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방학생활6
과연 끝이 나려나 싶었던 겨울방학도 끝이 보인다.
2월이 시작되더니, 한차례 큰 위기의 순간(?)을 지나고 겨울방학에 계획한 여행을 다녀오고 나니, 이제 그 대장정의 끝자락이 보이기 시작한다.
이제 딱 방학이 일주일 남았다.
다음 주 화요일부터는 개학이다. 분명 아침에 등교하자마자 금세 돌아올 테지만 ㅜㅜ
그럼에도 하이클래스의 알림은 반갑기만 하다.
"감사합니다. 새 학기 준비물! 기쁨으로 준비할게요!"
방학이 끝나기 전, 일본으로 짤막하게 여행을 다녀오기로 했다.
사실 아이들을 위한 시간이라기보다는 날 위한 시간이었다.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내 여행지 리스트에는 없었던 일본이 갑자기 가보고 싶었다.
가깝지만 일본을 좋아하지 않는다.
더군다나 역사적인 사실들로 일본인들에게 좋은 감정이 없다.
그런 내가 일본행 티켓팅을 했다.
신기하게도 유니버설 스튜디오 재팬을 보자마자 그곳을 꼭 가봐야겠다 싶었다.
흔한 말로 죽기 전에 여기는 꼭 가봐야겠다는 그런 마음!
오지 않을 것 같았던 그날이 왔고, 여행 전날은 정말 설레었다.
우리 집 남자들 역시 그랬다.
2박 3일을 계획한지라 남편은 이른 아침 비행기를 골랐다. 방학 중에는 오전이 공항 가장 붐비는 시간이라는 것도 모르고.
인천공항이 유난히 붐빈다는 소식을 들은지라 우리는 약 세 시간 반 전에는 공항에 도착하리라는 목표를 가지고 새벽 3시가 되기도 전에 기상했다. 그리고 출발했다. 밤인지, 새벽인지 분간도 되지 않는 시간에 공항은 무척이나 붐볐다. 비행기를 놓치기라도 할 듯, 남편과 나는 잔뜩 긴장한 채로 셀프 수하물 체크를 했고, 공항에서 대여하기로 한 물건(해리포터 지팡이와 마리오밴드)을 대여하고 검색대를 통과했다.
공항으로 오는 차 안에서 배가 조금 아프다던 둘째는 검색대를 통과하기 전 마셨던 물 몇 모금과 삶은 달걀흰자를 모두 토했다. 혹시나 싶어 가방에 넣어둔 비닐이 없었다면 새벽부터 수백 명에게 민폐를 끼치고, 우리 가족의 시작도 엉망이 될 뻔한 아찔한 순간이었다. (정말 비닐을 주머니에 챙긴 나 자신, 몹시 칭찬해!)
그러다가 열이 오르기도 하기 때문에 나는 더욱 긴장했던 것 같다.
방학 내내 건강하다가 여행지에서 아프면 너무 억울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감사하게도 아이는 속이 편안해졌다 했다.
너무 새벽부터 움직여서였나 싶었다.
비행기 시간을 잘 맞추었고, 지연 없이 비행기는 출발했다.
약 한 시간 50분을 날아서 오사카에 도착했다.
짐을 찾아서, 공항에서 호텔로 바로 이동하기 위해 리무진 티켓을 발권하려고 기계를 찾았다.
우리 가족이 가장 마지막으로 탑승했다.
뿔뿔이 앉았는데, 마음씨 좋은 한 아저씨 한분이 자리를 바꾸어 주셨다. 나와 둘째가 함께 앉았고, 남편과 첫째도 몇 정거장 후 곧 함께 앉게 되었다.
오사카는 우리나라로 치면 부산과 같은 도시라고 했는데, 참 조용하고 사람이 잘 안보였다.
도로 위 차들은 주로 소형차들, 주차되어 있는 차들은 참 정돈되어 있었다.
일본의 첫인상은 생각보다 조용하고, 정갈한 나라라는 것이었다.
첫날은 도톤보리와 온천, 둘째 날은 USJ, 셋째 날은 한큐백화점 및 유니클로와 다이소를 방문했다.
마지막날은 저녁 비행기였기 때문에 이것저것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실제로는 전혀 그럴 수 없다는 것을 경험했다. 간사이 공항으로 가기 위해 리무진을 탔는데, 그 리무진은 대기가 40분 가까이 되었다.
그전에 맛집이라고 알려진 한큐백화점의 동양정이라는 함박스테이크집은 1시간가량 대기를 해야 했다. 휴~
짧은 여행에서 대기는 정말 아깝다.
물론 둘째 날 USJ에서는 그 대기가 아깝지만은 않았다. 온전히 그곳에서만 시간을 들이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바로 앞이 숙소였는데, 뷰가 매우 좋은 방으로 배정되어 내내 환상적인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특히 밤이 되면 야경이 너무나 멋졌다. 가족들이 쓰러져서 잠들고 나면 한참을 내려다보면서 기쁨을 만끽했다.
이번 여행의 목표이기도 했던 USJ에서의 시간은 내 평생에 잊을 수 없을 만큼 행복했다.
평소 좋아했던 판타지소설 [해리포터]를 재현해 놓은 놀이기구와 환경은 정신이 혼미해질 만큼 완벽했다.
아이들과 함께 그 입구에서부터 소리를 지르면서 즐거워했다.
해리포터를 전혀 모르는 남편은 어리둥절해하면서 계속 "무슨 이야기인지 나도 알려줘" 라며 함께해 주었다.
해리포터 ZONE은 밤에도 다시 방문할 예정이었는데, 다시 방문한 밤의 호그와트는 정말 환상적이었다!
그곳은 정말이지 밤이 되어서야 빛을 발하는 것 같다. 그곳에 간다면 꼭 밤에도 보아야 한다! 꼭. 반드시.
닌텐도월드와 미니언즈 ZONE에도 들렀다.
아이들의 성대모사를 끊임없이 들으면서 귀에 피딱지가 앉을 지경이 될 무렵, 우리의 발에도 쥐가 날 무렵.
애플워치로 1만 9 천보를 넘게 걸었다고 찍힐 무렵 우리는 더 이상 걸어지지 않는 발을 끌고 숙소로 돌아왔다. 돌아와서도 사람들이 빠져나가고 있는 멋진 조명이 가득한 USJ를 보면서...
(둘째 날 저녁에는 직원들 퇴근하는 것까지 봤다는...)
편의점 음식이 정말 훌륭했다.
초밥은 한국보다 가격이 저렴했다.
유니클로는 원산지이기 때문이었을까, 가격이 우리나라에 비해 몇만 원은 저렴했다.
아이들은 당연히 즐거워했고, 나도 알뜰살뜰 대부분의 시간을 즐겁게 보냈다.
여행 내내 너무 즐겁다! 너무 행복하다! 를 연신 외쳤다.
어린 시절 갖지 못했던 장난감을 갖은 기분이었다.
여기서 잠깐!
그럼에도 가족여행은 여러 여행의 종류 가운데 난도가 높다.
아이들이 크면서 함께 다니기가 매우 수월해지지만 동시에 그들의 욕구와 바람도 매우 높아진다.
함께 모두의 바람을 만족시키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당연히 투닥투닥 크고 작은 갈등이 있었고, 싸우기도 하면서 여행의 시간을 보냈다.
집에 갈까 싶은 순간도 있었다.
집에 돌아오는 비행기는 큰 비행기였다.
아이들은 그것에 무척 행복해했다.
그리고 여행은 여행을 부른다.
다음 티켓팅을 어서 빨리 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