 없지만 말이다. 어쨌든 우리 개의 신분증이니까!

 


프랑스의 애견 해변

 


처음으로 프랑스 남부 지방인 깐느, 니스를 방문했을 때였다. 해변의 끄트머리 쯤에 애견 해변이 있어서 사람들이 마음껏 동반 입수를 즐기고 있었다. 바닷가를 따라 난 길을 걷다가 무심코 고개를 돌리니 소형견, 대형견들이 사람들과 어울려 해수욕을 즐기고 있었다. 워낙 끝 쪽에 설치를 해두어 신경써서 바닷가를 보지 않았다면 모르고 지나갔을 수도 있었다. 해변 이용이 따로 분리되어 있기에 비애견인들과 부딪힐 일은 없어 보였다.


이전에는 몰랐다가 프랑스에서 국내 여행을 하던 때 알게 된 것이 바로 이 ‘애견이 입수 가능한 해변’의 존재였다. 이 애견 해변이라는 컨셉 자체에 문화 충격을 받았더랬다. 애견 해변 도입에 관해서는 사회적인 동의가 형성되어야 하며 다양한 논란이 있을 수 있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조금 더 지내면서 보니 휴가철 해변으로 떠나는 바캉스 기간이 긴 프랑스의 특성 상 애견을 맡길 곳이 마땅치 않다 보니 자연스럽게 어디든 애견을 동반하고 다닐 수 있는 문화가 형성된 것 같같았다.프랑스에 살면서 아직 유기견을 본 일이 없다. 이런 식으로 공존이 가능하도록 만들어진 작은 배려들이 모이고 모이면 그렇게 되는 걸까.




 

특별한 애견 문화(강아지 여권, 호텔 동반 숙박, 애견 해변)들은 프랑스만 가지고 있는 문화가 아니다. 유럽 국가들이나 미국에서도 이미 찾아 볼 수 있는 문화다. 한국도 2018년도 들어서 특급 호텔, 쇼핑몰, 레스토랑 업계를 필두로 펫팸족을 겨냥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한국의 몇몇 호텔에서도 주인이 강아지와 함께 호캉스가 가능하도록 규정을 바꾸어서 이제 동반 입실이 가능한 곳이 꽤 생겼다. 통계청에 따르면 반려동물 시장규모가 2016년에 처음으로 2조원을 넘어섰다고 한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이 더 이상 소수가 아니다 보니, 한국도 이제는 다양한 공간에서 같이 공존하는 문화로 커가는 그 시작점에 있는 것 같다.


반려동물의 문화가 소위 개팔자가 상팔자인 ‘럭셔리한 문화’로서 향유되거나 비쳐지는 것이 아닌, 진정으로 반려인과 반려동물 간의 공존을 위한 방향으로 자연스럽게 발전하면 더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해 본다.


애견 여권을 들고 호텔에 같이 숙박을 한 후 바닷가의 애견 해변으로 가 강아지와 즐겁게 논다. 그리고 배가 고파 레스토랑에 들어가자 식당 주인이 강아지용 물그릇에 물을 가득 채워다 준다. 비현실적인 상상이 현실이 되는 여행, 그런 여행의 순간이 지나가고 파리로 올라가는 길, 창문을 조금 열어주었더니 강아지가 창문 밖을 내다본다.


고속도로 옆 차선에서 달리는 자동차의 뒷좌석에 앉은 골든리트리버가 창문 사이로 고개를 빼꼼히 내밀고 있다. 그 순간, '어..? 너도 바캉스 다녀 왔니?'라며 우리 개와 서로 인사를 건네는 듯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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