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수능

#재수의기억 #수학능력시험 #고마운친구들

by Moonjours

수능을 두 번 치렀다.

현역으로 한번, 재수로 한번.

현역으로 보았을 때 수능 다음날이 아직도 기억난다.


고3시절, 반에서 나까지 3명의 친구가 친했다.

질풍노도의 시기를 잘 지나갈 수 있도록 편안한 모습으로 나를 받아주었던 친구들이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고등학생이었어도 감정의 기복이 심했던 내가 참 지랄 맞았을 텐데, 나를 친구라고 받아주고 점심도 같이 먹어주고, 나의 온갖 싹수없는 모습을 보면서도 왕따 시키지 않았던 그녀들에게 참 감사하다.


나를 제외한 두 명의 친구들은 꾸준했다.

자기 일을 열심히 했고, 특히 고등학교 2학년과 3학년이 되면서 성적이 눈에 띄도록 향상되었다.

수능을 본 다음날, 담임선생님은 그 두 명의 친구들 부르셨다.

난 덩그러니 자리에 혼자 앉아 있었는데, 아마도 그 친구들의 대학 이야기였던 것 같다.

수능 다음날 할 이야기는 그것뿐이니.

당연히 그 두 친구들은 인서울 했고, 모두 알만한 대학으로 진학했다.


수능이 그 전년도보다 쉽게 출제가 되어서 많은 친구들의 점수가 높이 올랐던 해였다.

나도 오르긴 했지만 그저 그랬다.

가고 싶었던 대학에 원서를 쓸 수가 없었다.

이름도 몰랐던 경기도권의 대학을 찾아서 넣기는 했지만 마음에 들지 않았다.

면접을 가야 했지만 가지 않았다.

엄마의 닦달로 2년제 전문대학교에 합격을 해서 다니기까지 했지만 두 달도 되지 못해서 자퇴를 했다.

그리고 곧장 재수를 시작했다.

다른 과목은 모두 혼자 공부를 할 수 있었는데, 그 당시 수 1이라고 부르던 수학은 너무 어려웠다.

노량진 재수학원에서 수학 강의만 매일 3개씩 들었다. 공통수학, 수 1, 문제풀이반.

닭장이라고 부르는 그 교실에서 100명 가까운 학생들이 모여서 수업을 들었다. 다닥다닥 앉아서, 좁은 책상과 의자에 모여서.

새벽같이 지하철을 타고 나가 수업을 세 개 연달아 들으면 배가 고팠다.

그 당시 학원 앞에는 포장마차들이 줄지어 있었는데, 다양한 분식과 요깃거리를 팔았다.

나는 주로 패스트푸드 점으로 향했고, 비스킷과 음료를 간단하게 먹었던 기억이 난다.

그렇게 한 학기 정도를 수학에 집중해서 공부했고 다시 두 번째 수능을 치르게 되었다.




두 번째 수능을 치르던 날, 고맙게도 나의 시험장은 모교였다.

익숙한 곳이어서 부담이 덜했다.

아침에 학교 입구를 걸어 올라가는데, 오른쪽 입구에서 익숙한 얼굴들이 보였다.

친구들이었다.

앞에 말한 그 두 친구들 뿐 아니라, 고등학교 3년간 가까이 지낸 친구들까지 함께 있었다. 응원하는 글귀가 적힌 종이를 들고서 환하게 나를 보고 응원해주고 있었다.


"잘해. 잘하고 와!!"

"힘내! 문근주!!"

"파이팅! 파이팅!!!"


그 당시에 나는 반가움 반, 민망함 반의 마음이었는데 20년이 넘게 지난 지금 생각해 보니 고맙고 또 고맙다. 마음이 따듯하게 채워진다. 친구들의 응원과 그 마음이 아주 많이 고마웠다고 말하고 싶다.


결과는 비슷했다.

점수가 오르긴 했지만 어마무시하게 오르진 않았다.

그런데 그 점수가 참 재미있다.

수학을 중점으로 준비를 많이 했는데, 사실 그 점수가 우스웠다. 고작 4점 올랐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후에 대학 진학은 더 재미있다.


사실 나는 내 점수와 결과에 무척 실망스러웠는데, 지역 특차로 인문계열 학과에 지원할 수 있었다.

(당시 5등급 기준) 전체 3등급 이상, 언어와 외국어 그리고 사회탐구 영역의 점수를 반영해서 대학을 합격했다. 그렇게 준비했던 수학 점수는 반영이 안 되었다.

그렇게 나는 4년제에 합격했고 서울에 본교를 둔 안산캠퍼스였다.

그 후로 다시 대학원에도 갔고, 나의 삶은 계속되었다.






수능을 볼 때는 그 외의 것은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그 결과가 점수고, 그것이 전부, 동시에 점수가 나 자신인 것만 같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점수는 점수고, 나 자신이 아니다. 내가 얻은 결과 중 하나일 뿐이다.


오늘 수능을 보는 아가들이 내 자식인 것만 같아, 그 길을 지나온 선배로서 또 엄마로서 마음이 애잔하다.

노력한 결과가 그대로 손에 쥐어진다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은 것도 삶의 한 부분이니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는 의연함이 있기를...

조마조마한 마음과 긴장하는 마음, 뜻대로 되지 않은 것 같은 불안과 나와 세상에 실망스러운 마음. 지나고 보니 그 모든 마음이 모두 '괜찮다.'

살아있으니 우리가 느끼는 이 모든 감정과 마음은 '괜찮다.'


다만 그것이 전부가 아님을.

시험의 점수가 전부가 아님을.

그 후에도 우리의 삶은 지속되고, 우리는 계속 살아가는 것임을.

점수와 상관없이 우리의 삶이 소중하고, 하루를 살아가는 너 자신이 고귀함을.... 잃어버리지 말기를.


아줌마가 응원하고, 기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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