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체유심조의 '마음'이라 불리는 우리 내면의 힘은 참 신기합니다.
인생에서 도저히 이해할 수 없을 것 같은, 그리고 대부분은 부당하고 부조리해 보이는 일들을 내 삶에 펼쳐 보이면서 자신을 통합할 것을 종용합니다.
제가 매번 융 심리학적 관점으로 신화를 해석한 '여성 영웅의 탄생' 책을 참조해서 이야기하곤 하는데요,
신화와 내면세계의 여행을 큰 틀에서는 잘 연결해 준다고 생각해서입니다.
(하지만 사람들의 내면세계 여행은 모두 제각각이고, 깊이와 넓이의 경험도 모두 다릅니다.
그래서 개별적인 내면세계 경험을 이 책의 틀로 모두 설명하는 건 어렵다고 봅니다.)
신화를 자연현상에 대한 인간의 이야기 수준이 아니라, 내면 현상으로 연결해서 보면 내 삶에 일어나는 일들에 대한 하나의 통찰을 얻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통찰이 정말 큰 위안이 될 때가 있습니다.
살면서 가장 무기력하고, 가장 두려운 경험 중 하나는,
도대체 내가 왜 이런 일들을 겪고 있는지 알 수 없을 때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종교 인구가 매번 줄고 있긴 한데,
비공식적으로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는 종교가 있습니다.
바로 무교巫敎입니다.
평소에 유일신을 믿든, 무신론자든 상관없습니다. 자신의 합리성이 유지되는 일상적인 세계에서는 각자의 믿음 체계 안의 우주에서 살고 있습니다.
그런데 자신들의 합리적 세계 안에서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 앞에서는 결국 그 원인을 설명해 줄 누구라도 찾고 싶어 합니다. 그때 비공식적으로 무교巫敎의 힘을 빌리고자 하기도 합니다.
무교巫敎에 기대지 않고, 그 의미를 찾는 방법 중 하나가 명상, 그리고 융 심리학적 관점으로 이해하는 내면 통합이라 생각합니다. 지금 겪고 있는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의 원인이, 결국 내 안의 내면 그림자 에너지라 볼 수 있습니다. 그림자 에너지는 밝은 낮의 세계, 합리성의 세계를 벗어납니다. 열등하고, 부조리하고, 부당하고, 정말 꼴도 보기 싫을 정도로 고통을 안겨주기도 합니다. 그러니 의식 세계에서 퇴출시켜 버렸겠죠. 그리고 지금 자신을 포함해서 통합하라고 삶에서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고 있는 겁니다.
이 과정이 여신의 지하세계 납치와 아주 유사하게 일어납니다.
아니, 반대로 삶에서 겪는 이런 현상을 신화로 비유하여 설명하려 했을 겁니다.
다만 우리는 근대적 사고에 길들여져 있어, 신화적 사고를 잊어버렸기에 알지 못할 뿐입니다.
그림자 에너지를 다뤄야 하는 내면세계의 일은 신화의 지하세계에 비유됩니다.
여신이라고 해서 꼭 여성만 해당되는 건 아닙니다.
합리적이고 수직적인 낮의 체제와 대비되는 밤의 체제를 경험하는 나의 자아 에너지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일들은 삶에서 너무나 갑작스럽게 일어납니다.
예고도 없고, 준비할 수도 없고, 무엇보다도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들을 제대로 이해할 수도 없을 정도로요.
그래서 이 과정이 여신의 납치에 비유되곤 합니다.
여신의 납치는 나의 내면이 가장 적절한 순간이라 생각하는 시기에 일어납니다.
그래서 지금 여신이 지하세계에 납치된 것 같은 당혹감을 느끼는 분들은, 지금이 그림자 에너지를 통합하라는 시기라고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이때 그림자 에너지를 통합하는 방법은 내가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었던' 열등한 가치들을 '그냥 인정'해주는 겁니다. 열등한 가치는 열등합니다. 억지로 열등한 가치를 더 아름답게, 더 좋게 꾸미려 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냥 '그래, 그런 열등함도 있을 수 있지' 정도만 인정해 주면 됩니다.
대신 이런 인정이 고요함에서 나오기 위해서는 아마 내면의 전쟁을 꽤나 겪게 될 겁니다.
보통은 분노의 감정이 가장 크고, 무력감, 좌절감, 불안 등의 감정을 겪기도 합니다.
이 모든 감정들을 최대한 단전에 에너지를 챙긴 채로, 인정하려 해 보세요.
진정한 그림자의 통합은 며칠이 걸리기도, 몇 주가 걸리기도, 몇 달이 걸리기도 합니다.
어떤 문제는 더 오래 걸리기도 합니다.
그리고 한번 통합이 되었다고 해서 이제 더 이상 겪지 않는 것도 아닙니다.
더 성장하고 통합된 내가, 다시 한번 성장해야 하는 순간에 또다시 찾아올 수 있습니다.
이렇게 말하면 벌써부터 한숨이 나올 수도 있지만, 다행인 점이 있습니다.
내가 내면 그림자 에너지 통합을 시작하면, 처음 얼마간은 일시적으로 더 혼란스럽고 괴로울 수 있지만,
반드시 내 삶이 더 좋아집니다.
이번 그림자 통합에 이르기까지 몇 주가 걸리든, 몇 달이 걸리든,
그 몇 주와 몇 달의 시간이 점점 질적으로 좋아지는 것을 경험합니다.
그리고 한번 이 파도를 넘으면 그다음에는 한 단계 삶의 질이 높아진 것을 반드시 느낄 수 있습니다.
그게 우리 내면이 바라는 것이고, 통합된 만큼 삶으로 마법의 힘을 부려내어 보여주는 것이 일체유심조의 비밀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